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지난 8월 27일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함께 ‘유네스코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에 관한 협약 국제 컬로퀴엄’을 개최했다. ‘유네스코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에 관한 협약’(이하 문화다양성 협약)에 대한 아태지역 국가들의 이행 현황을 짚어보고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돌아본 강연과 열띤 토론 현장 모습을 전한다.
서울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열린 이번 컬로퀴엄에는 한국을 비롯해 호주, 파키스탄, 몽골, 일본, 싱가폴,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온 총 14명의 전문가들이 열정적인 발표와 토론을 펼쳤으며 국내 관계자들도 다수 참가했다. 기조발제를 맡은 남호주대(University of South Australia) 저스틴 오코너 교수는 “협약에서 목표로 하는 문화를 통한 발전은 GDP로 측정할 수 있는 발전이 아닌 지역 현실에 뿌리내린 온전한 인간 발달을 목표로 하는 것이었으나, 창의경제분야의 발전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문화산업에서 문화적 가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짚어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주제세션에서는 유네스코 베이징사무소의 히말출리 구룽 문화담당관이 ‘문화다양성 협약의 아태지역 이행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구룽 담당관은 “지금까지 협약에 가입한 146개 협약당사국 중 아태지역 국가는 15개국뿐”이라고 지적하며, “아태지역에서 협약 이해 증진 및 이행 강화를 위한 회원국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의 살만 아시프 전 UN자문관은 협약 이행의 의무를 가진 이들의 올바른 이해와 이행을 강조하며 “누구도 문화다양성 협약 이행에서 뒤쳐지지 않도록 다양한 사회 집단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영화진흥위원회 도동준 팀장은 산업정책적 측면에서 성공적으로 보이는 한국영화산업의 이면에 가려진 독과점 현상, 예컨대 상영관 점유율 1~3위 영화가 전체 상영관의 80%를 차지하는 현상을 지적하며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증진을 위한 국내 차원의 도전과제를 짚어보기도 했다.
두 번째 주제세션에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의 발표가 이어졌다. 이 교수는 “한국은 협약 위원국으로서 정부간위원회에서 아태지역 국가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아태지역 전문가 역량강화, 민간단체 교류지원, 아태지역 내 문화다양성 관련 주요 의제에 대한 논의 및 결과 공유 등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양 에밍 북경사범대학 교수는 중국내 창의산업 발전의 목표와 이행현황을 공유했고, 프리마 아르디아니 인도네시아 교육문화부 팀장은 2011년 인도네시아의 협약 비준 이후 시민사회단체와 국가전문가, 학자 등 다양한 전문인력을 포함한 작업반을 조직하는 등 인도네시아 정부가 추진 중인 협약 이행 노력 사례를 소개했다. 보디바타르 직지드수렌 몽골 문화정책 컨설턴트는 소련형 문화정책을 기반으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에서 시작한 몽골의 문화정책 역사를 소개하며, 소련체제 붕괴 이후 겪은 몽골 내 문화기관의 극심한 민영화 과정과 정치적 리더십 부족, 정치 불안 사태 등 문화다양성 협약의 원활한 이행을 어렵게 하는 여러 현안을 공유했다.
이어서 열린 토론에서는 참가자들의 더욱 허심탄회한 논의가 펼쳐졌다. 참가자들은 문화다양성 협약에 대한 인식 부족 혹은 오해 등 아태지역 국가들이 협약의 이행 과정에서 겪고 있는 현실적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또한 투명성이 부족하거나 전제적 국가시스템 때문에 공정한 접근이나 자유로운 이동성이 제한된 국가의 사례, 문화다양성 협약 이행을 위한 선결조건인 기본적인 인권 자체가 보장되지 않는 국가의 사례도 언급했다. 참가자들은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아태지역 국가들이 문화다양성 협약을 비준하고 이행하는 데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협약에 관한 오해를 불식하고 이해를 넓혀 나가기 위해 아태지역 리포트 발간 등을 포함한 꾸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문화다양성 협약에서 다룬 ‘문화산업’의 세부 분야에 ‘공예’가 누락된 점을 지적하며, 이는 문화다양성이 서구적 시각에서 다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에 문화산업의 상당 부분이 ‘공예’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아태지역 및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지역 국가들과 협력하여 문화다양성 협약에 공예부분을 포함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데 많은 참가자들이 동의했다.
준비한 토론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열정적인 토론을 이어간 참석자들은 끝으로 이날의 자리가 단발성 모임으로 끝나지 않도록 모임의 정례화를 건의했고, 이를 위한 한국의 적극적인 지원과 참여를 당부했다.
신소애 문화팀 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