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유네스코방콕사무소장
지난해 10월 1일, 전 세계 54개 유네스코지역사무소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방콕 소재 유네스코 지역사무소에 부임한 김수현 대표. 외교부와 여러 유엔 기구를 거치며 다양한 경력을 쌓아 온 김 대표는 개발원조를 비롯, 국제기구의 인도지원과 정무, 안보 및 행정 업무를 두루 다룬 전문가로서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적지 않아 보였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10월 1일 자로 유네스코 아태지역사무소에 부임한 김수현 소장입니다. 저의 주요 업무는 다음 3가지로 표현할 수 있어요. 방콕에 소재한 지역사무소의 대표(Regional Director), 역내 태국·미얀마·라오스·싱가포르의 대표, 그리고 유네스코의 유엔 시스템 전반의 활동을 관할하는 ‘아태지역’ 대표이기도 합니다.
유네스코방콕사무소장을 맡게 되신 소감과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방콕지역사무소는 아태지역의 이슈를 총괄하면서 한국과도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저에게 굉장히 유의미한 기회이고, 그래서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앞으로 저는 유네스코 직원들과 함께 교육·문화·과학기술 등 분야를 연계한 학제적 사업들을 통해 국제사회가 추구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고 싶어요. 엄청난 열정과 자부심으로 일하는 직원들을 연결해서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인권과 여성의 시각에서 직원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어 다양한 사업도 진행하고 싶어요. 또, 한위의 청년기자단처럼 청년의 목소리를 끌어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습니다.
외교부에서 10년간 근무 후 국제기구로 자리를 옮긴 계기가 있었는지요?
외교부에서도 국제기구 관련 업무를 주로 담당했습니다. 외교관은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을 주로 진행합니다. 국제기구에서는 여러 국가가 모여서 함께 규범을 논해요. ‘인권’은 유엔 다자주의 현장에서 만들어진 단어인데요. 국제기구라는 논의의 장이 없었다면 인권이라는 단어 자체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규범을 만들고, 역사를 만드는 현장, 그리고 개발·인도 지원 수요가 있는 현장에서 직접 뛰어보고 싶었던 마음이 국제기구에 입문하게 된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직접 느끼신 외교부와 국제기구의 차이점과 공통점은 무엇인가요?
잘 아실 것이라 생각하지만, 국제기구는 대체로 경력직 중심으로 채용을 합니다. 그래서 전문성을 발휘해 주도적으로 일을 해야 하고, 때문에 자신의 성과를 표현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네스코에 부임하시기 전, UNHCR, UNICEF 등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국제기구에서 활약하셨는데요. 업무에 도움이 되었던 핵심 역량이 있을까요? 역량을 갖추기 위한 ‘꿀팁’이 있다면 독자 여러분들께 알려주세요.
유엔 시스템 내에서 5개 국제기구를 경험했어요. 이직을 할 때마다 매번 문화적 새로움을 느끼면서 적응 기간을 가졌습니다. 저에게 도움이 되었던 핵심 역량은 ‘전략적 사고’예요. 영어로는 ‘Connecting the dots’라고 하죠. 한 단계 위에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면서 분석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눈앞에 놓인 현상에서 나아가 다음 단계를 고민하는 분석적인 사고가 필요합니다. 글만 쓰거나 말만 해 본다고 해서 키울 수 있는 역량은 아닌 것 같아요. 토론을 많이 하면서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개발·인도지원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여러 국제기구 중 유네스코를 선택하시게 된 유네스코만의 매력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현재까지 거쳐 온 국제기구들이 현장 가까이서 직접 사업을 수행하는 곳이었다면, 유네스코는 정부 및 준정부 단체와 협력하면서 정책 입안과 규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구입니다. 저는 이러한 ‘업스트림(upstream)’ 분야의 일이 인권적 시각을 유네스코의 다양한 사업영역에 접목시키는 노력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교육·과학·문화·정보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분야의 일을 하면서 세계 평화에 기여한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제기구 진출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국제기구 입사’를 목표로 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보다 내가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잘 들여다보면 좋겠어요. ‘Where’보다는 ‘What’과 ‘How?’를 고민해 보세요. 무엇을 어떻게 할지 정했다면, 무엇보다 현장에 나아가 많은 경험을 쌓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현장 가까이서 배움을 얻을 수 있거든요.
김수현 유네스코방콕사무소장 약력
2019 유엔인구기금(UNFPA) 정부·다자기구간 협력 및 전략대화 총괄 국장(D-1)
2018 유니세프 신개발원조재원 팀장 및 고문 (P-5)
2016 유니세프 서울사무소장(P-5)
2016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 요르단 지역사무소 조정협력팀장(P-4)
2014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 인권전문관(P-4)
2010 유엔개발기금(UNDP) 정무전문관(P-4)
2008-2010 외교부 국제기구국 유엔과 서기관
2007-2008 대한민국 외교부 아중동 서기관
2005-2007 예일대학교 잭슨국제문제연구 연수
2004-2005 경수로기획단 대외협력 담당관
2000-2003 대한민국 외교부(동유럽과, 인권사회과, 국제개발협력과) 근무
송현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청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