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범 김구(1876-1949) 탄생 150주년이 2026년 유네스코 기념해로 공식 지정되었다. 유네스코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개최 중인 제43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아닌 ‘문화의 힘’을 통해 세계 평화를 추구한 김구 선생의 비전이 유네스코의 보편적 가치와 부합한다고 평가하며 이같이 결정했다고 10월 31일(현지 시간) 밝혔다. 이번 지정은 대한민국이 주도하고 아프리카 및 아시아 8개국이 공동 지지하여, 김구 선생의 사상이 지닌 세계사적 중요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백범 김구는 한국 독립운동의 상징적 인물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을 역임한 지도자다. 그러나 그의 위대함은 정치적 활동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해방 이후의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로 군사적 강국이나 경제적 부국이 아닌, 인류 전체에 행복을 주는 문화국가를 제시한 선구적 사상가였다. 그의 저서 『나의 소원』에 담긴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은 그의 철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김구의 이러한 비전은 유네스코의 핵심 이념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유네스코 헌장」은 “전쟁은 인간의 마음속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평화의 방벽을 세워야 할 곳도 인간의 마음속”이라고 명시하며, 평화는 인류의 ‘지적·도덕적 연대’ 위에 건설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구 선생이 인류 불행의 근본 원인을 ‘인의(仁義)와 자비, 사랑의 부족’으로 진단하고, 이를 함양하는 유일한 길이 ‘문화’라고 역설한 것은 유네스코의 ‘평화의 문화(Culture of Peace)’ 이념을 수십 년 앞서 통찰한 것이다. 또한, 각 민족이 고유의 문화를 발전시켜 인류 전체에 기여해야 한다는 그의 사상은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을 보호하고 증진하려는 유네스코의 ‘문화다양성(Cultural Diversity)’ 증진 활동과도 그 궤를 같이한다.
이번 기념해 지정은 대한민국이 주도했으며, 카메룬, 중국, 코트디부아르, 말라위, 나미비아, 태국, 베트남, 잠비아 등 8개국이 공동 지지국으로 참여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대륙을 아우르는 이 폭넓은 지지는 김구 선생의 메시지가 특정 국가나 지역을 넘어 보편적 호소력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한다. 이는 군사적, 경제적 패권 경쟁을 넘어 문화의 힘을 통해 자국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세계 평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많은 국가들의 공감대를 형성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유네스코는 1957년 부터 2년 단위로 회원국들로부터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의 기념해를 제안 받아 유네스코가 추구하는 가치와 일치하는 경우 세계기념해로 지정하여 그 가치를 널리 전하고 있다.
대한민국 인물 및 유산이 유네스코 기념해로 지정된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다. 1994년 서울 수도 지정 600주년, 1996년 한글 창제 및 반포 550주년, 2012년 다산 정약용 탄생 250주년, 2013년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 2021년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에 이어 백범 김구 탄생 150주년이 유네스코가 선포한 세계기념해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가 인류의 지적, 정신적 자산으로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랑스러운 성과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이번 지정은 한국의 문화와 인문적 가치를 국제사회와 공유하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문화로 평화와 행복을 이루자는 김구 선생의 철학은 유네스코가 추구하는 ‘평화의 문화’와 ‘문화다양성 증진’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와 완벽하게 일치”한다고 이번 지정의 의미를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