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만.성. 인터뷰 |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전진성 문화팀장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대학생 기자단이 이번 달에 만난 사람은 전진성 문화팀장입니다. 유네스코 문화 분야의 관련 정책과 활동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전 팀장으로부터 세계유산과 올바른 관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소개와 인사 부탁드립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문화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진성입니다. 이렇게 대학생 기자단의 인터뷰에 응하게 된 것을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도 대학생 기자단의 신선하고 창의적인 콘텐츠를 늘 재미있게 읽고 있던 터라 이 자리가 더 반갑네요.
‘지속가능관광’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이번 호 주제는 팀장님께서 특별히 관심을 갖고 계신 문화팀 테마 중 하나라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아, 그렇게 소문이 났던가요? 지속가능관광은 최근 세계유산사업에서 관심을 받는 중요한 이슈 중 하나입니다. 사실 세계유산보호협약의 경우 협약 어디에도 관광 증진을 언급하고 있는 부분은 없습니다. 하지만 세계유산 등재를 희망하는 많은 지역이 유산의 등재를 통해 해당 국가 혹은 지역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고 유산의 관광 자원화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 하는 데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가 관광사업을 국가 수입의 중요한 원천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산의 관광 자원화 활동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할 경우 유산을 크게 훼손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198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인도 아잔타 석굴을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기원전 2-7세기에 걸쳐 만들어진 이 석굴에는 불교에 관한 다양하고 아름다운 벽화들이 있는데, 그 오랜 시간 동안 잘 보존돼 왔던 벽화들이 일반에 공개되고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심하게 훼손되었으니까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서 유네스코는 2011년부터 세계유산과 지속 가능한 관광 프로그램 사업을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유산과 관계를 맺고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해당 지역의 상황에 맞는 유산 보호 방법을 알고 유산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는 이와 관련해 온라인 툴킷도 제공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네, 말씀하신 대로 유네스코는 세계유산 지역에서의 지속 가능한 관광을 위한 툴킷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툴킷은 유산 현장 관리자와 보존 전문가, 관광 전문가, 지역 커뮤니티 등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당면한 문제를 검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의사소통 및 의사결정 방법을 정하고, 계획을 수립하며, 이를 이행하고 모니터링 하는 것까지 각 단계별로 고민해야 할 내용을 자세히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 툴킷의 핵심 메시지를 정리해보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여러 주체들 간의 지속적인 대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 의사 결정 과정에서 지역 공동체가 참여하고 그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점, 보다 질 높은 관광사업을 위해 관계자들의 역량을 높이고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점, 마지막으로 관광사업의 책임과 혜택,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세계유산과 지속가능관광을 연구하시면서, 특별히 관심이 갔던 세계유산 관광 사례(좋은 사례이든 나쁜 사례이든)가 있었다면 소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모두 잘 아시는 페루의 마추픽추 역사보호지구는 1983년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바 있습니다. 이곳은 일 년 내내 관광객들로 붐비던 장소로, 유네스코는 마추픽추 역사보호지구의 적절한 관리를 위해 일평균 적정 관광객을 2500명으로 제한할 것을 권고했지만 일 평균 실제 관광객 수는 그 두 배를 넘는 5600명에 달했습니다. 심지어 마추픽추 관광사업을 더 확대하기 위해 일 평균 2만 2천명의 관광객 유치가 가능하도록 해발 3700미터의 고산지대에 공항 건설까지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규모 개발사업이 초래할 부정적 영향은 쉽게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이탈리아 베니스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베니스에 살고 있는 실제 거주 인구는 약 5만 5천 명에 불과한데, 일 평균 베니스를 방문하는 방문객 수는 12만 명을 넘었습니다. 베니스 주민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가 어려울 정도이지요. 상시적인 교통체증과 도시의 작은 샛길까지 채운 인파, 거리 곳곳에 방치되는 쓰레기, 관광산업에 집중된 직업 편중화 현상, 전반적인 삶의 질 저하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삶을 원하는 원주민들이 다른 도시로 떠나고 도시에는 관광사업 종사자와 관련 기업만 남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은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은 관광이 가져올 수 있는 경제적 이익보다 더 큰 사회적 피해를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관광사업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유산과 지역사회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라고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학생 기자단에게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재기 발랄한 대학생 기자단의 활약에 늘 신선한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 우리 팀에서도 몇 차례 카드뉴스를 제작했었는데, 매번 대학생 기자단의 큰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동료들로부터 들었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고, 앞으로도 멋진 활약 계속 이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늘 응원합니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 한수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대학생 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