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년간 나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부위원장 일을 맡았다. 이 일을 막 시작한 2011년, 큰 포부를 가지고 당시 정우탁 본부장에게 한국위원회의 비전, 프로그램과 일하는 방법 등을 A4 용지 한 장에 요약해 주었고, 정 본부장 주선으로 몇몇 팀장과 면담과 토론을 하면서 여러 가지를 당부하던 일도 생각이 난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사실 이러한 작업은 굳이 부위원장이 나서 챙길 일은 아니었다. 이런 면에서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서의 지난 6년은 내게 적극성과 진정성이 녹아 있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은 개인적으로는 사회학자들이 거론하는 ‘인생의 황금기’라고 하는 65세 이후의 6년이었고, 몇 년간 나를 무척 바쁘게 만들었던 세계물포럼 관련 일이 마무리되는 시점이었기에 유네스코의 일 속으로 사뿐히 안착할 수 있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부위원장의 공식적인 역할은 매년 네 차례의 집행위원회를 주관하고 몇몇 공식 행사에 연사로 서는 일이다. 나는 집행위원회 회기 동안 전문가 위원들과 여러 기관의 당연직 위원, 정부 측위원들로 구성된 집행위원들에게 상호 협업이라는 원칙을 꼭 알리고 싶었다. 또한, 회의에 참석한 정부 측 간부들에게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같은 기관과 협업을 하면 정책 결정은 물론 정책 이행에 있어서도 시너지가 더 커진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 대한 이러한 ‘이유 있는’ 자부심 때문이었을 까. 어느 해인가 한 외교부 직원이 한국위원회 직원들의 외국 회의 참가 관련 복지 문제를 거론하며 ‘공무원과 맞먹는 위상’이라고 놀란 듯 지적했을 때, 의장인 내가 발끈했던 기억도 있다. 한편으로 한국위원회의 팀장급 이상 직원들에게도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저 네모 칸을 하나씩 채워 가듯 매년 똑같은 일을 반복하지 말고, 집행위원들과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그 풍부한 아이디어와 경험을 한국위원회의 프로그램에 녹여내 더 알차고 파급력이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집행위원회는 물론, 각 분과 위원회에서 언급되는 의견이 한국위원회의 프로그램과 활동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직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은 바로 ‘우리 내부의 진정한 결속력’을 다지자는 것이다. 결속력이란 공감되는 비전을 갖고 이를 펼치는 신나는 행동이 있을 때 만들어진다. 입사하기 어렵다는 이곳에서 일을 시작했다면, 유네스코의 평화 정신으로 무장하여 내 삶을 조금이라도 더 값지게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나의 일이 곧 유네스코 가치관의 반영이라는 공감대를 본부장과 팀장은 물론전 직원이 공유하기를 바란다. 이를 합의하고 이행할 때, 내부 결속력은 자연히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지속가능발전교육에서는 개인의 자존감을 중시한다. 각자가 자존감이 있을 때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은 자존감이 있는 실체로 인정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주체들이 모인 사회 속에서 진정한 공존이 가능해진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구성원들이 모두 이러한 자존감으로 무장하여 한국위원회 공동체의 공존을 이루어 가기 바란다. 바로 이것이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지속가능발전 배움터의 실체가 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배기동, 박흥순, 변상경, 신승운, 안미리, 이재연, 한경구, 홍기택 집행위원들과 나눈 6년간의 귀한 시간의 연을, 나는 이제부터 ‘유네스코 프렌즈’(UNESCO Friends)라는 이름의 모임으로 이어갈 것이다.
박은경 통영지속가능발전교육 재단 이사장
박은경 통영지속가능발전교육 재단 이사장은 물과 환경, 교육 등 유네스코의 관심 분야에서 다양하고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 온 문화인류학자다. 박 이사장은 그동안 한국물포럼 총재, 외교부 수자원 대외직명 대사, 세계물위원회 집행이사, 환경정의시민연대와 여성환경연대 공동 대표, 대한YWCA연합회 회장, 세계YWCA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2012년부터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