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서 한 해 1만 건이 넘는 테러가 발생하고 있다. 20년 전 1천 건 정도였던 것에서 10배나 늘어난 수치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전 세계에서 테러로 목숨을 잃은 사람도 2만5천 명에 이른다. 교통사고나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가 이보다 몇백 배나 많고, 실제 테러의 위협에 비해 우리가 느끼는 공포가 너무 부풀려져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테러가 지구의 평화를 위협하는 검은 그림자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2001년부터 현재까지 2조8천 억 달러(약 3150조 원)를 썼고, 유럽은 2004년부터 2016년 사이 테러 공격으로 1800억 유로(약 230조 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
테러로 대변되는 극단적 폭력이 정말 나쁜 이유는, 그것이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폭력 행사로만 그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으로 파고든다는 점이다. 미국의 테러 전문 보안컨설팅업체인 수판그룹(Soufan Group)에 따르면, 지금까지 약 4만 명이 이슬람국가(IS)와 같은 극단주의 폭력 조직에 가담하기 위해 시리아와 이라크로 향했다고 한다. 전 세계 110개가 넘는 나라에서 온 이 외국인 전사들은 대부분 20대 청년들이며, 그 중에는 12세 미만의 아이들도 있다.
울타리를 넘어선 극단적 폭력
“사람들이 폭력적 극단주의자 그룹에 가입하는 동기는 정치적 이유보다 개인적 이유가 크다. 극단주의자들은 정치적 복수심에 불타는 사람보다는 새로운 시작을 모색하는 이를 찾아 나선다. 소속감, 삶의 목적, 모험, 우정 등이 테러리스트 그룹을 찾는 사람들이 길을 나서는 주된 이유다.”
수판그룹은 평범한 사람들의 테러조직 가입 동기를 이렇게 분석한다. 사회·경제적 소외와 불평등을 경험한 사람들, 차별과 박해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폭력적 극단주의자들이 놓아 둔 모험, 자유, 돈이라는 미끼에 끌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떠한 경로로 유혹을 받는가? 유엔과 EU는 각각 2016년과 2018년 테러조직에 가입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되돌아온 사람들을 인터뷰한 보고서를 냈다. 이 사람들은 모두 유혹을 접한 경로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들었다. 이를 증명하듯, 트위터는 2016년 한 해 동안에만 이슬람국가(IS)와 연결된 계정 12만5천 개를 폐쇄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들을 들여다보면 폭력적 극단주의가 더는 ‘이데올로기적, 종교적 또는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폭력을 지지하거나 행사하는 것’이라는 사전적 정의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날 모든 사회는 폭력적 극단주의에 흔들릴 수 있으며, 폭력적 극단주의는 생각보다 쉽게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다.
세계시민교육, 폭력적 극단주의를 다스리는 방법
폭력적 극단주의의 위협을 해소하기 위한 만능 해결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테러와 같은 폭력에 수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이다. 폭력적 극단주의가 싹트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예방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유엔과 유네스코가 제시하는 가장 중요한 예방책은 바로 ‘교육’이다.
폭력적 극단주의는 종교적·인종적 불관용, 외국인 혐오, 차별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비뚤어진 면들과 맞닿아 있다. 따라서 폭력적 극단주의의 발원을 막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평화, 관용, 문화 간 이해 같은 가치가 결코 흔들리지 않도록 우리 사회에 단단히 뿌리 내리게 만드는 것이며, 그 역할은 바로 교육이 담당할 몫이다.
폭력적 극단주의에 맞서 유네스코가 제시한 카드는 세계시민교육이다. 사람들에게 지구촌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소속감을 갖게 만드는 교육, 함께 살아가는 이 지구에 책임의식을 느끼게 하는 교육. 세계시민교육의 이러한 지향점을 달성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사람들의 마음 하나하나에 인권과 관용과 연대와 같은 가치를 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지구촌의 평화를 위협하는 것들에 대응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기에, 유네스코는 세계시민교육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에 평화의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올려, 그 누구도 흔들 수 없는 튼튼한 방벽을 만들고자 한다.
주유네스코 대한민국대표부 주재관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서 파견 하며, 외교업무수행, 유네스코와 대표부와 한국위원회간의 연락, 유네스코 활동의 조사, 연구, 정책개발 등을 담당한다.
이선경 주유네스코 대한민국대표부 주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