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초에는 인류의 단 2퍼센트만이 도시에 살았다. 그 100년 후엔 10퍼센트, 또 100년이 지난 지금은 전 인류의 절반이 도시에서 살고 있다. 도시 인구의 증가 속도는 점점 빨라져 30년 후인 2050년에는 전 인류의 2/3 이상이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구상에 두 달에 한 개씩 인구 1,000만 명의 거대 도시가 하나씩 생기는 셈이다. 개발도상국에서의 도시화 추세는 더욱 거세다. 탄자니아 다레살람, 베트남 호치민, 콜롬비아 보고타 등, 2030년까지 인구 천만이 넘는 ‘메가시티’(mega city) 대열에 새롭게 합류하게 될 10개 도시들은 모두 개발도상국에 있다.
이처럼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이제는 도시의 안정이 곧 세계의 안정이고, 도시의 번영이 곧 인류의 번영이며, 도시의 지속가능성이 곧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의미하는 시대가 되었다. 국제사회가 지속가능발전목표의 하나로 ‘도시’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다. 포용적이고, 안전하며, 복원력 있고, 지속가능한 도시 만들기. 이 지속가능 발전목표의 11번째 목표(SDGs 11)를 우리는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 도시와 문화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내놓은「문화-도시-미래 글로벌리포트」(Culture Urban Future: Global Report on Culture for Sustainable Urban Development)에서 유네스코는 이 과제를 푸는 방법이 다름아닌 문화에 있다고 답한다.
문화, 도시를 변화시키는 힘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불평등의 문제도 커진다. 유엔은 오늘날 10억 명에 달하는 도시 빈민의 수가 30년 후에 세 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경제적 가난은 사회적 박탈과 문화적 소외를 동반하고 이러한 사회·문화적 불평등은 다시 빈곤을 부른다. 도시 구성원의 복잡성도 도시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도시에서 도시로, 나라에서 나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도시는 점점 더 문화적으로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중이다.
유네스코는 우리 지구가 떠안게 될 도시화의 문제를 다루는 데 문화가 핵심적인 역할을 해낼 것으로 믿는다. 도시를 움직이는 힘은 사람들에게 있고,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바로 문화이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범죄율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로 꼽혔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촌 파벨라(favela)는 수십 명의 네덜란드 화가들이 마을 거주민들과 함께 무지갯빛 벽화를 그리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범죄율이 25퍼센트 낮아졌고 관광객들이 찾아오며 축제를 즐기는 장소가 되었다. 문화는 또한 경제적 기회도 만들어 낸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그 영향이 두드러진다. 지난 10년간 개발도상국의 문화상품 수출 실적은 매년 12퍼센트씩 증가하고 있으며, 관광업은 전 세계 GDP의 9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캄보디아의 경우 GDP의 16퍼센트를 관광에 의존하고 있다.
유네스코, 도시와 문화를 연결하다
도시와 문화를 연결한 유네스코의 첫 분야는 문화유산이다. 1976년 역사유적의 중요성을 강조한 유네스코의 권고는, 2011년 역사경관을 도시발전과 연결시킨 권고로 이어졌다. 전 세계 세계유산의 약 3분의 1이 도시에 소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와 문화유산의 시너지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도시의 경제·사회적 발전에 문화유산이 기여하고, 도시가 책임을 다해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사례를 만들어 내기 위해 현재 100개가 넘는 세계유산 도시들이 모여 협력을 하고 있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는 문화와 발전을 더욱 강력하게 연결하고 있다. 2008년 9개 도시로 시작한 창의도시 사업은 현재 72개 국가의 180개 도시로 규모가 커졌다. 문화로 도시의 잠재성과 역량을 키워내기 위해, 또한 지속가능한 도시의 해법을 문화에서 찾기 위해, 네트워크 가입 도시들은 서로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비대해지는 도시는 홀로 서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도시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들이 함께 손을 잡아야 한다. 문화를 매개로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유네스코의 노력은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100개 이상의 사례를 통해 문화와 도시와 발전의 상관관계를 풀어낸 글로벌리포트는 유네스코가 자신이 가진 문화적 강점을 통해 지구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도시들 간의 네트워크를 통해, 그리고 도시들이 만들어 내는 좋은 사례를 공유 하면서, 유네스코가 문화를 연료로 인류 발전의 가장 강력한 엔진인 도시가 제대로 작동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선경 주유네스코 대한민국대표부 주재관
주유네스코 대한민국대표부 주재관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서 파견하며, 외교업무수행, 유네스코와 대표부와 한국위원회 간의 연락, 유네스코 활동의 조사, 연구, 정책개발 등을 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