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세계시민 워크숍의 학교 수업 적용 후기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7월 9일 서울 명동 유네스코회관에서 ‘한반도 세계시민 워크숍’을 개최했다. 워크숍에 참가한 26명의 교사들은 분단 상황 속에서 다문화 사회로 변해가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교육 현장에서 세계시민교육과 평화·통일교육을 연계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한 뒤 그 내용을 학교 현장 수업에도 적용해 보았다.
한반도 세계시민 워크숍에서 선후배 및 동료 교사들과 더불어 놀고, 이해하고, 터놓고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레 수업 내용을 그려볼 수 있었다. 평소 통일교육에 관심이 많았기에 이번에 배운 내용을 여름방학 방과후학교 세계지리 수강자 18명을 대상으로 한 ‘북한이탈주민과 다문화 공간’ 수업과 결합해 보기로 했다. 총 4차시로 구성된 수업 중 전반 2차시는 한반도 세계시민 놀이터로, 후반 2차시는 북한이탈주민과 다문화 공간 수업으로 계획하고 학생들이 배운 점과 느낀 점, 실천할 점을 공유하는 활동인 ‘배움일기’ 시간도 넣었다.
본 수업에 앞서 학생들에게 아무런 설명이나 정보 없이 ‘경계’라는 단어를 그림으로 표현해 보도록 했다. 학생들은 역시 휴전선을 가장 많이 그렸고, 물과 기름의 경계, 낯선 것에 대한 경계, 배드민턴 네트 등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이후에 학생들은 큰 원을 따라 둘러앉아 자기 소개를 하고 현재 자신의 기분 점수(1-10점)를 말한 다음, 두 명씩 짝을 지어 자신을 설명하는 세 개의 키워드를 활용해 상대방에게 다시 자기소개를 했다. 다음에는 두 쌍의 짝을 합쳐 네 명을 만들고, 돌아가며 자신의 짝을 소개하도록 했다. 수업 이후 학생들이 제출한 배움일기를 보니 학생들은 자신을 설명하는 키워드를 정할 때 많이 어려워했지만,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자신을 알게 되었으며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서 교사 워크숍에서 해 보았던 ‘훌라후프 협동 활동’을 진행했다. 팀원들이 고도의 협동심을 발휘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이 활동을 성공시키는 모둠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자연스레 초반에 비해 서로 대화를 많이 나누기 시작했다. 배움일기에서 한 학생은 이 활동의 실패 요인으로 ‘나’에게만 집중한 것을 꼽으며, 어떤 목적을 향해 함께 나아갈 때는 협력의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이어서 같은 취미활동에 대해 각자가 얼마나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게 해 주는 ‘가까운 숫자 찾기’ 활동을 한 뒤 ‘선 워크숍’을 진행했다. 모둠별로 ‘선’이 들어간 단어가 들어간 질문을 최대한 많이 만들고, 그 중 가장 의미 있는 질문 한 가지를 몸으로 표현하고 다른 모둠 학생들이 이를 맞춰 보는 활동이다. 재일동포 가수인 사와 토모에의 노래 「The Line」(선)을 들으며 일상 속에서 우리와 그들을 구분 짓는 선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그 다음에 이어진 ‘입장 게임’은 학생들이 가장 좋아했던 활동이다. 1910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원곤, 유용민, 리순이와 그들의 자녀가 격동의 세월을 살아가며 마주했던 어쩔 수 없는 선택의 순간으로 돌아가, 학생 각자가 그들의 입장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를 결정해 보는 활동이다. 여기서 중요한 규칙은 학생들이 서로의 선택을 평가하지 않은 채, 각자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묻고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 날의 활동은 재일동포와 사할린 동포, 고려인, 조선족, 재미동포, 그리고 노동 이주를 세계지도에 표시하며 한민족이 초국가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한눈에 보면서 시작했다. 그리고 ‘초국가적 한민족’ 중 북한이탈주민을 사례로 다문화 공간에 대한 수업을 이어 나갔다. 수업을 시작하며 먼저 ‘우리 몸의 중심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은 뇌, 폐, 심장 등 다양한 답변을 했는데, 몸의 중심은 다름 아닌 ‘아픈 곳’이라는 정세훈 시인의 「몸의 중심」을 들려 주고 ‘우리 사회의 아픈 곳은 어디일까?’라고 물어 보았다. 이어서 북한이탈주민 중 70% 이상이 여성이라는 점을 설명하며 생계를 위해 탈북한 ‘마담 B’를 소개했다. 마담 B의 이주 과정을 따라가며, 다문화 공간에서 ‘우리’가 되어 공존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이를 공유해 보았다. 그리고 맨 처음에 했던 활동인 ‘경계’를 그림으로 다시 표현해 보았다.
무지는 편견을 낳고, 편견은 오해를 낳는다. 그 대상은 북한이 될 수도 있고 같은 반 친구가 될 수도 있다. 우리 모두가 진정한 ‘세계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교실에서부터 평화를 유지하고 창조하는 주체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배움일기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강조했듯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고 나를 되돌아보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관심을 세상과 소통하고 함께 살고 있다는 공감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만남이 중요하고, 따라서 경계는 단절이 아니라 서로 만남이 이루어지는 소통과 교류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언젠가 우리의 휴전선 역시 단절의 경계가 아니라 놀고, 이해하고, 터놓고 이야기하는 놀이터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용훈
한광여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