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렬여고 CSI 동아리 활동 후기
우리의 긴 여정은 자그마한 질문 하나에서 시작되었다. ‘어떻게 하면 통영의 길거리를 깨끗하게 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비슷하면서도 또 서로 다른 5명이 모여 ‘브라보’(Bravo)라는 팀을 결성했다. 사소한 일 하나라도 ‘브라보!’라는 소리가 나올 수 있도록 해내자는 우리의 굳건한 다짐이 우리 팀을 의미하는 팀명이 된 것이다. 우리의 긴 여정은 ‘2015 브릿지 투 더 월드(BTW) 8기’로 활동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 BTW는 통영RCE가 청소년들을 위해 진행하는 유네스코 ESD 공식 인증 프로젝트의 명칭이다
BTW 활동
통영은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길거리에 불법 투기된 쓰레기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우리는 이 광경이 너무나 안타까워, 한번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해결방안을 찾던 중, ‘쓰레기 무단투기 지역에 꽃밭을 조성해보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나왔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이미 ‘게릴라 가드닝’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곳에서 시행되고 있었다. 게릴라 가드닝이란 정원사가 법적 권리나 사적 소유권을 갖지 못한 땅에 정원을 가꾸는 일을 말한다.
우리는 평소 불법 투기가 많이 일어나는 학교 앞, 공용주차장 인근에서 게릴라 가드닝을 실시했다. 일주일을 주기로 관찰해 본 결과, 불법투기되는 쓰레기 양이 확연히 줄어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후 시청 환경과장님의 도움으로 항남동에서도 게릴라 가드닝을 실시할 수 있었다. 게릴라 가드닝을 한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쓰레기 투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깨끗한 거리를 위해 이러한 활동을 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시민들이 인식하고, 소수의 사람들일지라도 불법투기에 대한 생각을 바꾼다면 이 활동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호주 해외탐방
1년간의 활동 후 우리는 2016년 해외탐방단에 선정돼 4박 7일 동안 호주 시드니에 다녀왔다. 통영의 환경을 깨끗하게 만들어가겠다는 우리의 의지와 노력들이 해외탐방의 기회를 준 것 같아 뿌듯했다.
시드니 탐방은 많은 걸 얻어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호주 사람들에게 시민의식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어릴 때부터 환경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기 때문에 자연환경을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배어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우리가 관찰한 결과, 거리에 무단투기되는 쓰레기는 적었으며, 스스로 길가의 쓰레기를 주워 쓰레기통에 넣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정말로 그들에게 자연은 함께 공존하는 존재였다. 환경에 대해 늘 생각하고, 환경을 살리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당연하다는 듯이 실천하고 있었다. 이를 보며 환경은 한두 명이 노력하여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환경에 대한 가치관을 확고히 갖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CSI 첫 활동
1년간의 BTW 활동으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웠고, 이러한 배움을 이어가고자 하는 마음에서 자율동아리를 창설했다. 동아리의 명칭은 CSI, ‘Clean Street In Tongyeong’의 약자로 ‘통영의 길거리를 깨끗하게 하자’라는 의미이다. CSI 동아리에는 BTW 활동을 같이 했던 5명과 더불어 우리가 졸업을 하더라도 이 활동을 지속시켜나갈 1학년 3명이 함께 참여했다.
우리 CSI는 첫 번째 활동으로 충렬여중고에서 환경교육을 실시했다. 2016년 4월 실시된 충렬여고 환경교육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적·의식적 방안을 제시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 진행하였다. 뒤이어 6월에 실시된 충렬여중 환경교육에서는 지구의 쓰레기 문제와 이로 인한 여러 피해 사례, 통영의 길거리 실태를 전하며 학생들이 실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감소 활동을 소개하고 일상 속의 실천을 강조하였다.
처음 동아리 활동으로 학생들 앞에 섰을 때는 부담스럽기도 하고, 내용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고민도 많이 했다. 학생들의 호응을 얻기 위해 평소 흥미로웠던 선생님들의 수업방식을 벤치마킹해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려 노력하니 예상보다 반향이 커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월평초・남포초 환경교육
그후 우리 동아리는 이웃에 있는 원평초등학교 5, 6학년을 대상으로 환경교육을 실시하게 되었다. 처음 초등학교에 환경교육을 하러 갈 때, 초등학생과 눈높이를 맞추며 수업하는 게 힘들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분리수거와 쓰레기 문제 등에 대한 수업과 에코필통을 꾸미는 활동을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생각이 백팔십도 바뀌었다. 환경교육을 해주러 간 입장이었지만, 수업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는 우리가 아이들에게 환경교육을 받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초등학생이지만 분리수거를 실천하고, 환경을 염려하는 모습에서 우리 또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지난해 12월에는 통영 남포초등학교에서 전 학년을 대상으로 환경교육을 실시했다. ‘초록지팡이’ 환경 사이트를 이용해 환경교육을 하고, 친환경적인 에코 필통을 만드는 시간을 가졌는데, 아이들이 수업도 잘 듣고 활동도 열심히 해줘서 기뻤다. 교육을 마치고 아이들에게 ‘환경을 보호하려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발표하게 하자 분리수거, 컵으로 양치질하기 등 여러 가지 활동들로 답하는 것을 보니 뿌듯하기도 했다.
브라보, CSI!
우리 CSI가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환경교육에 나서는 것은 어릴 때부터 환경교육을 받는 것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에 있어서 가장 기본은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는 활동과정에서 몸소 느낀 것들을 항상 마음에 새기며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갈 것이다. “브라보, CSI!” 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말이다.
CSI(김희지, 최윤영, 박미현, 양재령, 이현정, 김도희, 박진, 임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