스티븐 호킹 박사는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는, 현 인류의 가장 위대한 과학자다. 호킹 박사의 업적은 우주의 기원과 구성, 변화를 연구하는 현대 우주론의 핵심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로 대표되는 블랙홀과 관련한 그의 이론을 증명하는 것은 여전히 현대 과학에 남겨진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다. 호킹 박사는 탁월한 학문적 성과 외에도 일반인을 위한 저술과 강의 활동으로 과학, 특히 상대성이론을 포함한 물리학의 대중화에 크게 이바지했다.
1988년 출간된 후 1000만 권 넘게 팔린 <시간의 역사 >(A Brief History of Time)는 20세기를 대표하는 과학 저서로, 광활한 우주의 기원과 시공간에 대한 호기 심을 전 세계인의 마음에 새겨주었다.
무엇보다 호킹 박사는 온 몸의 근육과 신경이 마비되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일명 루게릭병)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사고와 굳건한 의지로 이러한 업적을 이뤄 내, 장애가 있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와 영감을 주었다. 1942년 영국 옥스퍼드에서 태어난 호킹 박사가 발병 사실을 알게 된 것은 21세 때. 당시 병원으로부터 기대 생존 기간을 5년으로 진단받았던 호킹 박사는 올해까지 55년간을 생존함으로써, 근위축성측삭 경화증에 맞서 역사상 가장 오래 살아남은 인간이 됐다. 주변 인물들은 삶에 대한 강한 의지와 노력이야말로 이러한 ‘기적’을 이뤄낸 근간이었다고 평가하며, 호킹 박사의 유머와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은 자신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많은 용기를 주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호킹 박사는 지난 2013년 출간된 회고록 에서 처음 발병 사실을 통보받은 이후 “어차피 죽을 건데 좋은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오히려 그때부터 더욱 일에 몰두할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호킹 박사의 가족들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버지는 ‘사랑하는 이가 안에 살고 있지 않다면, 저 넓은 우주도 별로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씀하시던 분”이라며 가족과 인간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보였던 박사의 생애를 기렸다.
이처럼 호킹 박사는 우주에 대한 깊은 통찰 이상 으로 세상과 삶에 대한 애정, 따뜻한 마음에서 우러나 오는 여유와 유머로 인류에게 거대한 유산을 남겼다.
자신의 삶을 통해 고통과 장애에 의연히 맞선 인간의 마음이 보여줄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우리에게 증명해 보였다. 오드리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추모 메시지를 통해 “호킹 박사는 지식을 공유하고 인류 에게 용기를 주는 유네스코 정신의 현현(顯現)”이라며 박사가 보여준 용기와 과학에 대한 헌신, 장애우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 경의를 표했다.
아줄레 사무총장의 말처럼 호킹 박사는 장애가 있는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생전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호킹 박사는 지난 2014년 11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장애우를 위한 국제 정보통신기술(ICT) 컨퍼런 스’(International Conference on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ies for Persons with Disabilities)에 동영상 메시지를 보내 “비록 병이 내 목소리를 앗아갔지만, 최신 정보통신기술(ICT) 의 도움으로 나는 내 이론과 생각, 아이디어에 대해 동료들과 여전히 소통한다”며 장애우의 생활과 교육을 위한 ICT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호킹 박사는 또 “나의 세계적인 명성을 이용해 전 세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모든 이들이 이러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며 “침묵 속에 갇힌 이가 이세상에 더는 없도록,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이들을 대신해 외치는 나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머리 위 밤하늘을 누구보다 가까이 들여다보고 싶어 했던 사람. 그러면서도 고개를 옆으로 돌려 꿈꾸는 것조차 힘겨워하는 세상의 수많은 사람을 따뜻하게 살폈던 사람. 유네스코는 마침내 우주로 돌아간 호킹 박사를 기리기 위해 오는 5월 16일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릴 ‘국제 빛의 해’(International Year of Light) 기념행사에서 ‘별을 향한 로맨스’(Romance to the Stars)라는 제목으로 호킹 박사 추모 공연을 열기로 했다.
참고자료
theguardian.com “Stephen Hawking, Science’s Brightest Star, Dies Aged 76”
unesco.org “Director-General Audrey Azoulay tribute to the late Professor Stephen Hawking”
김보람 <유네스코 뉴스>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