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에서 온 편지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2200km 떨어져 있는 태평양의 외딴섬 티모르 동부에 위치한 나라, 동티모르에서 올해부터 브릿지 2단계 사업이 시작됐다. 한국과 함께 새로운 희망 이야기를 써 내려갈 그곳에서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로서 의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프란시스코 바레토 유네스코동티모르위원회 사무총장이 편지를 보내왔다.
한국에 있는 후원자들은 동티모르라는 나라를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동티모르는 2002년 5월에 독립한 동남아시아의 신생국가입니다. 이전까지 24년간 인도네시아의 식민 지배를 받았고, 그 전에는 무려 450년 동안 포르투갈에게 지배를 받은 가슴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포르투갈 식민지 시절부터 이곳의 교육 환경은 열악해서 수도 딜리에는 초등학교 몇 개와 단 한 개의 고등학교만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육의 기회는 왕실이나 포르투갈 출신 공무원의 아이들만 누린 특권이었습니다. 1975년에 인도네시아는 동티모르를 27번째 주로 편입하고 초·중·고 교육 시설과 커리큘럼을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자주 독립을 원했던 우리는 독립을 결정하고 인도네시아 정부가 설립한 학교를 포함한 모든 건물을 폐쇄했습니다. 이같은 역사적, 정치적 배경 때문에 50세 이상의 많은 동티모르인들은 글을 읽지 못하며, 독립 이후에는 교육 시설과 예산이 부족해 전체 인구 130만 명 중 45%에 달하는 국민들이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한 실정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민하던 차에 다행스럽게도 유네스코 브릿지 2단계 사업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고, 올해부터 2024년까지 약 5년간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함께 학업을 중단한 동티모르의 청소년과 문맹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을 기획했습니다. 사업기간 동안 우선 학습자들을 위한 공간 확보를 위해 전국 20개 지역학습센터의 환경을 개선하고, 수업을 이끌 교사를 위한 실질적인 연수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사업의 핵심인 교육과정으로는 글자를 모르는 학생들을 위한 테툼어(모국어) 수업과 초등 및 전기 중등 학교교육을 마치지 못한 학생을 위한 학력인증 프로그램, 그리고 학습자와 지역주민들이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재봉 기술, 포르투갈어, 영어 등의 생활기술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난 3월에 유네스코동티모르위원회 담당부서와 동티모르 정부의 교육청소년체육부 내 비형식교육국 구성원들은 동티모르의 3개 주(딜리, 보보나루, 코바리마) 내 지역학습센터를 방문했습니다. 기존 지역학습센터의 부지 및 상태를 확인하고, 지역 교육청 교육과정 담당자 및 코디네이터, 지역지도자 등 관계자를 만나 프로젝트의 취지 및 내용을 설명하면서 브릿지 2단계 사업을 위한 준비 작업을 했습니다. 관계자들은 이 프로젝트가 한국 정부와 후원자들의 지원으로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협력하여 5년간 진행될 것이라는 내용을 듣자마자 환호와 탄성을 내뱉었습니다. 이들은 부족한 예산과 학습교재, 낙후된 교육시설 때문에 활동이 중단된 지역학습센터에서 다시 배움의 길이 생긴다는 기쁨에 감사의 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기꺼이 지역학습센터 환경개선에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며, 코바리마 주에서는 생활기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한국어 수업을 개설한다는 계획도 알려주었습니다.
이곳 사람들에게 브릿지 2단계 사업은 가뭄 끝의 단비이자 희망의 씨앗입니다. 다만 그 이후 딜리 지역과 그 주변에 폭우로 인한 홍수로 큰 침수 피해가 발생했고,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동티모르에도 3월 28일부터 한 달간 전국 봉쇄령이 내려졌습니다. 이 한 달의 시간은 모두에게 쉽지 않은 기다림이 되겠지만, 그동안 우리 위원회는 프로젝트 관련 연구 및 세부 계획을 다듬으며 귀하게 시간을 보내고자 합니다.
우리는 기대하고, 기다리고, 꿈꾸고 있습니다. 2024년에는 11개 주를 넘어 모든 국민들이 글자를 읽게 되고, 공부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이 학력인증 프로그램으로 학업을 마치며, 다양한 생활기술 프로그램으로 더 많은 지역주민들이 삶을 즐기고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동티모르에 따사로운 봄 같은 배움의 기회를 만들어 주신 한국 정부 및 후원자, 그리고 프로젝트 기획부터 현재까지 함께 해 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 동티모르를 대표하여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유네스코동티모르위원회는 한국에서도 현장의 목소리와 아름다운 변화를 생생히 느낄 수 있도록 종종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그럼 한국의 모든 분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다음 소식으로 뵙겠습니다.
프란시스코 바레토 유네스코동티모르위원회 사무총장 겸 프로그램 코디네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