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후기 | 2020 한일교사대화 온라인 교류 프로그램
지난 2001년부터 현재까지 한국과 일본에서 총 2878명의 교직원들이 교류하며 함께 고민을 나눠 온 유네스코 한일교사대화 사업이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10월 11일부터 17일까지 한국과 일본에서 36명의 교육자들이 화상으로 만난 자리에 함께 한 조은경 선생님의 후기를 전한다.
지난 2007년에 처음으로 유네스코 한일교사대화 사업과 인연을 맺은 나는 아직까지도 당시 인연을 맺은 일본 지인들과 공동수업 및 개인적 방문 등을 하며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과 일본 교사들의 교류와 상호 이해의 장이 열린 지 20주년이 되는 올해, 양국 교육자들은 일주일간 온라인 회의와 SNS를 통해 코로나 이후 교육 환경 변화와 교육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직접 만나 나누는 대화가 아닌 만큼 답답하고 아쉬운 마음이 적지 않았음에도 참가자들은 ▲지속가능발전교육 ▲세계시민교육 ▲문화 간 학습과 문화다양성 ▲학교 환경변화 ▲교육자의 역할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학교 간 노력 등 6개의 주제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었다. 각 주제 중 문화다양성 분과에서 6명의 교육자들이 나눈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번 한일교사대화에서 느낀 점을 소개해 본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일상과 사회적 거리두기, 국가주의 경향 및 불평등 심화 같은 새로운 사회정책과 환경이 형성됐는데, 교육 분야는 그 중심에 있다. 문화다양성 관점에서 우리가 우려한 부분은 비대면 수업의 일상화에 따른 학습격차와 학교 내 예체능 활동을 비롯한 동아리 활동의 감소를 들 수 있다. 학습격차는 자기표현의 차이와 연결되며, 예체능 활동을 포함한 동아리 활동은 자기표현의 주된 매개체이기에 문화다양성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종식에 이르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우리는 학생 한 명 한 명에 대한 관심과 연락, 소통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팬데믹 위기 상황 속에서 전 세계에서 국가주의 성향이 강화됨에 따라 차별과 혐오의 문화가 확산하는 것도 모두가 한마음으로 우려한 부분이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서방 국가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폭언과 폭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접했기에 위기감이 적지 않았다. 다행히 양국 학교 내에서는 아직 그러한 경향이 나타나지 않음을 확인했지만, 앞으로도 이 부분은 계속해서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내가 재직 중인 학교에는 다문화가정 학생이 8명 있다. 이 학생들은 코로나19로 대면 수업이 중단되기 이전에도 엄마(또는 아빠)의 국적을 밝히거나 학교 및 교육 당국의 도움을 받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 비대면 수업으로 그나마 이들을 대면할 기회가 더욱 줄어든 지금, 그 학생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적 시선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서 좋을까? 아니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시간이 더욱 많아졌을까? 어느 쪽이든 학생들 간의 구별짓기가 없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모든 선생님들이 동의했다. 다문화 가정 학생들과 관련해 일본의 선생님들은 세계 문화 페스티벌, 쌀을 통한 아시아 문화교류 프로젝트, 자매결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한다. 체육의 날 행사에서 학생들이 6개국 언어로 실시간 중계를 하고 한·중·일 학생들이 ‘공동의 동화’를 만든 실천 사례도 인상적이었다. 문화다양성에 있어 학생들이 자기 문화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연대하는 것도, 보편적 개별성에 바탕을 둔 세계시민으로서의 개인을 발견하는 것도 모두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 폐회식 자리에서는 다른 분과 선생님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한일 양국 교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 학습의 촉진자이자 안내자로서 분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디지털 격차’는 학생들 사이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교사 간에도 적지 않다. 처음에 상대적으로 디지털 기기를 다루기 힘들어 했던 선배 교사들은 후배 교사들과 함께 하면서 차츰 익숙해졌고, 선후배 교사들이 다양한 경험을 나누면서 연대와 협력도 강화되었다. 코로나19를 인간과 환경 측면에서 접근한 분과에서는 환경교육 강화가 인류의 미래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물론 모든 토론 자리에서 공감과 동의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방역과 개인정보 공개의 관계, 학습격차와 사교육의 관계에 대해서는 한일 간 문화와 사회환경 차이에 따라 이견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참여 교사 모두가 동의하고 확인한 것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학교는 인간의 보편가치가 숨쉬는 ‘배움과 성장’의 공간이며, 주인공은 교사와 학생이고, 지속가능발전과 세계시민교육을 위한 노력은 지속된다”는 교육현장의 상식과 믿음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과 일본의 교사들은 코로나 시대를 극복하고 그 중심에서 교육이 긍정적인 역할을 해 나가기 위해 앞으로도 서로 자유롭게 소통하며 대화를 이어가도록 노력할 것이다.
조은경
전주 근영중학교 수석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