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Q. 먼저 지난 4년 간의 임기를 마치는 소회를 여쭈어 보고 싶습니다. 유네스코, 그리고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의 동행, 어떠셨는지요?
A. 유네스코는 세계 각국과 교육, 인문사회·자연과학, 청년, 문화, 정보·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협력하면서 세계 평화와 인류의 미래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 나가는 중요한 다자 외교의 장입니다. 대한민국은 1950년 가입 당시부터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불안하고 어려운 시기에 유네스코와 국제 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고, 지금은 여러 측면에서 인정을 받는 모범적인 회원국이 되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대한민국 유네스코 활동의 구심점인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이하 한위)의 사무총장으로 4년간 일할 수 있었던 것은 큰 보람이고 영광이었습니다.
Q. 올해는 대한민국의 유네스코 가입 70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해였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예기치 못한 변수가 정말 많았던 한해이기도 했습니다. 가장 아쉬웠던 점, 그리고 배운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70주년을 맞아 준비했던 모든 행사를 온라인, 비대면, 혹은 대면이라도 매우 소규모로 축소해야만 했던 점이 무엇보다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특별 전시회와 다큐멘터리 제작, 연구사업 등을 통해 대한민국 발전 과정의 여러 분야에 기여한 유네스코 활동을 정리해 국내외적으로 널리 알리고 학술적 자료도 축적할 수 있었던 것, 또한 온라인으로나마 여러 교류사업과 포럼, 캠프, 학술회의 등을 개최해 참여의 폭을 넓힐 수 있었던 점은 매우 의미있는 성과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에 대한민국의 유네스코 활동도 디지털을 활용한 자료 제작, 대면과 비대면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형식 등 다양한 전달 방식으로 앞장 서서 전환하고 국제 사회와 공유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Q. 팬데믹의 장기화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분야 중 하나가 교육과 그 관련 활동일 것 같은데요. 이러한 상황에서 지금 한위의 교육 사업에 남겨진 가장 큰 숙제는 무엇이라 보시는지요.
A.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적으로 교육이 위축되고 국가 간 교육 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이럴 때일수록 최빈국에서 시작해 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고 경제적, 사회적 발전을 이룩해 낸 경험이 있는 대한민국이 디지털 기술과 원격 교육, 학교 교육, 직업 기술 교육, 보건 교육, 평생 교육의 발전 경험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어려운 국가를 도와야 합니다. 원격 교육, 중등 직업 교육, 보건 교육이나 지역 평생 교육 분야에서 어려운 나라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면 시기적으로 매우 적절할 뿐 아니라 인도주의적·외교적 측면에서도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역사적인 한국의 유네스코 가입 70주년을 맞아, ‘앞으로의 70년’에 대한 한위의 비전을 궁금해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제 유네스코 각 분야에서 리더십을 요구받는 입장에서 한국이 가장 중시해야 할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참여와 연대, 세계 시민으로서의 책임 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고립되면 생존할 수 없을 정도로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연결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유네스코를 포함한 국제 사회에서의 사업이나 의사 결정은 한 번의 행사로 이루어지지 않고 수 년의 준비와 긴 협상과정을 거쳐 이루어지기 마련입니다. 그간 안타까웠던 부분은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활동이 국내 현안에 매몰되어 연속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세계적으로 중요한 회의에 해당 부처 장관 등 고위직이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국제 사회의 모든 논의에 고위급 국가 대표가 반드시 참여해 발언을 하고, 실제로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국제 사회에서 우리 위상에 걸맞는 대우를 받거나 책임있는 역할을 수임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우리 국민 모두를 세계 시민으로 키워 세계 속에서 역할을 하고 나라를 이끌 수 있는 인재들을 꾸준히 많이 키워내야 합니다.
Q. 그동안 교육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국제적 경험을 쌓아 오셨습니다. 이제 다음 행보와 활동에 대해 귀띔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A. 4년 전 취임 때 공언한 것처럼, 퇴임하면 난생 처음 자유인으로서 조직에서의 책임을 벗고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시간이 되는 대로 ‘죽음 준비 교육’과 인권 교육 관련 봉사 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기회가 되면 최빈국이나 개도국을 돕는 일을 할 생각도 있습니다.
Q. 끝으로 지난 4년 동안 함께했던 한위 직원들, 그리고 《유네스코뉴스》 독자와 후원자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뛰어난 능력과 좋은 품성을 가진 한위 직원들, 그리고 유네스코를 사랑해 주시고, 지구촌의 최빈국, 개도국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하여 기꺼이 후원해 주시는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3~4년 마다 바뀌는 한위 위원이나 사무총장과는 달리, 오랜 기간 근무하면서 많은 정보를 접하고 국내외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며 전문성을 다져 온 한위 직원들은 대한민국 유네스코 활동의 큰 자산입니다. 앞으로도 개인적 성장과 함께 대한민국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네스코 활동의 핵심 역할을 하고, 더 나아가 국제 협력과 대한민국의 앞날에 큰 역할을 해 주기 바랍니다. 또한 『유네스코뉴스』 독자와 후원자 여러분들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들도 앞으로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걸어갈 길에 애정과 관심을 갖고 동참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