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위 교육나눔 현장 ‘동티모르 과학교사… 워크숍’ 속으로~
국가 나이 ‘열두 살’짜리 동남아시아의 작은 섬나라에서 유네스코한국위원회(한위)의 ‘교육나눔’이 꽃을 피우고 있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동티모르 수학-과학교사 역량강화 워크숍’이 그것(상자기사 참조). 쉽게 풀이하자면 이 워크숍은 ‘좀 더 먼저 깨우친’ 대한민국 수학-과학 교사들이 ‘더 잘 가르치기를 원하는’ 동티모르 교사들과 만나 경험과 노하우를 전하고 가르침과 배움의 기쁨을 나누는 자리이다. |
한위는 지난 8월 11일부터 일주일간 동티모르 수도 딜리 인근 지역에서 현지 교사 및 과학교육 관계자 등 7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수학-과학교사 워크숍을 진행했다. 워크숍은 국내 과학 교사가 이틀간 진행요원을 트레이닝한 뒤 이들과 함께 현지 교사들을 상대로 과학 관련 실험실습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열악한 여건 때문에 현지 과학교사 대부분이 수학 과목도 함께 가르친다). 이번 워크숍에는 동티모르국가위원회 요청에 따라 지구과학 전문가로 서울 휘봉고 방미정 교사가 파견돼 실습 및 시연 등에 참여했다.
워크숍에 참가한 현지 교사들은 청소년 못지않은 호기심과 열기로 강연장을 후끈 달궜다. 제자들을 위해 기꺼이 배움을 자청한 동티모르 교사들. 커트 가브리엘슨 유네스코 동티모르위원회 과학교육 자문관의 도움으로 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지 교사들 가운데 2년 연속 워크숍에 참가한 수르얀티 씨(비케케 공립중앙학교 교사)와의 인터뷰를 지면에 옮긴다.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저는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난 수르얀티라고 합니다. 인도네시아의 한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는데, 동티모르 출신의 남편을 만나 결혼 후 동티모르가 독립하던 2002년에 동티모르 중앙에 위치한 비케케로 옮겨왔습니다. 지역 사회의 기반시설이 거의 파괴돼 일상생활조차 어려웠던 그때, 지역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중학교 수학, 과학 교과를 맡아 폐허가 된 마을 회관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교사 경력이 전무했던 저에게 가르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결혼 후 제2의 고향이 된 동티모르의 현실을 외면할 수도 없었지요. 그래서 인도네시아에 연락해서 급히 교재를 구해와 밤낮으로 따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로 지역에 학교 건물이 새롭게 생기면서 자리를 옮겨와 지금까지 교사 생활을 해오고 있어요.”
이번 워크숍은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동료 교사들을 통해 유네스코에서 진행하는 교사 연수 활동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작년 12월에 있었던 워크숍에 처음으로 참석했었죠. 그때 워크숍에 와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고,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포르투갈어로 쓰여진 교과서에 테툼어(현지 공용어) 해설만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했던 현실을 감안하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과 마찬가지였지요. 워크숍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교보재를 활용해 직접 실험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어요. 그 덕분에 확실하게 교육 내용을 습득해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고요. 작년에 워크숍에서 배웠던 내용을 토대로 학생들에게 가르쳤더니 반응이 좋아서, 올해도 워크숍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살고 계신 곳의 교육 환경에 대해서 간단히 말씀해주세요.
“제가 있는 비케케는 수도 딜리에서 6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데 교통편이 열악해 과학교육 관련한 정보나 기자재를 구하기가 여의치 않습니다. 비케케 사람들은 교육을 통해 미래 세대가 보다 풍요로워 질 수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해서 늘 고민입니다. 그래서 학교 현장의 교사들이 우선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를 위해서 방학 때마다 동티모르 교육부가 실시하고 있는 교사 인증 워크숍에 참가해오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저와 같은 과학교사에게 가장 적합한 워크숍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지원하는 과학교사 역량 강화 워크숍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교사 워크숍에 참여하시기 전에 별도의 연수를 받은 경험이 있나요.
“제 주변에 있는 경험이 풍부한 교사들을 통해 약간의 노하우를 전수 받은 것 이외에 공식적인 연수를 받았던 적은 없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멀리서 교재를 구해 와 독학하거나 동료 교사들과 가르치는 내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과학교사 워크숍에 참석하게 되면서 ‘비싼 물품이 없어도 충분히 과학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교실 뒤편의 바나나 나뭇잎과 식당의 은박지를 활용해 광합성 실험을 할 수도 있고, 비닐봉지에 물을 담아 확대경처럼 사용하면 길가의 작은 돌들을 이루고 있는 광물들을 관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죠. 저뿐만 아니라 학교의 모든 학생들도 다양한 자연 현상과 이론을 간단한 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에 커다란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앞으로 개선하면 좋겠다고 느낀 점이 있다면.
“방학 기간이 길지 않은 탓에(동티모르는 3학기제이며, 학기마다 길게는 2주 정도의 방학이 있음) 일주일간 진행되는 워크숍이 짧게만 느껴집니다. 앞으로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주요 실험 이외에도, 미처 실험하지 못한 나머지 내용들도 다 다룰 수 있으면 좋겠어요.
또한 워크숍에 참석한 다른 교사 및 진행요원들과도 지속적으로 교류하면서 더 나은 교과과정을 함께 연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동티모르의 교육 발전을 위해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바로 동티모르의 미래니까요. 학생들과 더 많은 것을 교감할 수 있도록 제 스스로 교사로서 역량을 더욱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또한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배웠던 내용들을 학생들에게 잘 전달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학생들과 함께 더 나은 실험 예제를 만들어나가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동티모르의 과학교육 발전을 위해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정리=이동현 브릿지 2팀
동티모르 과학교사… 워크숍은 현지 교사에 맞춤형 강습 제공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개도국 과학교육 역량강화’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11년부터 유네스코동티모르위원회와 함께 현지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동티모르 교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현지 교과 과정에 맞춘 실험실습 위주의 체험형 훈련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한위의 지원으로 K-STA(한국과학교사협의회) 소속 교사 및 대학교수 등이 매년 워크숍에 파견돼 진행요원(교사) 훈련 및 실험 시연 등을 맡고 있다.한위는 신생국가인 동티모르가 한국의 경험을 토대로 학교 과학교육을 활성화하고, 더 나아가 과학을 통해 국가 발전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워크숍 개최 및 국내 전문 교사 파견, 과학실험도구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펴고 있다. |
동티모르는? 60년 전 한국과 닮은꼴 나라 통티모르는 인도네시아와 호주 사이에 있는 ‘티모르’섬의 동부에 위치한 나라다. 면적은 1만 4874㎢로 우리나라 강원도보다 약간 작다. 400여 년간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다 1975년 독립을 선포했으나, 이듬해 인도네시아에 강제 병합된 후 끈질긴 투쟁 끝에 2002년 5월 독립국가로 탄생했다. 국민투표를 거쳐 인도네시아로부터 분리되는 과정에서 테러, 내전이 빚어져 유엔 다국적군(후일 평화유지군)이 현지에 파병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상록수 부대도 그 일원으로 파병된 바 있다. 동티모르는 독립 직후 12개국과 수교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우리나라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의 인연도 깊다. 한위는 ‘수학-과학 교사 역량강화 워크숍’과 같은 ‘교육’ 분야뿐만 아니라 ‘문화’ 분야에서도 동티모르와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동티모르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오른 영상기록 <국가의 탄생>(2013년 등재)은 한위가 2011년 개최한 ‘세계기록유산 아태지역 등재훈련 워크숍’을 통해 등재신청서 작성 및 보완이 이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