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영향평가의 내용과 의미
정부의 정책이 문화적 측면에서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문화영향평가가 2016년부터 우리나라에서 본격 시행되고 있다. 유엔과 유네스코의 여러 국제 협약과 선언에서 그 사상적 뿌리를 찾을 수 있는 문화영향평가의 내용과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문화기본법」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각종 계획과 정책을 수립할 때에 문화적 관점에서 국민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여 문화적 가치가 사회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제5조 제4항), 여기서 문화란 ‘문화예술, 생활양식, 공동체적 삶의 방식, 가치 체계, 전통 및 신념 등을 포함하는 사회나 사회 구성원의 고유한 정신적・물질적・지적・감성적 특성의 총체’를 가리킨다(제3조). 따라서 이러한 규정에 근거하여 실시되는 제도인 문화영향평가의 주체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이고, 평가 대상은 국민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각종 계획과 정책이며, 평가 목표는 문화적 가치의 사회적 확산이다. 더 쉽게 말하면 문화영향평가는 정부가 문화적 측면에서 국민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정책이나 계획 등을 수립할 때, 부정적 영향을 줄이고 긍정적 영향을 키울 방안을 강구하도록 촉구하는 제도다. 따라서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문화영향평가는 사전평가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평가 대상의 지속적 모니터링, 정책이나 계획 수행자의 개선 혹은 권고사항 수행 여부 점검, 평가 방법이나 제도 개선 등을 위해 과정평가나 사후평가가 수행될 수도 있다.
문화영향평가는 환경영향평가 및 사회영향평가의 확산과 밀접한 관련 속에서 발전해 왔다. 문화영향평가는 2000년대 들어 미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의 국가에서 원주민 보호구역 또는 그 인근에서 이루어지는 개발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의 일환으로 처음 등장했다. 주로 생활환경 및 자연생태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던 환경영향평가는 상대적으로 사회문화적 측면을 평가하는 데 소홀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중반부터 국제사회를 중심으로 문화 가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문화영향평가에 대한 국제적 활동과 논의도 활발히 진행됐다. 2001년 유네스코의 「문화다양성 선언」 채택, 2002년 문화다양성 국제네트워크(INCD) 제3차 연례회의에서 다룬 ‘개발도상국에서 진행되는 개발사업이 문화에 미치는 영향’, 2004년 INCD의 문화영향평가 프레임워크 제안, 2004년 세계지방정부연합(UCLG)의 「문화아젠다 21」, 2005년 유네스코의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에 관한 협약」 등이 대표적 예다. 이러한 일련의 협의 및 합의가 바탕이 되어 문화영향평가는 여러 국가들로 확산되었고, 그 시행되는 대상도 해안, 주택, 도시재생, 지하자원, 에너지 혹은 수자원 관리, 관광 등과 같은 각종 개발사업을 넘어 축제 및 문화예술클러스터 조성과 같은 문화사업으로까지 확장되었다.
아직까지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핀란드 등에서 시행되는 문화영향평가가 환경영향평가의 틀 속에서 그 하위부문으로 시행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법률에 의거하여 환경영향평가와는 별개의 제도로 문화영향평가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에 대만에서는 최근 우리나라의 문화영향평가 제도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행 문화영향평가는 ▲문화기본권 ▲문화정체성 ▲문화발전의 세 가지 항목을 기반으로 수행된다. 문화기본권은 주로 평가 대상 정책이나 계획이 시민들의 문화향유 및 표현・참여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것으로, 시민들의 문화접근성 및 문화향유 수준, 표현 및 참여기회, 생활문화예술 참여 등을 통해 측정한다. 문화정체성은 주로 문화유산과 문화경관 및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것으로, 유·무형의 문화유산 및 문화경관의 보호와 활용, 사회적 자본, 문화공동체 변화 등을 통해 측정한다. 문화발전은 문화다양성과 창조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것으로, 문화 다양성, 소수집단의 문화적 표현, 창조자본, 창조기반 등을 통해 측정한다.
문화영향평가의 이러한 내용들은 문화유산의 보호와 이해증진, 문화다양성과 창의성 촉진을 위한 사업들을 통해 포용적이고 다원적인 사회를 구축하고, 지역 문화자산에 기반을 둔 지속가능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유네스코의 비전과 일맥상통함을 알 수 있다. 문화영향평가의 근거가 되는 「문화기본법」이 유엔의 「세계인권선언」(1948년)과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규약」(1966년), 유네스코가 채택한 「인종과 인종적 편견에 관한 선언」(1978년), 「멕시코시티 문화정책선언」(1982년), 「문화다양성 선언」(2001년), 「문화다양성 협약」(2005년) 등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과 2015년의 시범평가 기간을 거쳐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문화영향평가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몇몇 지방자치단체(서울, 경기 등)가 주체가 되어 매년 수십 건에 이르는 평가 과제를 수행해 오고 있다. 앞으로 문화영향평가가 더욱 내실있게 시행되고 문화적 가치가 고루 확산되도록 하기 위해 평가 주체, 대상, 방법, 시기, 지표 등의 개선과 제도화에 대해 각종 연구와 실천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김면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기반연구실 실장
이경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기반연구실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