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개발협력 / 부탄에서 온 편지
9월 8일 세계 문해의 날을 맞아 부탄에서는 이틀간 부탄 전역의 지역학습센터 학습자와 관리자들이 수도인 팀푸에 모여 직접 생산한 상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전시회가 열렸다. 김광호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과 부탄 교육부 장관 등 300여 명이 모여 성황리에 열린 이번 전시회 소식을 현지에서 전해왔다.
부탄의 22개 지역학습센터의 학습자와 관리자, 지역교육담당관, 학교장, 학부모를 비롯해 일반 시민까지 참가한 이번 전시회에서 참가자들은 자수공예품, 목공예품, 전통회화, 편물, 전통음식 등을 각 지역학습센터 부스에 전시하며 저마다 다채로운 빛깔과 향기를 자랑했습니다. 각 부스를 방문한 시민들은 상품의 품질이 좋다며 입을 모아 칭찬했고,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센터별로 가지고 온 상품은 전부 판매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전시회를 통해 상품을 만드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이를 홍보하고 판매하는 법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참가자들이 각기 다른 지역학습센터의 활동과 경험담을 공유하는 상호 학습의 장이기도 했습니다. 학습자들은 자신들이 직접 일구어 온 성공스토리를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되어 그 의미가 더 컸습니다. 그 중에서도 비형식교육센터에서 직업기술을 배워 사업가로 변신한 여성인 소남 데마 씨의 이야기를 여러분께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 여성의 이야기는 참석한 많은 여성들에게 큰 귀감이 되었고, 이야기를 듣고 눈시울을 적시는 이도 있었습니다. 저 역시 그 이야기를 듣고 너무나 감격한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프로젝트 담당자로서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야근도 많이 했고 힘든 일도 많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앞으로 ‘브릿지 부탄 프로젝트’의 발전을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놀랐던 사실은 비형식교육센터가 부탄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아직 모르는 분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이번 전시회에 의외로 많은 시민들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주셨다는 겁니다. 앞으로는 좀 더 쉽게 대중들이 비형식교육의 중요성과 혜택에 대해 알 수 있도록 다큐멘터리 영상을 만들어 홍보할 계획입니다. ‘브릿지 부탄 프로젝트’와 이번 전시회를 위해 애써주신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부탄 교육부 동료들 그리고 무엇보다 학습자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소남 데마 씨의 이야기 전문을 여러분께 들려드립니다.
저는 붐탕(Bumthang) 종카그의 작은 마을에서 온 소남 데마라고 합니다. 마흔 두 살이고, 기초문해교육과 재봉기술 등 세 개의 비형식 교육 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이전까지 저는 제 자신이 부탄에 사는 불행한 여성 중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가정 일을 돌보느라 학교에 갈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저는 운이 아주 좋았습니다. 우리 마을에 비형식교육센터가 생겼거든요. 센터에 등록한 후 제 삶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처음에 제 가족들은 제가 성인이 되어 무언가를 배우러 가는 걸 싫어했습니다. 저 역시 자신감도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비형식교육의 모든 과정을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센터에서 읽고 쓰는 법, 계산하는 법, 재봉기술을 배워서, 저는 이제 당당히 읽고 쓸 수 있는 어머니이자 여성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는 저희 마을에 제 손으로 가내 수공예품을 파는 가게를 차려 사업가로 활약하고 있답니다.
저는 이제 독립적인 여성으로 사회에 당당히 서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렇게 제 삶을 변화시켜주고 제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움주신 비형식교육센터에, 그리고 비형식교육을 받을 수 있게 지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저는 오늘 배움의 기회를 놓친 다른 분들께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당신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는 첫 번째 기회를 놓쳤다면, 두 번째 기회는 꼭 잡으세요.” 저는 더 많은 사람들이 교육이라는 멋진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그래서 그분들의 삶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싶어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이제 저에게는 또 하나의 꿈이 생겼답니다. 다양한 요리법, 자수, 미용기술 같은 직업기술과 생활기술을 좀더 많이 배우고 싶다는 건데요. 한편으로는 고급영어를 배워서 저의 수공예품 가게에 찾아오는 외국인 여행자와 영어로 의사소통도 하고 싶답니다. 제 꿈이 이루어질 것 같지 않나요?
펠든 펠든 브릿지 부탄 프로젝트 현지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