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ESD)한국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백선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이 지난달 유네스코한국위원회를 찾았다. 심각한 저출산을 극복할 묘안이 절실히 필요한 지금, 영유아 보육과 교육 정책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 『유네스코뉴스』가 들어 보았다.
육아정책은 한국에서 매우 많은 관심을 받는 분야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육아정책연구소는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지 궁금합니다.
육아정책연구소는 국무총리 산하 국책연구기관으로, 영유아 보육·교육 정책을 비롯한 육아정책의 도입과 발전에 필요한 기초 연구와 정책 연구를 수행하는 곳입니다. 지금 한국 사회는 사회경제적 환경의 다변화로 더욱 심각한 저출산의 늪에 빠져 있고 육아 어려움의 원인과 대안도 다양해져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연구소는 과거의 영유아보육·교육정책 중심 연구에서 더욱 포괄적인 육아정책 연구를 수행하면서 사회 변화의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가고 있습니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올해 관련 학회들과 함께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4.2 ‘모든 영유아를 위한 양질의 교육·보육’을 주제로 연합학술대회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지속가능발전목표는 한국의 영유아 보육·교육에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이번 SDG 4.2 연합학술대회 개최의 주요 목적은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알리고, 우리의 관심을 SDG 4.2(양질의 영·유아 발달, 보육 및 취학 전 교육에 대한 접근 보장)의 영유아 발달·돌봄·교육에만 둘 것이 아니라 SDGs의 17개 목표 모두와 연계시키고 확장시켜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영유아 보육·교육 정책만으로는 아동을 위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없기에 빈곤(SDG 1), 건강(SDG 3), 성평등(SDG 5), 불평등(SDG 8), 글로벌 파트너십(SDG 17) 등과 연계한 통합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지요. 한국의 영유아 보육·교육 정책은 비교적 잘 되어 있다고 평가받습니다만 여전히 많은 과제가 있습니다. 영유아의 사회심리적 안녕(4.2.1)을 어떻게 측정해야 하는지, 장애유아에게 교육이 형평성 있게 제공되고 있는지(4.5), 건강, 불평등 등과 SDG 4.2를 어떻게 연계시킬 것인지, 국제 사회에서 개도국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등입니다. SDG 4.2의 달성은 우리나라에도 여전히 도전이라는 생각입니다.
국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아이 낳아 기르기가 너무 힘들다”고들 합니다. 그 이유를 분석하고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현 상황에서 우선 집중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명쾌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대표적으로 국공립어린이집 확충과 보육·교육 서비스의 질 개선, 남성의 육아 참여, 출산·육아비용 부담에 대한 지원 등에 대한 요구가 크고, 이에 대응하는 다양한 정책들이 계획되고 실행되고 있습니다. 개별 정책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사회로 나아가야 하느냐는 방향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그 방향은 부모가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 아동의 권리가 존중되는 사회이어야 합니다. 아동을 부모의 소유로 인식하거나 저출산 극복의 수단으로 생각하거나 단순히 미래 시민으로만 인식하지 말아야 합니다. 영유아의 현재의 삶의 가치를 존중하고 현재의 행복한 조건들을 만들어 주면서 미래를 위해 충분한 사회적 투자를 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모든 영유아들이 인생의 평등한 출발을 할 수 있도록 포용적인 양질의 영유아 보육·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소장님은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ESD)한국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계십니다. 육아정책 관점에서 ESD의 의미와 연계 방안이 궁금합니다.
지속가능발전교육도 유아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입니다. 인생에서 영유아기는 그 어떤 시기보다 정서적 발달, 사회적 발달이 빠른 시기입니다. 가족이 아닌 타인과의 관계가 시작되고 사회적 기술을 익히고 문화를 접하기 시작합니다. 지속가능발전교육(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ESD)에서 강조하는 지속가능한 생활방식, 인권, 성평등, 평화, 문화 다양성, 세계시민의식의 일면을 일상생활에서, 그리고 보육·교육기관에서 경험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어릴 적부터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한다면 그것은 아동 개인의 성장은 물론, 미래 우리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중요한 일입니다. ESD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적용되는 국가수준 유아교육과정인 누리과정과 연계하여 교육하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일 것입니다. 가족과의 협력도 중요한 만큼, 부모들이 ESD에 관심을 갖고 자녀와 함께 실천해 갈 수 있도록 장려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육아정책연구소장 재임 기간 중 계획과 바람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저는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다섯 가지를 강조해 왔습니다. 국내외 사회적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육아정책 연구와 선도, 국책연구기관으로서 공공성과 책무성, 정책연구의 기획·과정·평가·결과의 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에의 국민 참여,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육아정책 연구생태계 네트워크 구성과 협업, 그리고 구성원들에게 행복한 일터가 그것입니다. 구성원들이 한마음으로 노력한 결과, 2018년 인문사회분야 국책연구기관 평가에서 우수한 평가 결과를 받음과 동시에 ‘혁신기관상’도 받았습니다.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는 제가 취임 이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던 분야이기 때문에, SDG 4.2와 관련해 육아정책연구소가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하여 실천해 왔습니다. 또한 육아정책연구소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를 비롯한 유관기관들과 함께 SDG 4(교육 목표)의 국내 이행 촉진을 위한 교육 2030 협의체 활동을 계속해 갈 것입니다.
백선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정책운영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