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 MoW) 사업은 인류의 기억이 미래세대에 온전히 전수될 수 있도록 최적기술을 활용해 잘 보존하는 것은 물론, 세계유산 및 무형문화유산과 더불어 기록유산이 가진 고유한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 일반적 인식과 보편적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기획되었습니다. 기존에는 아날로그 형태의 기록물 보존과 접근성 향상에 집중했지만, 신기술에 힘입어 탄생한 디지털 기록물 또한 시대 변화를 반영한 기록유산으로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기록유산을 둘러싼 이러한 사정들이 반영되어 지난 2015년 제38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디지털 형태를 포함한 기록유산 보존과 접근에 관한 권고’가 채택되었습니다. 이 권고는 회원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기록유산의 보존 및 접근성 강화와 관련된 모든 과정과 분야를 망라하여 민간과 국내외 전문가 그룹 및 유관기관, 기타 회원국 및 국제기구와의 지속적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회원국이 자발적으로 세계기록유산 관련 국내 입법 및 정책이 동 권고 내용과 합치되도록 조정하는 한편, 회원국에서 동 권고사항에 따라 취한 조치를 유네스코에 자발적으로 보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동 권고가 당시 유네스코 총회에서 회원국 만장일치로 채택된 것과는 별개로,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기록물의 수효와 보존에 필요한 전문기술 및 지식의 국별 격차, 전란 등으로 이미 파괴되거나 회원국 바깥에 소재하는 기록물 관련 문제, 기타 다양한 이유에서 비롯된 국가 간 기록유산 관련 배경의 상이함은 동 권고가 꿈꾸는 목표가 단기간에 달성 가능한 것은 아님을 확인시켜주고 있습니다. 세계기록유산 프로그램의 간판 사업인 목록 등재가 잠정 중단되어 2015년도 권고 또한 다소 동력이 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새로운 기록형태인 디지털 기록물이 본격적으로 국제사회의 논의 안건 중 하나로 등장한 점은 동 권고가 가진 큰 의의라 하겠습니다. 또한 국제사회가 동 권고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기록유산의 중요성 확보와 기록유산을 주제로 하는 국제사회 평화공조체계 구축의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동현 문화팀 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