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차 인간과 생물권 계획(MAB) 국제조정이사회가 6월 10-13일 동안 스웨덴 욘쇄핑에서 열렸다.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등 MAB 주요 사항을 논의하는 이사회는 유네스코 34개 회원국으로 구성되며 매년 상반기에 유네스코 본부와 회원국을 번갈아가며 열린다.
✤ 생물권보전지역이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은 자연자원과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면서 지속가능한 이용을 촉진하는, 즉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추구하는 제도로 1970년대에 시작되었다. 2000년에 94개국 391곳이었던 생물권보전지역은 2013년 117개국에 621곳으로 늘어나 생물권보전지역에 대한 회원국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생물권보전지역은 엄격한 보전만을 하는 ‘보호지역 그 이상’의 제도로서 세계 및 지역 네트워크로 운영되어 우수사례를 교류하고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협력한다. 생물권보전지역에서는 생태관광, 교육뿐 아니라 특산품 판매 등 지역사회의 발전을 도모한다. |
MAB 이사회의 주요 이슈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과 정기평가보고서 검토이다. 올해 생물권보전지역 신청지는 총 29곳으로 전년도의 15건보다 배나 늘었으며, 이사회는 이 중 북한의 칠보산을 포함한 13곳을 승인했다.
칠보산은 신생대 4기 초기에 화산 분출로 생성된 곳으로 한국 고유식물 16종이 서식하고 30종의 국가적, 세계적 멸종위기 동‧식물이 분포하는 생물다양성 보전 가치가 뛰어난 곳으로 백두산(1989년), 구월산(2004년), 묘향산(2009년)에 이어 북한의 4번째 생물권보전지역이 되었다. 하지만 칠보산 생물권보전지역에 대한 관리계획을 제출하지 않아 이사회는 1년 안에 관리계획을 수립, 보고하도록 요청했다. 이 때문에 몇 이사국은 승인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하여 논란이 일기도 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공동으로 신청한 몽비소 지역과 알바니아와 전유고연방이 신청한 오리드 프레스파 지역은 접경생물권보전지역으로 승인 받았고, 국가간 협력사례로서 의미를 지닌다. 접경생물권보전지역은 14곳으로 늘었고, 대부분이 유럽에 있으나 중남미와 아프리카에서도 접경 협력을 위한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접경생물권보전지역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인접 국가가 협력하면서 지역의 평화 촉진에 기여하고 있으며, 사무국은 접경 생물권보전지역이 미래의 주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알제리는 신청한 3곳 모두 반려 권고를 받았고 생물권보전지역 용도구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유네스코의 자문을 구하라는 추가 권고를 받았다. 중국, 파키스탄 등 반려된 다른 곳들도 생물권보전지역의 보전과 발전 기능 수행을 위해 핵심, 완충, 전이지역을 구비해야 하는데 이를 충족하지 못해서 용도구역을 조정하고 다시 신청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한편 생물권보전지역의 모범사례로 거론되는 독일의 뢴은 생물권보전지역 주변의 주민들이 생물권보전지역에 포함되길 원하여 원래 면적보다 1/3이 더 늘어난 곳을 확장 신청하여 승인 받았다. 생태관광, 농업이 주로 이뤄지는 이 지역은 생물권보전지역이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절차 회원국이 전년 9월 30일까지 제출한 생물권보전지역 신청서를 다음해 3월에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임명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 생물권보전지역 자문위원회’가 검토하여 승인, 보류, 불가 권고를 하고, 의장단이 이사회 논의 전에 자문위원회 권고를 검토한 후 이사회에 의장단 권고안을 제출한다. 일반적으로는 의장단은 자문위원회 권고를 존중하여 이사회에 권고안을 제출한다. 다만 조건부 승인이나 보류 권고를 받은 회원국이 자문위원회의 자료 제출 요청에 따라 보완했을 경우 승인 권고를 해왔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반대로 자문위원회가 승인한 신청지에 대해 의장단이 보류로 변경한 사례들이 있었다. 이에 대해 이사국들은 자문위원회가 과학적으로 검토한 사안에 의장단이 어떤 근거로 권고를 바꾸는지 절차와 운영방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출구전략이 시작되면서 생물권보전지역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과 각 국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면서 생물권보전지역을 지정, 운영하려는 입장 간의 견해 차이가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생물권보전지역이 631곳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앞으로 MAB 사업과 생물권보전지역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과제를 던져준다. MAB는 이번 이사회에서 2014-2021 전략 수립 안에 대해 논의했고, 하반기에 회원국 협의를 거쳐 내년 이사회에서 전략을 채택할 예정이다. |
핵심지역으로 이뤄진 1세대 생물권보전지역들은 출구전략에 따라 용도구역을 제대로 갖출 것을 권고 받고 있는데 1980년에 지정된 일본의 시가하이랜드도 주변지역 주민들의 참여와 협조를 얻어 전이지역을 확장 신청하여 승인받았다. 하지만 핵심지역 주변의 모든 지자체가 참여하지 않아 핵심지역 보전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으나 지역주민의 참여를 얻기 시작한 것에 많은 이사국들이 의미를 두고 승인을 했다.
반면 지역주민들이 생물권보전지역의 혜택에 관심이 없어 확장에 동의하지 않아 오스트리아는 1977년에 지정된 고센쾰레세와 구글러캄 등 두 곳을 철회했고, 한 곳은 주민들과 협력하여 확장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영국도 노스 노어폭 코스트를 철회하였다.
이번 이사회의 결정으로 현재 세계 생물권보전지역은 119개국 631곳이며 이중 접경생물권보전지역은 14곳이다. 알바니아와 전유고연방은 처음으로 생물권보전지역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2013년까지 MAB의 활동지침이었던 마드리드행동계획 실행에 대한 평가와 함께 2014-2021 전략을 논의했다. MAB 사업의 가시성 향상, 생물권보전지역 관리자들의 역량강화가 강조되었고 간결한 메시지를 담은 전략 수립의 필요성에 많은 이사국들이 동의했다.
생물권보전지역의 혜택 생물권보전지역을 신청하려는 곳이 있는가 하면 탈퇴하는 곳도 있다. 물론 탈퇴하는 곳들도 생물권보전지역에 대한 관심의 한 표현이다. 이번 이사회에서도 유럽의 3곳이 탈퇴 발표를 했다. 지역주민의 무관심, 혹은 생물권보전지역의 혜택에 대해 공감하지 않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생물권보전지역 출구전략에 따라 1982년에 지정된 우리나라의 설악산 생물권보전지역도 용도구역 조정 작업 중이다. 설악산 생물권보전지역은 1세대 생물권보전지역이라 보전, 발전, 지원 기능 수행에 기반이 되는 핵심, 완충, 전이지역을 제대로 구비하고 있지 않다. 설악산과 같은 곳들은 2015년말까지 생물권보전지역의 기능을 제대로 실행할 것을 요청받고 있으며, 이를 위해 용도구역, 특히 전이지역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생물권보전지역은 ‘보호’만을 위한 곳이 아니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을 추구하기 위한 곳으로 지속가능발전의 학습장을 추구하고 있다. 지역주민의 이해와 참여가 없이는 생물권보전지역의 활동을 제대로 수행하기가 어렵다. 2009년에 지정된 신안 다도해 생물권보전지역은 신안군 전체로 넓히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처음 신청할 때와 달리 지역주민들이 원해서이다.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후 그 혜택을 옆에서 봤기 때문에 지역주민들은 생물권보전지역에 참여하기를 원한다. 생물권보전지역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독일의 뢴 생물권보전지역도 이번 이사회에서 그 면적의 1/3에 해당하는 부분을 확대했다. 생물권보전지역이 주민에게 주는 혜택은 무엇이었을까? |
우리나라는 첫날 국가 보고서 발표에서 국내 생물권보전지역 네트워크 구축, 생물권보전지역 간 자매결연, 유네스코학교 생물권보전지역 사업 등의 활동을 소개하고 올해 하반기에 열릴 아태 생물권보전지역 관리자 역량강화 워크숍에 대해 안내하여 회원국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동북아 생물권보전지역 네트워크(EABRN)와 제주도가 사무국을 맡고 있는 세계 섬‧연안 생물권보전지역 네트워크 활동도 보고했다.
생물권보전지역이 600곳을 넘어가면서 이사회에서는 보전, 발전, 지원 등 생물권보전지역의 세가지 기능이 강조되고 있으며, 출구전략 실행으로 생물권보전지역을 유지하려는 많은 회원국들이 용도구역을 재조정한 보고서와 신청서를 제출하는 노력을 보여줬다. 이에 더해 MAB 운영에 대한 투명한 절차와 정보 공개에 대한 요청이 많아져 앞으로 예의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페루가 2016년에 세계 생물권보전지역 총회를 개최하겠다고 제안하여 모든 이사국의 환영을 받으며 이사회는 막을 내렸다. 내년 이사회는 6월 중순에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다.
과학팀장 김은영 heidi@unesc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