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차 유네스코 총회 참가 기고문 I 김성열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부위원장(경남대학교 명예석좌교수)

제43차 유네스코 총회가 2025년 10월 30일부터 11월 13일까지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렸다. 필자는 이 중 11월 3부터 11월 7일까지 일부 일정에 정종섭 문화분과 위원장 및 고상원 과학분과 부위원장과 함께 참석하였다. 유네스코 본부가 있는 파리 이외의 지역에서 총회가 열린 것은 40년 만이다. 사마르칸트는 우즈베키스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자 오랜 역사를 가진 고도(古都)로, ‘푸른 도시’, ‘실크로드의 교차로’로 불렸을 만큼 동서양 문명이 만나는 교역의 중심지였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사마르칸트는 우리나라로 치면 경주에 해당하는 도시다. 유네스코 회의장이 있는 사마르칸트의 의회 센터(Congress Center) 역시 경주의 보문단지처럼 시내에서 떨어진 곳에 있었다. 우즈베키스탄은 총회 유치를 계기로 이곳을 중앙아시아 지역의 국제회의 중심지로 만들려는 계획을 세운 듯이 보였다. 타슈켄트 공항에 도착한 후 사마르칸트로 갈 때까지 이동 과정에서 만난 자원봉사자들과의 짧은 대화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에서 떠나기 전, 꽉 짜인 총회 출장 일정표를 보면서 논의 의제가 매우 광범하고 다양하며, 따라서 우리 위원들이 매우 바쁘게 움직여야 하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직원들은 한국 대표단으로서 총회에 참석하는 외교부 직원과 주유네스코대표부 직원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지원이라고는 하나, 그 일들은 주요 의제 검토 및 발언문 작성, 대표부와 의제 검토 협의, 대표단 발언 지원, 분과별 주요 동향 파악, 타 국가위원회와 주요 사안에 대한 공조, 총회 주요 결과의 정부 관련 부처 및 기관 공유 등 결코 만만하다고 볼 수 없는 중요한 것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대표단이 동시에 여러 다른 분과 회의에서 발언해야만 하는 부득이한 경우가 생기면 대표단을 대신하여 발언하기도 하였다.
필자는 일반정책토론(General Policy Debate, GPD》 세션과 교육분과 세션에 부분적으로 참석하였는데, 일반정책토론 세션에서는 우리나라 수석대표로 참석한 우즈베키스탄 주재 원도연 대사의 발언들을 소개하고 싶다. 원 대사는 ▲한국이 유네스코의 지원으로 교육 재건과 발전을 이룬 경험 ▲우리나라가 유네스코 정신을 실현하기 위하여 벌이고 있는 14개 아프리카 국가 대상 직업훈련 사업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브릿지 프로그램 등의 활동 실적 ▲유네스코 세계시민교육상 신설 및 다음 달 첫 시상식 개최 계획 ▲내년 부산에서 개최 예정인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의 성공 및 신탁기금을 통한 포용적 유산 관리와 지역 대표성 확대 등을 언급했다. 아울러 김구 선생 탄생 150주년 유네스코 기념해 지정에도 감사를 표했다. 회의에 참석한 북한 대표의 발언도 있었다. 북한 대표는 일본 정부가 재일 조선인학교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 것은 차별적 교육정책으로서 이를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서현숙 본부장, 이선경 실장 등과 함께 브릿지 사업 대상 국가인 말라위와 탄자니아의 유네스코 국가위원회 관계자도 만나 보았다. 이 자리에서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브릿지 사업의 추진과 관련하여 대화를 나누었고, 그들의 요청사항을 청취하고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당부하였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직원들은 총회 시작 때부터 참석하여 여러 나라의 유네스코 국가위원회 관계자들을 이미 만나고 있었다. 한국의 교육 지원을 받는 국가들은 지원에 대하여 감사를 표했고, 그중 일부 국가는 일반정책토론 세션에서 대표 연설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감사를 직접 언급하기도 하였다. 여러 국가가 대표 연설에서 우리나라의 교육지원 사업을 언급하는 것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언급 뒤에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직원들의 역할이 있었다. 직원들은 총회 기간에 다른 국가위원회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그러한 언급을 끌어내기 위하여 노력을 기울였다. 각자가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외교활동을 수행한 셈이다.
총회에서는 8년간 재임한 오드레 아줄레 사무총장 퇴임 행사도 열렸다. 퇴임하는 사무총장의 업적을 담은 문서를 작성하고 이를 총회에서 공식적으로 채택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미 집행위원회에서 새 사무총장으로 내정되었던 이집트의 엘-에나니 교수가 공식적 선거 절차를 통하여 총장으로 선출되었다. 아프리카계로서는 두 번째, 아랍 지역 출신으로는 첫 번째 총장이다. 여러 국가대표가 연설에서 새 총장에 대하여 지지를 표명하기도 하였다.
유네스코 총회에 다녀오면서 두 개의 질문이 생겼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유네스코에 이바지하는 만큼 고위직에 진출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유네스코로부터 지원받고 오늘에 이르렀는데, 우리나라와 같은 성과를 이루어 낼 또 다른 나라가 등장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앞으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