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압박 속 이상 실현을 위한 유네스코의 노력
어느 조직이나 적절한 다이어트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유네스코 역시 이번 재정 위기를 ‘지속가능한 재정’을 만들기 위한 기회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동시에 그것이 ‘건강을 해치는 무리한 다이어트’가 되지 않도록 국제사회의 관심과 도움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회원국들이 내는 분담금에 22%의 큰 구멍이 생긴 후, 유네스코는 이를 메우기 위한 별도의 지출계획(expenditure plan)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사실상의 ‘실 제 가용 예산’이라 할 수 있는 지출계획은 지난 2013년 승인된 2014~2015년도 정규예산 및 2015년 승인된 2016~2017년 정규예산에 도 연이어 적용됐다. 그 결과 작년과 올해 적용되는 유네스코 전체 지출계획 규모는 정 규예산 6억 6700만 달러의 78% 수준인 5억 1800만 달러. 연간 약 2억 6000만 달러에 조금 못미치는 이 금액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1년 예산의 6분의 1 수준이다.
이처럼 한정된 예산의 배분을 위해 유네 스코는 2014~2015년도 예산부터 우선순위 에 따라 각 사업과 활동에 예산을 차등 책정 하는 한편, 예산 및 지출 정보를 투명하게 제 공하고 더 많은 공여를 유도하기 위한 ‘투명 성 포털 웹사이트’(Transparency Portal, 웹 사이트 opendata.unesco.org)를 개시 및 개 편했다. 매번 정규예산 이상의 규모로 책정 되는 비정규예산을 보다 예측가능하고 정례 화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이에 따 라 회원국과 사기업 공여자 등과의 정기적인 대화 채널인 ‘구조적 재정 대화’(Structured Financing Dialogue)를 구체적으로 검토 중이며, 2018년 이후 정규예산과 비정규예 산을 통합 관리하기 위한 ‘통합적 예산 체 계’(Integrated budget framework)도 도입 하려 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유네스코의 재정난은 현재진행형이다. 유네스코 사무국 은 지난해 9월 분담금 체납과 관련한 사무국 의제 설명(200EX/17)을 통해 총 5억 7100만 달러에 달하는 체납분담금의 납부를 촉구하 며 “운영자금(working capital fund)으로 충 당하고 있는 체납 분담금이 납부되지 않을 경 우 외부 조달(external borrowing)이 필요하 게 될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
점점 고착화되고 있는 재정 문제는 결국 유네스코가 핵심 사업과 인력을 줄여나가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내몰고 있다. 스타 인 반 우스테렌(Stein van Oosteren) 주유 네스코 네덜란드대표부 주재관은 이에 대해 “군살을 줄이는 수준보다 한참 더 나간 것”이 라며, “현장과 국제정치 분야에서 유네스코 의 활동에 제약을 주는 동시에 매년 급증하는 세계문화유산 등재 및 관리를 ‘지속가능하지 않은 상태’로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리 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 역시 “유네스 코의 힘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며 “인력 조 정은 반드시 유네스코의 역량을 유지하는 선 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직원 공석률이 11~14%에 달하는 상황에서 추가적 인 인력 구조조정은 유네스코의 역량에 치명 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뜻이다.
‘사업을 줄이느냐, 사람을 줄이느냐, 혹은 둘 다 줄이느냐.’ 이 절박한 문제 앞에서 지난 해 탄생 71주년을 맞은 유네스코는 변화와 전 진을 위해 여전히 고민 중이다. 끊임없이 변 하고, 때로 유네스코의 이상을 위협하기까지 하는 복잡한 현실의 실타래 속에서 실마리 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프란체스코 반다 린(Francesco Bandarin) 유네스코 문화부문 사무차장보는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재 유네스코가 맞닥뜨린 도전 과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지금과 같은 예산 압박 속 에서 휴머니즘에 기반한 유네스코의 이념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다른 하나는 2차대전 직후 탄생한 유네스코의 이상과 비전이 오늘 날에도 여전히 유효한가 하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195개의 세계 최대 회원국을 가진 국제기구로 성장한 유네스코가 지금 마 주하고 있는 문제는 37개국으로 출발한 72년 전의 그것보다 훨씬 정치적이면서 복잡해졌다. 하지만 이리나 보코바 사무총장은 “(유네 스코의 이상이야말로) 갈수록 파편화되고 증 오와 폭력이 심해지는 요즘 그 어느때보다도 필요한 것”이라며, 유네스코가 지금의 위기 속에서 “변화하고 전진하고 있다”(changing and moving fowrad)고 힘주어 말했다.
김보람 유네스코뉴스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