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흘랑에니 지역학습센터 졸업식
지난해 12월 14일, 에스와티니의 작은 마을 엠흘랑에니에서 지난 1년간의 결실을 맺는 졸업식이 열렸다. 에스와티니 노동사회 보장부 장관까지 참석한 이번 졸업식에서 꼬마 유치원 친구 8명, 성인문해교실 학습자 13명, 재봉교실 학습자 8명이 졸업장을 받았다. 올 3월 이별을 앞두고, 이 졸업식을 남다른 감정으로 지켜본 주교진 PM의 인사를 전한다.
2016년 브릿지 에스와티니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부터 함께한 엠흘랑에니 지역학습센터(community learning center, CLC)가 이렇게 졸업생을 배출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무엇인가 늘 부족했고 부진했던 센터였기 때문에 약 3년동안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가장 탈이 많았던 ‘말썽꾸러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올해부터 비로소 이곳에서도 조금씩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 말, 재봉교실이 시작되면서 센터에 하나 둘씩 정기적으로 오는 사람들이 생겼고, 주민 참여가 부족해 계속 지연되던 교실 공사도 속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올해에만 멋진 교실을 2칸이나 뚝딱 완성했을 정도이지요. 최근에는 전기배선교실이 시작되면서 센터를 찾는 청년들도 많아지기 시작해, 조용하기만 했던 센터에는 점점 시끌벅적한 활기가 느껴지고 있습니다. 밤이나 낮이나 센터 일이라면 발벗고 나섰던 마을운영위원회 의장과 에스와티니의 지역개발 담당자의 지극정성이 드디어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엠흘랑에니 CLC의 변화를 가까이서 지켜본 제게도 이번 졸업식은 특별했습니다. 예쁜 졸업 가운을 입고 행진하는 유치원 친구들, 직접 만든 드레스를 멋지게 차려입은 재봉교실 학습자들, 자기 이름이 불릴 때마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달려나와 졸업장을 받는 학습자들의 모습이 여러모로 감개무량했습니다. 브릿지 에스와티니 프로젝트가 없었다면 이들은 아직 자기 이름 석 자도 쓰지 못했을지도 모르고, 이토록 멋진 치마를 지어 입는 법도 몰랐을 것입니다. 브릿지 사업을 통해 최근 재봉교실 실습생 3명은 자격증 시험에도 응시하였고, 유치원 교사를 비롯한 문해교실 강사도 최근 개인 학업을 병행해 학위 수료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일어나는 이런 크고 작은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야말로 국제개발협력 활동가에게는 가장 달콤한 순간이 아닐까요?
브릿지 에스와티니 프로젝트는 제게는 마치 제 자식 같은 느낌을 줍니다. 2016년 3월, 에스와티니에 처음 발을 내딛던 그날부터 지금까지, 약 3년이라는 기간동안 이 프로젝트를 위해 정말 열심히, 또 열심히 달려 왔습니다. 국별위원회 조직부터 센터 선정 과정, 센터 운영을 위한 다양한 업무를 다루는 과정에서 좌절과 실망을 경험하기도 했고, 소방관처럼 화재 진압을 위해 달려들어야만 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브릿지 생각으로 가득 차 무겁다 못해 뜨거운 머리를 안고 쉼 없이 달려오다보니 어느덧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있었 습니다. 올 3월을 마지막으로, 한참 성장하고 있는 세살배기 브릿지 에스와티니 프로젝트를 두고 떠난다는 생각에 벌써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그동안 지나온 여정을 돌이켜 보면, 저의 3년은 정말 노부흘레(Nobuhle, 주교진 PM의 현지 이름)로서 현장에 푹 빠져 지낸 시간이었습니다. 꼬깃꼬깃 신문지에 곱게 싸서 마을에서부터 이곳 수도까지 전달돼 온 엠흘랑에니 마을의 레몬들도, 구게자 CLC 학습자들이 서툰 바느질 솜씨로 각자 역할을 나눠 완성한 원피스도, 은궁위 CLC 방문 때마다 저를 위해 싸 주시던 맛있는 치킨 한 조각 도, 벌써부터 제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고 이곳을 그리워하게 만듭니다.
매일매일이 아름다울 수만은 없는 과정이었지만, 제 인생에 너무나도 특별한 3년이라는 시간을 선물해 주신 브릿지 에스와티니 국별위원회(Bridge National Committee) 관계자들과, 세 곳 CLC 마을의 여러분들, 그리고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 이번 기회를 통해 깊은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주교진 브릿지아프리카프로그램 에스와티니* 프로젝트매니저
*2018년 4월 18일 독립 50주년을 맞아 ‘스와질란드 왕국’에서 ‘에스와티니 왕국’(Kingdom of Eswatini)로 국명이 바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