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츠와나 마오타테 지역학습관 현장스케치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보츠와나에서 지역학습관 건립을 포함한 브릿지 아프리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관계자들이 마오타테 지역학습관 현장 방문을 실시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이번 방문의 내용과 성과를 전한다.
후원업무 담당자가 현장을 직접 살펴보는 것의 중요성은 여러 전문가와 후원단체들이 강조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간 여러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이를 실천에 옮기기가 쉽지 않았기에 이번 현장 방문은 더욱 소중하고 값진 경험이었다. 이번 방문은 지역학습관 개소식 참석과 수업 참관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의 인적·물적 네트워크의 역할을 살펴보고, 보츠와나 실무자들이 문해교육과 더불어 지역현장수요에 맞춘 교육활동을 어떻게 추진하며 추진할 예정인지를 공유하는 브릿지국가위원회 워크숍에 참석하는 것으로 구성됐다. 더불어 브릿지프로젝트와 관련 있는 여러 기관과 단체들로부터 현장의 목소리도 담고자 했다.
현장방문단은 수도인 가보로네에서 차량으로 1시간 이상을 달려 퀘넹 지역의 마오타테 마을로 향했다. 방문길의 차창 밖 도로 양옆에서는 염소, 노새, 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어 먹고, 때때로 도로를 횡단하고 있었다. 행여 사고라도 날까 심장이 벌렁거리는 필자와 달리, 운전을 맡은 보츠와나 기초교육부 소속의 직원은 여유를 보이며 앞차를 추월하여 쌩쌩 달려만 간다. 차는 1시간 이상을 달려 퀘넹지역에 있는 마을로 접어들어 비포장 흙길 도로를 거침없이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비가 오는 날엔 어떻게 차량과 사람이 이 흙길을 다닐 수 있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이곳은 겨울과 여름에 강수량이 적은 건조한 지역이고 연중 비도 많이 내리지 않아서 질퍽한 길을 걱정할 필요조차 없는 듯했다.
11월 5일에는 ‘유네스코 브릿지 아프리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보츠와나 마오타테 마을에 어린이들의 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지역학습관 개소식이 열렸다. 마오타테 지역학습관은 유네스코 평화예술인(Artist for Peace)인 소프라노 성악가 조수미 씨의 ‘조수미 유네스코 교육 나눔 자선콘서트’ 수익금 5천여 만원을 포함해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모금한 후원금으로 지어졌다. 이번에 개소한 마오타테 지역학습관은 지역 아동과 성인 80여 명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흥겨운 마음으로 새로운 건물에서 여러 교육활동을 기대하고 축하하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개소식은 하나의 성대한 마을잔치였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마을 주민 300여 명이 참석해 오전 시간에 기념식을 열었고, 이후 마을 주민 공연과 교육활동에 대한 바람을 담은 아이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행사는 점심때까지 이어져 참가자들은 다함께 점심식사를 하며 잔치를 마무리했다. 유네스코보츠와나위원회의 꼬시 푸소 가보로네 위원장은 “센터 건립으로 어린이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에게 양질의 교육 지원이 가능해졌다”면서 “보츠와나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 프로그램 운영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역시 답사를 통해 소프라노 조수미의 “학교는 사회에서 성공에 필요한 것을 가르치며 문화와 예술에 대한 즐거움을 키우고 아이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더불어 유네스코 지구촌 교육나눔의 결실이 앞으로 지역사회의 힘을 통해 지속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음을 자축하고 마오타테 마을이 교육 소외지역에서 벗어나 밝은 앞날을 만들어 가기를 기원했다.
개소식 이후 실제 수업이 진행되는 모습을 살펴보고자 다시 지역학습관을 찾았다. 아이들이 밝은 모습으로 수업에 참가하는 현장은 생동감이 넘쳤다. 어둡고 좁은 곳에서 힘들게 공부하는 대신, 밝은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창문과 넓은 공간에 배치된 책걸상이 있는 교실에서 한껏 맑은 눈으로 수업에 참가하는 활기찬 아이들의 모습은 정말 보기 좋았다. 이날 수업을 진행한 교사는 아이들에게 지역학습관의 설립에 도움을 준 여러 사람들을 소개했다. 건물 벽에 붙인 후원안내 현판 앞에서 조수미 씨를 비롯한 한국 후원자들의 지원을 설명할 때 아이들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귀를 기울였다. 또한 마을 성인학습자들이 교실 앞 현판의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 박수와 환호를 보낼 때는 그간의 힘든 과정을 이겨내며 이곳에 후원을 한 우리 모두의 마음이 그들에게 그대로 전해진 느낌이었다.
공사가 지체돼 당초 기획한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지 못해 2020년 사업 종료 전까지 이를 보완할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지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쾌적한 교실과 수세식 화장실, 마을에서 자체적으로 설치한 놀이시설이 있는 마오타테 지역학습관이 보츠와나 전체에서도 모범적인 시설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지역학습관의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 중앙정부, 지방정부, 지역사회가 함께 여러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 역시 이번 프로젝트가 일회성의 지원이 아니라 현지의 역량을 키워주는 국제교육개발협력 모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송종진 개발협력팀 수석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