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온 편지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파키스탄 여성들이 배움의 기회를 얻고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분야드문해협의회,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날과 공동으로 브릿지 파키스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 교육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바꾸어 나가는 학습자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2016년 기준으로 파키스탄에는 전체 여아의 49%를 포함하여 학교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청소년 수가 2200만 명에 달합니다. 이 중 약 1000만에 가까운 청소년들이 펀자브 주에 있습니다. 브릿지 파키스탄 프로젝트는 펀자브 주의 여성·여아들에게 문해교육을 실시하는 분야드문해협의회(Bunyad Literacy Community Council, BLCC)와 협력하여 문해교육과 직업훈련 사업을 펼치며 여성들이 자존감을 되찾고 경제 활동을 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자신의 삶을 주도하기 위해 노력 중인 두 학습자 파빈(Parveen)씨와 살마(Salma)씨를 만나보았습니다.
“우리 딸도 커서 선생님이 되면 좋겠어요”
서른다섯 살의 파빈 씨는 지금까지 한 번도 공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 글자를 전혀 몰랐던 파빈 씨의 동네에 세워진 지역학습센터에 성인을 대상으로 문해교실이 열린 것은 굉장한 행운이었습니다. 그런데 시댁 식구들은 여자인 파빈 씨가 교육을 받는 것을 극구 반대했고, 파빈 씨는 첫 수업조차 참여할 수 없었습니다.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지역학습센터 선생님들은 파빈 씨가 수업에 나올 수 있도록 꾸준히 파빈 씨의 집을 방문해 남편을 설득했고, 다행히 파빈 씨는 문해교육과정에 등록할 수 있었습니다.
어렵사리 얻게 된 기회로 누구보다 열심히 수업에 참여한 파빈 씨는 이제 이야기책이나 편지는 물론 신문, 공과금 고지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여성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고, 지금은 초등학교를 중퇴한 열세 살짜리 딸 무나짜(Munazza)도 계속해서 학업을 이어나가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배움의 길로 이끌어준 지역학습센터 선생님처럼 딸도 장차 선생님이 되어 다른 사람들을 돕길 바란다는 파빈 씨는 지역학습센터 재봉교실에도 등록해, 가족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데 일조하며 커다란 보람을 느낍니다.
“우리 가족을 바꾼 컴퓨터 교육”
살마 씨는 다른 파키스탄 여성보다는 비교적 무난한 삶을 사는 편이었습니다. 아버지에게 지병으로 인한 마비 증세가 찾아와 어느 날 갑자기 생업을 이을 가장이 부재한 상황이 닥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동생만 여섯 명을 둔 살마 씨는 장녀로서의 책임이 막중했고,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결국 다니던 학교를 그만둬야 했습니다. 하지만 가정부 일을 하는 어머니와 함께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벌어들이는 수입은 살림살이에 충분치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던 중 분야드 지역학습센터가 개설한 디지털 허브 교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디지털 허브 교실은 브릿지 파키스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열악한 환경의 시골에 거주하고 있는 소녀들에게 컴퓨터와 인터넷 교육 및 디지털 기기 활용법을 무료로 제공하는 강좌입니다. 학교를 다닌 적이 있어 글을 알고 있었던 살마 씨는 빠르게 디지털 기술을 습득했고, 이윽고 병원에서 직장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양질의 직업을 얻은 살마 씨는 이전보다 훨씬 안정적인 수입을 버는 것은 물론이고, 아버지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제도나 정보도 스스로 찾을 수 있습니다. 살마 씨의 반 친구들도 이 수업을 통해 정말 많은 도움을 얻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인생을 바꾼 브릿지 프로젝트가 선물과도 같다고 말하는 살마 씨는 자신이 경험한 것처럼 동생들도 더 나은 내일을 꿈꾸길 희망하며 동생들이 지역학습센터에 등록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교육을 통해 ‘내 것’이 되는 삶
두 학습자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브릿지 파키스탄 프로젝트는 교육에 참가한 여성 개개인은 물론, 여성 및 여아 교육에 대한 사회의 시선과 환경까지도 바꿔 나가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은 작은 지역사회에서 성장한 여성일수록 학습에 대한 주변의 지지를 받지 못하여 독립된 개인으로서 주도적인 삶을 살기가 어려운 곳입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브릿지 파키스탄 프로젝트를 접한 사회 구성원이 엄마와 딸의 교육에 관심을 기울이고 여성의 교육에 대한 기대가 높아져, 결과적으로 모든 가족의 삶의 수준이 향상되고 있다는 사실은 참 고무적인 일입니다. 앞으로도 브릿지 프로젝트는 더 많은 여성이 글을 읽고 경제 활동에 참여하도록 도움으로써 자존감과 자신감을 높이는 한편, 긍정적인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지하겠습니다.
여수진 브릿지팀 Y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