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스케치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유네스코방콕사무소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외교부, 교육부, 경상북도 및 경주시가 후원한 유네스코국가위원회 아태지역 총회가 9월 19일부터 21일까지 경주에서 열렸다. 아태지역 47개 국가위 중 30개 국가위 사무총장과 직원들이 모인 이번 회의에서는 아태지역 유네스코 국가위원회의 역할 강화 및 유네스코 활동 촉진을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국가위원회, 친구로서 힘을 모으다
같은 고민을 하는 비슷한 처지의 친구와의 만남은 언제나 반갑다. 구구절절하게 배경을 설명하지 않아도 마음을 알아주고,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으니 서로 깊이 공감해준다. 그러니 좋을 수밖에.
지난 9월 19일부터 21일까지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유네스코국가위원회 아태지역 총회’가 바로 그런 반가운 만남의 자리였다. 이 자리에 모인 100여 명의 참가자들은 각자의 고민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친목을 다지면서 서로 공감의 폭을 넓혔다.
현재 전세계 201개국에 유네스코 국가위원회가 있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는 47개국이 국가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국가위원회 제도를 갖고 있는 UN 기구는 유네스코가 유일하지만, 정부간기구이자 수많은 파트너기관이 있는 유네스코 내에서 국가위원회의 역할은 종종 평가절하되기도 한다. 중요한 의제들이 국가위원회를 건너뛴 채 설정되고, 자국 내 유네스코 관련 활동이나 여타 기관 및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이 국가위원회를 배제한 채 체결되기도 한다. 유네스코 내에서 국가위원회가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지만, 국가위원회의 중요성에 대해 스스로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 잊혀지는 상황이 생길 때마다 좌절감이 들기도 한다. 특히, 올해 상반기 공개된 유네스코의 개혁 과정에서 국가위원회가 소외된 것은 큰 이슈가 되었다.
고민 나누고 결속 다진 자리
이번 회의에서 참가자들은 국가위원회 운영 및 활동과 관련해 공통으로 안고 있던 고민과 전략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풀어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국가위원회 간 그리고 국가위원회-지역사무소 간 협력 전략을 비롯해, 유네스코 개혁에 국가위원회가 기여할 수 있는 방안, 국가위원회 기능에 관한 가이드라인 등 주요 이슈들에 대해 심층 토론했다. 국가위원회가 유네스코 사명의 실현에 적극 기여하기 위해서는 회원국 정부의 지원뿐만 아니라 유네스코 본부가 국가위 운영 지침을 최근 상황에 맞게 갱신할 필요가 있음을 다수 참가자가 지적하였고, 유네스코 신규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유네스코 국가위원회’에 관한 교육훈련의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또한, 유네스코 사무국 담당자로부터 유네스코의 개혁 과정에 대한 상세한 업데이트와 추후 사업 및 예산 수립 방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유엔의 개혁이 유네스코 개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토의하는 시간도 가졌다. 유네스코 본부 국장 및 담당관은 유네스코가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 9개 목표에 직접 기여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국가위원회는 소통과 가시성 제고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배타적 민족주의가 고조되는 오늘날 상황에서 아태지역 국가 간 우호와 결속을 제고하는 데 국가위원회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를 위해 더 많은 교류 사업을 추진하고 지역회의를 정례화하자고 제안했다. 지난 6월 케냐에서 열린 제5차 유네스코국가위원회 총회 당시 아태지역 소그룹 토론에서 제기되었던 이슈들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된 본 논의들은 회의 마지막 날 채택된 ‘경주 권고문’에 반영되었다.
국가위원회의 의의와 역할 담은 경주 권고문
경주 권고문은 국가위원회가 유네스코의 소중한 자산이자 SDGs 이행과 평화실현을 포함한 유네스코의 사명을 수행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재확인하는 한편, 국가위원회 간 공통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설립을 포함한 다양한 협력 방안을 제안하고 국가위원회 간 지역별, 소지역별 회의 개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유네스코 내 태평양 군소도서국(SIDs)의 가시성 제고와 회원국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촉구했다. 유네스코 내 국가위원회의 기여 향상을 촉진하기 위해 관련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하고, 본부 내 국가위원회 담당 부서를 부활해야 한다는 다소 구체적인 내용도 반영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10월 프랑스 파리 본부에서 열린 제205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를 계기로 열린 국가위원회 회의에서 본 회의의 주요 내용과 ‘경주 권고문’을 공유하고, 국가위원회 간 협력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많은 국가위원회에서 본 회의 결과에 대해 관심을 보였으며 아태지역 국가위원회가 기울이는 노력과 궤를 같이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역 내 공감의 폭 넓히는 장으로 자리잡길
이밖에도 이번 총회에서는 국내외 교육, 과학, 문화 분야 카테고리2센터가 주요 사업과 국가위와의 협력 방안을 제안하는 세션이 진행되었고, 각 기관별 별도의 테이블을 설치해 주요 사업을 소개하고 자유롭게 교류하는 ‘마켓 플레이스’ 세션이 열려 인기를 끌었다.
아태지역 국가위원회가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것은 2010년 경남 창원에서 유네스코 본부와 한국위원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아태지역 유네스코 사무총장 자문회의 이후 처음이다. 경주 권고문을 통해 모두가 확인하고 동의했듯이 앞으로는 이러한 만남이 더 자주, 정례적으로 성사되어 국가위원회의 중요한 역할을 통해 회원국 내 유네스코 활동이 더욱 촉진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김영은 국제협력팀 선임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