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가 다루는 분야가 대체로 유연한 것들인 데 반해, ‘죽고 사는 일’ 또 ‘먹고 사는 일’에 대한 게 있다. 바로 물이다. 물은 우리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일뿐더러, 농업, 어업, 산업에서 관광업에 이르기까지 직업 4개 중 하나가 물에 의존하고 있기에, 생계가 물에 달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간 삶의 절대 요소인 물. 삶의 풍요를 담당하는 물. 물은 현재 매우 부족하고, 재앙에 무척 취약하다. 물 소비는 지난 50년간 3배나 증가했고, 20억 인구가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자연재해 사망자 10명 중 9명은 물 관련 재해 때문이다. 늘어나는 인구, 도시화, 기후변화는 물 부족과 물 피해를 점점 가속시키고 있다.
물안보(Water Security)라는 말이 이제 우리에게 낯설지 않듯, 물은 이제 절실히 지켜내야 하는 대상이 되었다. 유네스코가 물을 지키기 위해 1965년 설립한 국제수문학프로그램(IHP, International Hydrology Programme)이 2021년까지 추진하는 8번째 중기전략의 키워드 또한 물안보이다. 인류공동의 과제인 물안보를 위해 유네스코는 국제협력의 플랫폼인 유네스코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유네스코 카테고리2 센터의 활동이 그것이다. 국제기구와 정부의 콜라보레이션. 유네스코 일을 추진하는 저비용 고효율 장치. 유네스코가 자랑하는 이 특별한 국제협력기구인 카테고리2 센터는 물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고 있다. 94개 카테고리2 센터 중 30개가 물 센터이다. 각국 정부가 유네스코와 함께 적극 추진하고자 하는 주제로 물을 첫 손가락에 꼽는 것이다. 전 세계 물 센터는 물 관련 정책, 규범, 재해, 정보, 훈련에서 지하수, 열대림, 관개에 이르기까지 물을 연구하고 관리하고 활용하는 일을 지구촌 곳곳에서 펼치고 있다. 유네스코가 추구하는 방향에 맞추어.
지난해 12월 7일, 한국 최초의 물 분야 카테고리2 센터 설립을 위한 협정 서명식이 유네스코 본부에서 개최되었다. 정식 명칭은 ‘물 안보 및 지속가능 수자원 관리를 위한 국제 연구교육센터’. 유네스코와 함께, 전 세계 물 센터들과 더불어 물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가능성을 열기 위한 활동을 올해부터 펼치게 된다. 서명식에서 이리나 보코바 사무총장은 한국의 센터에 특별한 주문을 했다. 물 분야에서 국제사회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인 불평등이라는 장벽을 낮추기 위해 한국의 센터가 무엇보다 개도국의 역량 강화를 위해 앞장서 달라고.
유네스코 무대에서 무엇을 하든 한국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한국이 하면 제대로 하고, 한국이 하면 효과가 크다는…. 지구가 맞은 물의 위기. 유네스코를 중심으로 이 거대한 과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노력에 한국의 물 센터가 역할을 잘 해주길 바란다. 주위의 기대가 크다.
이선경 주유네스코 대한민국대표부 주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