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로서의 꿈을 이루도록 돕는 유네스코학교 활동
누구나 그러하듯 나 역시 수많은 꿈을 꾸면서 어른이 되었다. 푸른 하늘을 나는 파일럿이 되고 싶기도 했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 이가 된 내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 교육대학에 입학한 이후, 내 꿈은 자연스레 아이들과 마음을 나누고 힘이 될 수 있는 교사가 되는 것이었다. 그 방법을 몰라 고민하던 중 알게 된 유네스코학교 활동은 그때나 지금이나 내 꿈을 이루어 나가는 힘과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학교를 졸업한 뒤 교사로서 처음 마주한 학교는 녹록지가 않았다. 아이들에게 힘이 돼 주는 교사가 되고자 하는 마음과 달리, 모든 것이 낯선 학교에서는 그저 부족하지 않은 교사가 되는 것도 벅찬 일이었다. 하지만 해가 지나며 아이들을 대하고 가르치는 것이 조금씩 익숙해지자, 과연 나는 교사로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아이들을 대할 것이며, 나를 만난 아이들이 어떤 사람으로 성장해가길 바라는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고민에 대한 답은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2015년 9월, 새로 부임하신 교장선생님과 출장을 가던 길에 듣게 된 교장선생님의 교직 경험담에서 ‘유네스코학교’와 세계시민교육을 접했을 때였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실천하는 사람을 키운다는 목표는 나를 더 멋진 교사로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았고,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바탕으로 전 세계가 함께 추구하는 교육이라는 이야기는 지구 어디에나 같은 꿈을 꾸는 교사가 있으리라는 든든함마저 느끼게 해 주었다. ‘교실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 더 의미있어 질 것’이라는 말은 이미 나를 유네스코학교로 이끌고 있었다. 이듬해인 2016년, 나는 평화를 꿈꾸는 아이들을 키우는 유네스코학교 담당 교사가 되었다.
유네스코학교 담당 교사로서 처음 느꼈던 막막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처럼, 우리 학교에는 유네스코의 뜻에 공감하며 길을 내고자 하는 교사들이 여럿 있었다. 이미 풍부한 노하우를 가진 교장선생님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우리는 세계시민을 키워내기 위한 길을 함께 만들어 갔다. 우선 전체적인 방향은 유네스코학교의 핵심 주제를 매년 하나씩 중점 주제로 잡고, 그 안에서 내용의 깊이를 더해가는 것으로 잡았다. 세계시민교육에 포함된 방대한 주제를 한꺼번에 다루는 것은 자칫 각각의 수업이 얕은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전 학교적 차원에서 유네스코의 교육 이념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4년에 걸쳐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한 세계시민교육 수업과 여러 주제의 동아리 활동, 국제기념일 관련 프로그램, 국제교류, 세계시민 캠프, 박람회 등 학교 차원에서 가능한 거의 모든 활동을 펼쳐 보았다. 해를 거듭하며 노하우가 쌓였고, 그 노하우가 적용된 활동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다른 교사들의 변화까지 이끌어낸 경험은 정말 보석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첫 유네스코학교에서의 활동을 펼치며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한 학생의 행동이 있다. 아동노동과 공정무역에 대해 배운 뒤 ‘나에게 초콜릿을 사먹을 돈 1만 원이 생긴다면 비싼 공정무역 초콜릿을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였다. 학생들 대부분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한 학생이 손으로 X자 표시를 만들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저는 그래도 초콜릿의 양을 포기할 순 없으니 500원짜리 초콜릿을 10개 사 먹을 거고, 대신 남는 돈 5000원을 아동노동을 하는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기부할 거예요.” 짧은 순간에 실천 가능성을 먼저 따져본 뒤 스스로 만족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이로울 수 있는 선택을 한 아이의 대답이 기특했다.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한 세계시민교육 공개수업 후에 어느 선생님에게서 들었던 행복한 볼멘소리도 기억에 남는다. 아이들과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그림책을 읽고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함께 생각해 보는 수업이었는데, 담임선생님이 한 달쯤 지나 무심코 일회용 컵을 사용하다가 학급 아이들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았다는 이야기였다. 이제는 정말 일회용품과 ‘헤어질 결심’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과의 수업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교사도 변하게 한다는 점을 실감케 했다.
4년 간의 첫 유네스코학교 경험을 뒤로하고, 올해부터 나는 두 번째 유네스코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전 학교에서의 경험은 유네스코학교 활동이 나와 동료교사, 그리고 우리가 만날 아이들을 변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그래서 새 학교에 부임하자마자 교장선생님을 찾아가 유네스코학교를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동료 교사들에게도 이를 소개하고 모두의 동의를 얻어 새롭게 유네스코학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전히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그리고 아직은 세계시민교육이 낯선 동료 교사들과 함께하다보니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라는 느낌도 든다. 영어 교과와 연계한 국제교류 활동, 국제기념일 관련 프로그램, 세계시민 독서캠프 등 조금씩 활동 영역을 넓혀가다 보면 유네스코의 교육 이념은 자연스레 학생과 교사 모두의 삶에 스며들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유네스코학교 활동을 통해 교사이자 한 개인으로서 성장한 나 자신처럼, 나와 함께하는 학생들도 유네스코학교 활동을 통해 서로 존중하고 연대하는 멋진 세계시민으로 커 가기를 소망해 본다.
임재민
서울송전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