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하나.
‘무형유산은 아프리카의 자부심, 아프리카의 즐거움.’ 유네스코 본부에서 해마다 5월 세 번째 주에 펼쳐지는 아프리카 주간(Africa Week)의 올해 주제는 무형유산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54개 회원국들이 준비위원회를 꾸려 함께 기획하고, 준비하고, 진행하는 이 공동행사는 올해로 15주년을 맞이했다. 전시, 공연, 영화, 패션쇼에서 시식회와 바자회까지 유네스코 공간을 빈틈없이 활용해 아프리카를 보여주고, 들려주고, 맛보게하는 이 종합 페스티벌은 이번에도 대성황을 이뤘다. 이 일주일 동안 아프리카는 자신들의 문화가 무엇인지, 또 아프리카의 각국이 어떻게 연대하고 있는지를 전세계에 제대로 보여줬다.
이벤트 둘.
5월 16일 세계 빛의 날. 올해 처음 맞이하는 기념행사가 유네스코 본부 1번 방 오디토리움에서 열렸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우주비행사들이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고, 세계적 소프라노 카타리나 미나가 빛을 주제로 한 아름다운 목소리로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국내외 유명 인사들이 총출동한 이 기념식은 빛과 인간, 빛과 과학, 빛과 문화가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 지를 강연과 토론과 공연과 체험 행사로 다채롭게 녹여내며, 첫번째 세계 빛의 날을 성공적으로 전 세계에 알렸다. 주목받는 대규모 행사에 발맞춰 러시아, 멕시코, 가나의 유네스코 대사들은 행사 패널로 참석해 ‘틈새외교’를 펼치기도 했다.
이벤트 셋.
5월 18일에는 고이치로 마츠우라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의 팔순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전임 사무총장 이리나 보코바 여사가 참석했고, 오드리 아줄레 사무총장도 축하 인사를 전했다. 2000년대 마츠우라 재임 기간 함께 일했던 고위 직원들이 대거 참석해 유네스코의 과거를 회고하고 미래에 대해 제언하는 포럼도 이어졌다. 유네스코 평화예술인인 일본인 지휘자 미사 조누치가 이끈 프랑스국립오케스트라는 마츠우라를 위한 헌정 음악을 연주해 축하연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무려 10년 전에 물러난 전 사무총장의 생일잔치를 마련한 일본은, 행사의 흥행 여부를 떠나 유네스코 무대에서 자국의 무시못할 파워를 국내외에 각인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벤트 넷.
유네스코 안에서도 문화행사를 많이 열기로 소문난 나라인 이탈리아는 지난달 음식문화를 주제로 행사를 열었다. 음식과 지속가능발전, 음식과 교육, 음식과 문화정체성 등 음식을 매개로 유네스코의 핵심 이슈를 짚어낸 이번 컨퍼런스에는 40명이 넘는 강연자와 토론자가 참여했다. 이탈리아 음식문화 전문가들은 음식에 관한 모든 분야에서 이탈리아가 앞장서 있음을 알렸다. 이탈리아의 유네스코 미식 창의도시들인 알바와 파르마의 요리사들이 선보인 리셉션은 ‘오리지널 이탈리아의 맛’을 선사했다. 이탈리아의 맛과 문화를 유네스코에 그대로 옮겨 놓고,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음식을 유네스코 주제로 잘 풀어낸 이탈리아는 이번에도 한 수 위의 문화외교를 전 세계에 선보였다.
이처럼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는 일 년 내내 수많은 행사와 회의가 끊임없이 열리는 장소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2017년 한해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회의와 행사는 모두 536건이며 참석자는 총 133,830명에 달한다. 월 평균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유네스코를 찾아 회의를 하고, 행사를 즐겼다는 뜻이다. 이 중 많은 회의와 행사를 유네스코 회원국이 직간접적으로 개최하는데, 각 회원국은 이러한 행사를 통해 유네스코 이벤트에 자국의 이름을 올리고, 학술이나 문화 등 자국의 가치를 세상에 알리는 기회를 얻는다. 행사 이면에서는 치열한 문화외교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밖에도 ‘문화 1번지’라 할 수 있는 파리에 있다는 점, 유엔에서 가장 많은 183개 국가의 외교단이 한 곳에 모여 있다는 점 등, 유네스코 본부가 전 세계 문화외교의 장으로서 갖는 장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따라서 유네스코와 유네스코 안에서 행사를 치르는 각국 대표단은 평화와 공존, 다양성과 같은 유네스코의 정신을 좀 더 세련된 방법으로 행사에 담아내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보다 ‘업그레이드’된 기획과 진행이 만날 때, 문화외교의 중심지에서 펼쳐지는 행사의 취지는 더욱 효과적으로 파리 외교가와 전 세계인들의 머릿속에 각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선경 주유네스코 대한민국대표부 주재관
주유네스코 대한민국대표부 주재관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서 파견하며, 외교업무수행, 유네스코와 대표부와 한국위원회 간의 연락, 유네스코 활동의 조사, 연구, 정책개발 등을 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