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 유네스코학교 국제교류사업 참가후기
국내 유네스코학교 중 해외 유네스코학교와의 교류 희망 학교가 있을 경우,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해외 유네스코학교 국가조정관과 협력해 교류가 가능한 유네스코학교를 매칭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독일의 펄(Verl) 고등학교와 학교 교류를 진행한 울산 성광여자고등학교(교장 최은숙)의 교사와 학생의 후기를 소개한다.
교사 후기 | 하민정 성광여자고등학교 교사
어려움을 도약의 기회로
독일 펄(Verl) 고등학교 학생들과 유네스코학교 국제교류를 진행하게 된 성광여자고등학교는 먼저 학생들끼리 개인 미디어를 통해 친분을 쌓고, 화상수업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서 ‘세계평화’를 대주제로 한 유네스코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며 1학년은 코로나 방역, 2학년은 환경오염을 소주제로 정해 각국의 상황과 문제 해결책을 조사하여 의견을 나누었다.
학생들은 각 주제에 대해 『지구끝의 온실』, 『기후변화와 환경의 미래』, 『기후변화의 심리학』 등의 도서를 기반으로 관련 내용을 조사하여 독서토론을 실시했다. 이어서 관련 내용을 포스터나 문구로 작성해 학생들의 등하굣길에 전시한 뒤 영어로 구호를 외치고, 방역을 위한 마스크와 일회용 비누를 나누며 개인 청결을 위한 학생들의 인식개선에도 힘썼다. 캠페인 활동은 교실 안으로도 이어져 학생들은 교내 각 반을 직접 방문하여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과 개선점에 대해 함께 논의해 보기도 했다. 학교 밖에서는 관련 기관을 탐방해 인터뷰를 실시하고 QR 체크인 시스템의 원리와 종류, 효율성 탐구 등을 포함해 역학 조사의 역할과 의미 및 세계 여러 나라의 코로나 방역제도도 알아보았다.
한편, 환경오염을 소주제로 활동을 펼친 2학년 학생들은 ‘제로웨이스트’ 현장을 방문해 직접 체험하고, 친환경 및 재활용 물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에 대해 의견을 나누어 보았다. 이어서 직접 환경보호 관련 물품을 사용한 뒤 후기를 교류하고, 자투리 천과 가죽을 이용한 업사이클링 열쇠고리와 지갑을 만들어 사용함으로써 제로웨이스트의 개념을 이해하고, 환경보호를 위한 생활 속의 작은 변화도 실천했다.
이렇게 각 주제에 관련된 학습과 현장 활동을 펼치면서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학생들은 독일 학생들과 함께 온라인 수업을 실시했다. 독일과 한국 학생들로 구성된 조가 만들어지고, 각 조는 함께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 각국의 현재 모습을 서로 소개하고 앞으로 개선되어야 할 방향과 미래 청사진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의견을 나눴다. 학교관계자 및 각국 학생들은 이어 화상수업 평가회를 통해 이번 유네스코 프로젝트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그 소감을 나눴다. 조별 발표 때와는 달리 전체 학생과 교사가 모여 그 동안의 토론 내용을 발표하고 서로 피드백을 나눌 수 있어 의미있는 시간이었고, 교장선생님 및 교감선생님이 직접 인사와 격려의 말씀을 나누면서 독일과 한국의 학교가 서로에게 한 걸음 가까워지는 느낌이었다.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되듯,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대면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할 때, 오히려 다양한 채널을 통해 능동적으로 국제교류 활동을 진행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뿌듯했다. 또한 어려움을 도약의 기회로 삼아, 환경의 한계를 벗어나서 적극적으로 교류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글로벌 리더로서 학생들의 미래가 매우 밝아 보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과 타협하며 안이해지기 쉬운 이 팬데믹 시대에, 오히려 세계로 향한 식견을 넓히고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며 다양한 생각과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해 주신 유네스코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 진심어린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학생 후기 | 장예은 성광여자고등학교 2학년
함께 살아갈 친구들과의 소중한 시간
성광여고는 유네스코학교로서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유네스코 이념을 몸소 느끼고 이해하게 도움으로써 세계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 학생들은 또한 다른 문화권에 있는 학생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우리나라를 알리고, 또한 상대방의 문화를 새롭게 배우면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배운다.
내가 국제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한 이유는 글로벌 사회에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과 원활하게 소통하고 타인의 생활방식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이 국제교류를 통해 다른 학생들의 문화를 그들의 관점으로 보고 인정하는 자세를 키울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교류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우선 1학년 참가 학생들은 코로나19를 주제로 독일 학생들과 교류를 하기로 했다. 각 나라마다 코로나19 방역을 실행하는 방법이 다르고 코로나를 막기 위한 정책도 다양하기에, 그러한 차이점을 비교하면 각 국가에 깃들어 있는 가치들을 나눌 수 있으리란 기대에서였다. 우리는 먼저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무슨 영향을 주었는지를 좀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해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이에 『코로나 사피엔스』와 『포스트 코로나』를 읽어보고 이 책을 통해 국민들이 어떻게 코로나19를 받아들이고,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 변화를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고 바꿔야 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책을 읽은 친구들은 함께 주제에 관한 토론을 해 보고, 우리나라가 코로나19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그 대책은 무엇인지를 큰 주제로 정해 ‘코로나 살아남기’라는 제목으로 정리해 보았다.
조사 및 발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독일 학생들과 화상회의를 통해 처음으로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인사를 했다. 처음에는 어색한 기류가 흘렀지만, 나중에는 비록 겉모습은 다르지만 같은 세대의 학생으로서, 또한 청소년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어 쉽게 친해지게 되었다. 각자 배정된 친구들이 있어 그들과 함께 독일의 학교 생활, 그리고 각자 사는 곳의 코로나19 현황 등과 같은 일상의 삶을 자연스럽게 나누었다.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약 12시간의 시차가 있는 나라에서 나와 비슷한 나이를 가진 학생들과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로 신기하고 좋은 경험이었다.
화상 회의를 몇 차례 진행하면서 우리나라의 교육과 독일의 교육 시스템, 그리고 학생들의 학교 생활이 정말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 고등학교는 일과가 딱 정해져 있는 데 반해, 독일의 학교는 대학교처럼 자기가 선택한 과목의 수업이 진행되는 시간에만 학교에 가면 되는 것이 가장 달랐다. 모두가 같은 시간에 맞춰 등교와 하교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독일 학생들을 알아가는 한편으로 본격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먼저 우리나라 국민이 코로나19를 현재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일반 시민을 비롯해 학교 선생님과 학생 등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 생각을 담으려 노력했다. 여러가지 질문을 했고, 사전에 인터뷰에 대한 동의를 구해 나중에 프레젠테이션에 사용할 수 있는 자료로 남겼다. 또한 학생들 입장에서는 코로나19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궁금해 온라인 설문조사 폼을 활용해 교내 설문조사를 실시해 보았다. 그런데 통계를 분석해 보니 많은 학생들이 생각보다 코로나19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서 살짝 놀랐다. 온라인 수업, 그리고 제한되는 외출 등 여러 불편한 경험이 있음에도 학생들은 정부의 판단을 믿고 있고, 모두 함께 코로나19를 이겨나가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대해서 조사를 한 뒤 싱가포르, 중국 등 강력한 방역 정책을 펼치는 다른 나라의 사례들도 더해 발표를 준비해 나갔다. 발표를 영어로 해야 했기에, 대본에도 영어권 나라에서 쓰는 어휘들을 참고해 필요한 상황에 넣었다. 그렇게 해야 독일 학생들도 좀 더 편하고 재미있게 우리 발표를 들을 수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발표 날짜 1-2주 전에는 학생들이 함께 코로나19 캠페인을 진행했다. 주제가 코로나19인 만큼 직접 관련 포스터를 제작해 이를 들고 이틀 동안 아침마다 교문에서 캠페인 활동을 펼쳤다.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서 해야하는 필수 사항들을 외치며 학생들 머릿속에 다시 한번 그 내용을 각인시켰다. 또한 종이비누를 나누어 주면서 학생들에게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재차 일깨워주고, 캠페인이 끝난 뒤에는 각 반마다 개인당 5개씩 마스크를 제공했다.
발표일이 다가오면서 프레젠테이션 파일에 실수가 없는지, 혹은 대본에 어색한 문장이 없는지 점검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추가로 필요한 참고 자료들을 넣으면서 독일 학생들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을 다듬었다. 드디어 발표 당일, 화상회의에 접속해 먼저 2학년들의 발표가 끝난 뒤 우리 1학년들의 발표가 시작됐다. 우리는 코로나19가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며 국제적으로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설명했고, 독일 학생들도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독일에서는 코로나19 정책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를 통해 독일에서는 코로나19 검사를 일주일에 적어도 3번 이상 학교에서 실시하며, 만약 양성이 나오는 경우 바로 자가격리 조치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격리 학생들을 위해 학교에서는 태블릿PC를 모든 학생에게 제공해 수업의 진도에 차질이 없게 하고, 수업마다 부과되는 과제도 격리 중에 문제 없이 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이번 교류를 통해 나라 간에 서로 다른 문화와 정책을 새롭게 알게 되면서 국가 및 문화 간의 교류가 중요하다고 느꼈다. 지금은 학교 내 하나의 작은 프로그램으로 서로 소통하고 나누는 것이지만 장차 우리가 자라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할 때가 되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문화를 만나고 그들과 더불어 같이 사는 자세를 배운 것들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