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8일부터 10일까지 2박 3일간 경기도 이천에 있는 유네스코평화센터에서 ‘2018 유네스코 레인보우 청소년 세계시민여행’(이하 세계시민여행)이 열렸다. 세계시민여행은 ‘레인보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전국의 고등학교 대표 학생들이 참여하는 행사로, 올해 세계시민여행에는 총 60명의 학생들이 참가해 세계시민교육과 더불어 각 학교별 레인보우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토론을 벌였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세종국제고의 김서윤 학생이 후기를 보내왔다.
이천 유네스코 평화센터에 도착하기 전, 저의 마음은 걱정 반 기대 반이었습니다. 이곳에서 2박 3일이라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공부해야 하는데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먼저 든 것이 사실이거든요. 하지만 길게만 느껴질 것 같았던 2박 3일은, 시간이 지날수록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날들로 바뀌었어요.
개회식을 시작으로 같은 조 친구들과 멘토 선생님을 만나 조금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던 우리들은 정우탁 유네스코 아태국제이해교육원 원장님의 세계시민 강연을 통해 지금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그들의 인권을 위해 힘쓰는 ‘국제구호활동가’가 되고 싶은 저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특별한 강의였어요.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점점 가까워지고 있지만 정작 빈부 격차는 점점 심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고, 의도치 않게 피해를 보며 눈물 흘리는 사람들을 위해서 유네스코가 얼마나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지에 대한 정보도 얻었습니다. ‘유네스코 학교’에 다니면서도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던 유네스코의 이념과 사업을 이번 강의를 통해 확실히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이 지구촌은 더 이상 혼자 살아가는게 아니라 ‘너와 내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었습니다.
저녁에 이어진 ‘세계시민 놀이터’ 시간에는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면서 같은 조의 친구들과 더 가까워졌습니다. 각 게임이 담고 있는 평화, 인권, 지역고유문화, 세계화, 환경, 경제정의 등에 대한 메시지를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유네스코가 추구하는 목표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어요.
둘째 날에는 경문고등학교에서 오신 박범철 선생님의 ‘학교현장에서의 세계시민’ 강의가 있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캠페인, 난민 인권 옹호 캠페인, 그리고 이주노동자 인권 옹호 캠페인 등과 관련한 이야기를 듣고나니, 이 이야기를 세종국제고등학교의 유네스코 동아리인 ‘이매진’(IMAGINE) 부원들과도 함께 나누어 봐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경문고등학교가 남자 고등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성평등과 페미니즘에 관한 문제들을 활발히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듣고, 같은 학생으로서 뿌듯함과 자랑스러움도 느꼈습니다. 그야말로 ‘나’가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려는 세계시민으로서의 자세와 노력을 엿볼 수 있는 활동들이었습니다.
이어서 펼쳐진 ‘세계시민박람회’에서는 각 동아리의 유네스코 활동을 친구들에게 설명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았습니다. 각 학교의 다양한 활동을 접하면서 우리 동아리에 부족한 것, 새로운 활동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자극이 되는 시간이었고, 지금의 틀을 벗어나 새로 시도해볼 만한 활동을 고민해 보았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각 조별로 평화, 인권, 다문화, 환경 등의 주제에 대한 발표회를 열었습니다. ‘인권’을 담당한 우리 3조에서는 성소수자의 인권 문제와 더불어 최근 주목 받고 있는 학생 참정권 운동에 대해 발표했어요. 학생들은 뮤지컬, 가사를 바꿔 부른 노래, 뉴스 패러디 등 다양하면서도 재미있는 발표를 했고, 우리는 함께 웃고 즐기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함께 강당에서 세계시민으로서의 선서를 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버스에 올라타는 것으로 이번 유네스코 레인보우 청소년 세계시민여행은 막을 내렸습니다.
잘 짜여진 프로그램과 원활한 진행, 만족스러웠던 식사와 숙박 시설, 맑고 깨끗한 이천의 자연환경⋯ 이 모든 것들이 기억에 남았지만 무엇보다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함께했던 친구들과 선생님들입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마지막 날 밤에는 모두 함께 웃고 떠들며 게임도 하고 자기 전에 깊은 수다도 떨면서 어느새 끈끈한 우정을 쌓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바쁜 고등학교 생활과 입시에 지쳐서 잠시 잊고 있었던 저의 꿈을 다시 한 번 돌아본 행복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세계시민과 세계시민의식이란 무엇인지, 이 세상의 작은 변화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내가 맡은 책임과 사명은 무엇인지. 그곳에서의 2박 3일은 이런 주제를 천천히, 그리고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친구들과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몸이 아플 때 서로 챙겨주고, 지쳐있을 때 보듬어주면서 2박 3일간의 시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우리 속에 잠들어있는 세계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확인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상대방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진심으로 공감하고,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성찰하는 과정. 이를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참으로 소중하고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 바로 이것이 진정한 세계시민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해야 할 일이 아닐까요?
김서윤 세종국제고등학교 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