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발전목표 1번 – 모든 곳에서 모든 형태의 빈곤 종식
2015년 유엔은 지구촌 구성원이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17가지 목표를 담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채택했습니다. 이 중 첫 번째 목표는 바로 빈곤 퇴치에 관한 목표입니다.
지난 2000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새천년개발목표(MDGs)가 설정된 이후, 1990년에 36%에 달했던 지구촌의 절대 빈곤율은 2010년 15.7%로 떨어졌으며, 2015년에는 10%까지 떨어져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 세계 인구의 10%인 7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제1차 국제 빈곤선’으로 설정된 하루 1.9달러 미만의 생활비로 극심한 빈곤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MDGs를 이어 새로운 목표를 담은 SDGs 역시 첫 번째 목표를 ‘빈곤 종식’(End Poverty)으로 삼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세상의 변혁: 2030 지속가능발전 의제」의 서문과 선언에서는 ‘우리는 극빈을 포함한 모든 형태와 차원의 빈곤을 근절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최대의 글로벌 과제이자 하나의 필수 요건임을 인식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빈곤으로 인해 인간의 존엄성을 누리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기본권이 무엇보다 절실함을 나타내는 대목입니다.
빈곤은 생활하는 데 있어야 할 자원이 없거나 부족한 상태를 말하지만, 절대 빈곤은 기아와 영양실조, 교육 및 생활 서비스에 대한 제한, 사회적 차별과 배제, 의사결정 참여의 제약 등이 포함되는 더욱 심각한 결핍을 의미합니다. 하루 1.9달러 미만으로 살아야 하는 이러한 절대 빈곤 인구의 대부분은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에 살고 있습니다. 전 세계 어린이 다섯 명 중 한 명은 극심한 빈곤 속에 살고 있으며, 어린 시절의 가난과 박탈의 부정적인 영향은 평생 흔적을 남깁니다.
「유엔지속가능발전 보고서 2020」에 따르면, 올해는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1990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직전 기간 대비 전 세계 빈곤율이 증가해 2017년 수준으로 역행할 것이라고 예측됩니다. 또한 SDGs의 목표 달성 기한인 2030년에도 전 세계 인구의 6%가 여전히 극심한 가난에 처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빈곤은 국내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2018년 기준 한국의 기초생활수급자는 174만 명을 넘어섰으며, 2014년 이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청년실업률뿐만 아니라 사회의 양극화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1987년 10월 17일, 10만명의 군중이 모여든 프랑스 파리의 트로카데로 광장에서는 평생을 빈곤퇴치 운동에 헌신한 조셉 레신스키 신부의 주도로 ‘절대빈곤 퇴치운동 기념비’가 세워졌습니다. 이날은 5년 후인 1992년 UN이 제정한 ‘빈곤 퇴치의 날’의 시초가 되기도 했지요. 이 기념비에는 “빈곤이 있는 곳에 인권침해가 있다. 인권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 말처럼 ‘모든 사람은 존엄하다’라는 명제가 성립하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은 바로 빈곤 종식입니다. 코로나19로 더욱 어려운 이 시기에,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로서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배고픔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참고자료]
· un.org “International Day for the Eradication of Poverty”
· United Nations 「The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Report 2020」
윤선이 개발협력팀 선임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