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유네스코 제14차 청년포럼은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C 상승하고, 지난 175년 중 가장 지구가 더웠던 한 해를 겪은 엄중한 상황 위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이제 단순히 경청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the time to simply listen has passed)”라는 표현 속 조급함에서도 드러나듯, 전 세계의 청년들은 스스로를 기후위기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집단이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주역으로 인식하고 강조했습니다. 청년포럼 결정문은 이 문제의식과 해결방안을 반영하기 위해 크게 세 가지 부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1) Call for Action; 문제제기와 해결을 위한 노력의 긴급성 강조, (2) Global Recommendation; 글로벌 차원의 제안 (3) Regional Recommendation; 지역별 제안.
청년 포럼 참가자들은 첫 부분, Call to Action을 통해 각국 정부, 지역, 국제기구에 다음 네 가지를 요구했습니다: (1) 청년을 의사결정 테이블의 ‘파트너’로 포함 (Place young people at the decision-making table) (2) 청년의 지식과 경험이 활용되고 발휘될 수 있는 공간 마련 (Recognize their unique knowledge and experience) (3) 청년 주도 기후 해결책에 대한 재정, 자원 투자 확대 (Invest in young people and invest in the future) (4) 청년 참여를 측정하는 지표 개발 및 효과적 모델 확산 (Measure the engagement of young people). 청년 참여 거버넌스 확립에 대한 문제 의식은 주로 유럽, 특히 벨기에와 독일 대표가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통해 강조했고, 청년 주도 기후 해결책을 위한 재정 및 지원 투자는 주로 아프리카와 남미 대표들 중 지역 기후위기 대응 솔루션을 직접 현장에서 개발·운영해온 청년 활동가들이 강조했습니다. 이 활동가들은 자신들의 경험이 지속 기능하려면 안정적이고 접근 가능한 기후재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첫 부분 중, 유네스코 회원국을 향한 요청에서 저는 특히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이번 포럼 운영위원회(Steering Committee)의 일원으로서, 저는 청년포럼이 청년의 ‘상징적 참여’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이른바 ‘유스 워싱(youth-washing)’을 넘어, 청년에게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점을 워킹 세션 단계에서 강하게 제기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최종 결론문에서 “not as a symbolic inclusion, but as a source of real influence and engagement in decision-making”이라는 문구로 반영되며, 청년 참여가 형식적 참여를 넘어 정책 형성 과정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공동 인식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이런 공통된 문제의식은 문서의 두 번째 부분, Global Recommendation (글로벌 제언)의 구성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해당 절의 첫 세 조문—(1) 기후 거버넌스에서의 청년 참여 (2) 기후, 지속가능발전 교육 (3) 지속가능한 전환을 가능케하기 위한 청년 주도 혁신—은 모두 청년들이 스스로를 단순한 참여 대상이 아닌 의미 있는 영향력을 가진 구조적 참여 주체로 나서기 위한 고민을 담은 결과물이었습니다. 이런 고민들은 구체적인 제언 사항, 예컨대 최소 30% 청년 참여 쿼터 (a youth quota of at least 30% active representation should be included within climate decision-making and policy-making processes), 청년 지명 절차의 투명화 (transparent youth nomination processes), 청년주도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와 비즈니스 (youth-led sustainable initiatives and entrepreneurship)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목소리를 내는 것을 넘어 우리의 의사를 어떻게 제도적인 변화를 이끄는 결정으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공통적인 고민의 결과로서 이 청년포럼 권고안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글로벌 권고문 두 번째 부분의 나머지 세 조문은 기후위기 논의에서 최근 들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새로운 이슈들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구성된 항목들입니다. 먼저 ‘(4) 디지털 전환과 기후 정보’는 기후 허위정보의 확산과 기후위기 부정론의 대두라는 국제적 흐름에 대한 청년 대표단의 공통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특히 플랫폼 기반 정보소비가 일상화된 청년 세대의 특성을 감안할 때, 허위정보는 단순한 ‘정책 혼란’을 넘어서 청년의 기후행동 자체를 약화시키는 구조적 위험요인이라 인식했습니다. 이 조문은 북미와 유럽 대표단이 적극적으로 강조했으며, 디지털 접근성, AI 윤리, 지역 기반 디지털 허브, 미디어정보리터러시(MIL) 강화가 핵심 제안으로 이어졌습니다. 다음으로 ‘(5) 청년의 건강과 정신건강’에 관한 조문은 최근 국제사회에서 빠르게 주목받는 ‘기후 불안(climate anxiety)’을 중심으로 논의가 펼쳐졌습니다. 북유럽 출신 의장단은 기후위기가 청년 세대의 정신건강과 정서적 안정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경고하며, 이를 기후정책의 정당성·실효성과 직결되는 문제로 제기했습니다. 이 문제의식은 아프리카·남아메리카 대표단의 경험과도 깊이 연결되었는데, 이 지역의 청년들은 기후위기로 인해 생계·이동, 교육, 가족구조까지 흔들리는 상황에서 정신건강 문제는 개인적 증상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회복력과 직결된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6) 문화적·자연적 유산(cultural and natural heritage)’에 대한 강조는 주로 태평양 및 도서국가(SIDS) 대표단의 의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들은 해수면 상승과 기후이주로 인해 언어, 의례, 전통지식 등 공동체의 문화가 단절될 위기에 처해 있음을 지적하며, 기후위기 대응은 환경 보호를 넘어 문화 전승과 지역적 앎에 대한 존중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원주민 지식 보호, 청년 주도의 문화기록 활동과 세대 간 멘토링을 비롯해 문화와 정체성을 지키는 것을 강조하는 권고안으로 이어졌습니다.
청년포럼 결정문의 세 번째 부분인 지역별 권고안은 유럽·북미, 라틴아메리카·카리브, 아시아·태평양, 아프리카, 아랍 등 다섯 개 권역의 특수한 기후 현실과 우선순위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각 지역이 어떤 의제를 강조했는지, 그리고 그중 어떤 내용이 글로벌 권고문에 직접적으로 흡수·반영되었는지를 비교해 읽어보시면 문서 전체의 구조와 논리 흐름, 그리고 본회의에서의 국가 및 권역 별 치열한 토론 과정을 더욱 명확히 이해하고 상상해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제14차 유네스코 청년포럼 결정문은 청년 세대가 자신을 기후정책의 공동 설계자로 자리매김할 것을 명확히 요구하는 선언문이자, 동시에 청년들이 이미 그 역할을 수행할 역량과 실천 기반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청되는 것을 넘어, 구체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청년 대표들의 외침은 2년 뒤 15차 포럼이 개최되기 전까지 어떻게 확산되어 변화를 일으키게 될까요? 그 과정을 청년 여러분께서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제14차 청년포럼 한국 대표 유병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