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와의 꾸준한 협력이 기후변화 이겨내는 힘”
아시아 ‘기후변화 대응’ 이끄는 ‘RICE’ 프로젝트 지구촌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과 홍수 등 심각한 재해를 입으면서도 무지와 가난 때문에 거의 대처하지 못하는 나라가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유네스코한국위원회(한위)가 4년째 진행하고 있는 ‘아시아 기후변화교육 프로젝트’(Asian RICE Project)가 지구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기후변화현상에 취약한 아시아 개발도상국이 스스로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교육 및 기술을 지원하는 활동이다. 올해부터 한위는 이 프로젝트를 ‘유네스코 브릿지 기후변화교육 프로젝트’로 개편, 시행할 예정이다. 그간 펼쳐온 아시아 기후변화교육 프로젝트 중 우수 사례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RICE란? : ‘Regional Initiative for Climate change Education’의 약자로 ‘지역주도적 기후 변화 교육’을 의미합니다. |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징후가 세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투발루와 몰디브 등 일부 섬나라 주민들이 기후난민이 되어 주변국으로의 피난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선진국에서는 기후변화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적 준비가 되어 있지만, 농업 기반 경제활동에 의존하고 있는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에서는 기술과 재원이 필요한 기후변화 대응활동에 효과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네팔의 경우가 그러하다. 네팔의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게타(Geta)지역 또한 예외 없이 기후변화로 인해 거주민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는 곳 중 하나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빈번해진 집중 강우시 대규모 산사태 발생으로 이어져 인명 피해는 물론 지역사회 농업경제에도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였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사라스와티 공립 고등학교와 지역사회는 지난 2011년부터 힘을 합치기 시작하였다. 일단 산사태로 인한 지역사회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식수사업에 착수하기로 한 것이다.
“학교 앞 비포장 도로주변과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산자락에 나무를 심으면 폭우로 인한 산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하였습니다.”
2011년부터 이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타크 라지 죠쉬(Tark Raj Joshi) 교장(56세)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식수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은 일화를 전해주었다.
“학교에 부임해 왔을 때 학교가 있어야 할 위치에 없는 거예요. 알고 봤더니 홍수 피해가 나서 원래 있던 학교 건물은 휩쓸려갔고 마을 주민들이 다른 곳에 학교 건물을 새로이 지었던 거죠. 이 일은 기후변화는 물론 삼림자원과 토양 보존에 대해 좀 더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주었고, 주민들과 함께 하는 실천적인 기후변화 활동을 기획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일반 대중이 기후변화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가지고 처음부터 식수사업에 동참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주변 경관을 푸르게 가꾸는 환경 녹화 사업임을 강조하는 일이었다.
“학교에서 먼저 지역사회에 함께 심을 묘목을 나누어주고 어디에 심었는지를 잘 표시해 두었다가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 거름도 주고 가꾸는 일을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나무들이 자라 점점 빈 공간을 메우고 주변 경관을 푸르게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사라스와티 공립 고등학교가 전개한 기후변화교육 프로젝트의 이름이 ‘푸른 게타 학교’인 것은 죠쉬 교장의 말처럼 마을 사람들이 더 쉽게 활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대안책이었다. 덕분에 이 프로젝트에는 2013년 한 해에만 10세부터 70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지역 주민 총 1500여 명이 참여할 수 있었다. 거의 모든 마을 사람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함께 만들어 나가는 지역 사회 활동의 표본을 제시하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게타 지역 마을 구성원들이 ‘녹화 사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된 이후 죠쉬 교장은 원래 생각하고 있던 구상안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빈번한 산사태가 기후변화로 인해 더욱 심화되는 과정을 찬찬히 설명하여 학생들은 물론 마을 주민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나무 심기 정도로만 생각했던 자신들의 활동이 결국 기후변화로부터 삶의 터전을 지키고 가꾸기 위한 대응책이었음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마을 주민들을 설득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렇게 반문했었죠.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던 여러분들이 나무를 심게 된 것, 이 자체가 큰 변화입니다. 한 명이 한 그루만 잘 심고 가꾸어도 큰 변화가 생긴다는 것을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죠쉬 교장의 설득과 마을 주민들의 이해가 더해져 게타 지역은 지난 2011년 이후 꾸준히 한위와 함께 기후변화교육 활동을 성공적으로 진행해오고 있는 사례로 선정되었다. 나무 심기에서 더 나아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방책으로 바이오매스를 이용하는 조리도구 개선 활동, 유기농 농산품 사용 및 판매 등의 활동을 병행했다. 그 결과 주민 200여 명이 자발적으로 바이오가스 이용 조리도구로 교체하여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에 동참하기 시작하였다. 지역 주민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죠쉬 교장의 기후변화교육활동은 지역사회 신문에 기후변화대처 우수 사례로 선정되어 소개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 3년간의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계속해서 기후변화교육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길 바란다는 말을 전하면서 다음과 같이 향후 계획을 소개하였다.
“일단은 나무를 계속 심을 생각입니다. 주변 경관을 푸르게 만들어준다는 점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강수량 변동에 대처하고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을 증진하는데 나무심기보다 더 직접적이고 저렴한 방법은 없다고 봅니다. 이와 함께 가능하다면 바이오매스
를 재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마을 입구에 설치하고 싶습니다.”
이동현 과학팀
[참여 학생 한 마디] 프라딥 다미(Pradeep Dhami), 11학년생
“내 주변뿐 아니라 다음 세대 위한 의미 있는 활동”
“우리 학교가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이전까지 저를 비롯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기후변화가 무엇이며 어떻게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전혀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교장선생님의 지도 아래 제 친구들과 함께 하는 환경 동아리(Eco Club)를 만들고 팀을 구성하여 기후변화 대응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바깥 활동과 함께 동아리 내에서는 각자가 생각하는 기후변화의 정의와 우리의 역할에 대해 심도 있는 토의를 자주 진행하였습니다.
덕분에 프로젝트 참여만으로도 ‘왜 우리가 자연자원을 보존해야 하고 기후변화 문제를 다룸에 있어 각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기후변화 대응활동이 내 주변 사람들만을 위한 문제가 아니라 다음 세대까지 생각하는 의미 있는 활동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학교가 지역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계속해서 학교와 지역사회가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하며, 저 역시 기후변화 대응활동에 책임감을 갖고 생활 속 실천에 꾸준히 앞장서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