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versal Copyright Convention 세계 저작권 협약(1952)
4월 23일은 1995년 제28차 유네스코총회 결의로 제정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World Book and Copyright Day)입니다. 책을 비롯해 인간의 지적 활동으로 만들어진 창작물들은 ‘저작권’이라는 이름으로 법이 부여하는 법적 권리의 보호 대상이 됩니다. 저작권 보호와 관련한 가장 기본적인 국제 조약으로 인정받는 것은 1886년에 체결된 ‘문학 및 예술 저작물의 보호를 위한 베른협약’(Berne Convention for the Protection of Literary and Artistic Works; 이하 베른협약)입니다. 그런데 베른 협약은 현재의 기준에 비춰보아도 강력한 수준으로 저작권을 보호하고, 이를 위해 까다로운 요건을 가지고 있어 미국이나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20세기 중반 이후 국가 간 다양한 형태의 교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가능한 많은 나라들이 함께 적용할 수 있는 구속력 있는 다자간 저작권 협약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이에 유네스코는 기존 베른협약 가입국들과 더불어 미국을 비롯한 미주 국가들을 참여시키고,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국가에서도 보편적 수준의 저작권 보호를 가능케 하는 세계 저작권 협약(Universal Copyright Convention, UCC)을 1952년에 체결하기에 이릅니다. UCC는 총 21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베른협약의 체제와 취지는 존중하되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간단히 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특히 저작권(copyright)을 의미하는 ‘©’기호가 저작물에 표기되면 저작자의 허락을 받아 국내외에서 복제·유통되는 모든 경우에서도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베른협약과 UCC는 1952년 이후 병존해 오면서 저작권 분야 다자간 협약의 척도 역할을 해 왔습니다. 한국은 1987년 UCC 가입을 시작으로 저작권 보호와 관련한 국내법을 국제 표준에 맞추는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최근 국제사회는 급속도로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을 반영해 저작권의 개념을 확대하고, 저작권을 다자조약에 반영하는 방안을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작권 침해로 인한 피해 범위와 규모도 점차 커지는 바, 향후 UCC를 비롯한 전 세계 저작권 보호 노력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주목됩니다.
이동현 문화팀 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