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대한민국이 가입한 유네스코의 이념과 규범을 국내에서 충실히 이행 하도록 지원하는 기관으로서,「유네스코 활동에 관한 법률」제3조 및 제4조에 근거하여 정부에 대한 자문과 협력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법률적 책무에 따라, 최근 종묘 인근 개발과 관련하여 제기된 우려에 대해 국제 기준과 협약의 정신에 입각한 입장을 밝힙니다.
대한민국은 세계유산협약의 당사국으로서 협약 제4조에 따라 자국 내 세계유산 보호·보존· 전승에 대한 1차적 책임을 지며, 제5조에 따라 이를 위한 제도적 조치를 취할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종묘는 주변 환경과 역사적 맥락을 포함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니는 유산으로, 1995년 한국 첫 세계유산 중 하나로 등재된만큼 이러한 국제적 의무 아래 충실히 관리되어야 합니다.
1972년 세계유산협약의 운영지침은 당사국이 준수해야 할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172항은 유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발 계획에 대해 사전 통보를 요청하고 있으며, 제118항bis는 개발 영향 검토 수단으로 유산영향평가(HIA)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유산영향 평가는 이해관계자 참여를 바탕으로 개발이 유산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핵심적인 과정으로 전세계 세계유산 보호에 기여해 왔습니다. 이러한 절차가 충분히 이행되지 않을 경우, 해당 유산의 보존 현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심각해지고 세계유산위원회의 추가 검토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사전적 예방과 충실한 절차 이행이 중요합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유네스코는 우리 정부에 발신한 3월 13일자 서한에서 “개발 계획 승인 전 유산영향평가 실시가 2026년 3월까지 확정되지 않을 경우, 오는 7월 부산에서 개최되는 제48차 세계유산 위원회가 종묘의 보존현황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해당 유산뿐 아니라 국가의 세계유산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국제적 신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특히 대한민국은 큰 재원을 들여 국가적 행사로 세계유산위원회를 처음 유치하고 개최 준비를 하고 있는 의장국으로서 협약의 모범적 이행을 보여줄 책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세계유산 보호와 존중을 고양해야 할 의장국이 오히려 국제사회의 유산 정책을 경시하는 당사국으로 오해될 가능성이 우려됩니다.
유산 보존과 지역사회 발전은 상충되는 관계가 아니라, 적절한 계획과 협의를 통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영역입니다. 이에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관련 주체 간 원만한 협의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하며,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유산영향평가를 포함한 여러 절차가 충실히 이행되기를 권고합니다. 이를 통해 종묘의 가치를 보전하면서도 지역 발전과의 균형을 이루는 합리적 방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합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앞으로도 세계유산협약의 국내 이행을 지원하며, 문화유산 보호와 지속가능한 발전이 함께 실현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자문과 협력을 제공하겠습니다.
2026년 3월 18일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홍현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