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하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협력사업팀
2011년부터 시작된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지역사회-학교 연계 사업인 아시아 기후변화교육 프로젝트 (Asian RICE Project)가 두 돌을 앞두고 있다. RICE(Regional Initiative for Climate change Education) 프로젝트는 우리 위원회가 온실가스감축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에너지관리공단,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의 환경교육 경험이 풍부한 태국 치앙마이 YMCA와 협력하여 진행하는 북-남-남국제개발협력 모델로서, 현장 중심의 기후변화교육을 발굴/지원하고 있다.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 기후변화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아시아 기후변화교육 프로젝트를 시작 한지 2년, 기획까지 합치면 3년째인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하는 질문이 있다. ‘기후변화교육’을 왜 아시아에서 하는지, 게다가 왜 개발도상국에서 하는 지에 대한 것이다. 기후변화는 소위 선진국으로 알려진 북반구의 산업국가에서 시작된 것이고,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대량생산·대량소비의 경제구조 및 생활방식으로 인해 북반구의 국가들은 기후변화의 큰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의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아시아 기후변화교육 프로젝트(이하 RICE 프로젝트)’가 시작한 이유는 도시 및 공업·금융, 혹은 대규모 농업을 경제기반으로 삼기에 기후변화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산업국가와 달리, 아시아의 개발도상국가는 기후변화에 매우 민감한 소규모 농업이 여전히 경제기반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시아의 개발도상국가에서는 기후변화를 방지하고 이에 대처하는 것이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 것이다.
교과서에서 현장으로
RICE 프로젝트는 기후변화에 관련된 지식을 단순히 습득시키는 교육은 지양한다. 물론 관련 지식을 잘 알고 있는 것 자체도 중요하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즉각적이고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기후변화의 문제에 있어서 단지 관련 사실을 배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사회에서 행동으로 옮길 수 있어야 한다.
올해 RICE 프로젝트에 선발된 교육 사례들도 현장 밀착적이다. 미얀마의 한 프로젝트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일어난 거대 태풍으로 부모님을 여읜 고아들을 대상으로, 낙후된 토양에 농사를 지어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유기농 비료를 만드는 교육을 하였다. 또 다른 프로젝트에서는 사막화 방지를 위한 식물 심기와 유기농 비료 투입을 실시하였다.
또한, 지난 10월 중순 태국 치앙마이에서 진행된 제3차 지역종합연수에서도 해당 지역이 처한 상황과 필요에 따른 적정기술을 개발·보급한 사례가 소개되었다. 도시가스가 공급되기 힘든 도서 및 산간 지역의 농민들이 가정에서 기르는 가축의 배설물로 가스를 추출하여 사용하는 시설을 만드는 것이 한 예이다. 이 시설은 플라스틱 물통병, 비닐, 플라스틱 파이프 등 농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물품들로 구성되는 것이 원칙이어서 한화로 약 10만원 이하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자 장점이다.
역량강화를 통한 제도화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서 프로젝트에 지원하는 것은 교보재 제공을 포함하여 지역 연수 참가 지원, 프로그램 운영비 지원 등 여러 범위이나, 금액 자체는 실비를 약간 상회할 정도일 뿐이다. 기획 당시부터도 지원 차원에서의 인센티브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시작되었는데 프로젝트 추진 기관들도 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편이다. 그 이유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지원에 경제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의존하는 형태의 프로그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공감이 형성되어서이다. 선발 프로젝트는 현재 시범사업 단계이지만 향후 독립적이고 자생적인 운영을 위해 시작된 장기적 프로그램의 기반들이다.
그렇기에 각 프로젝트들의 지속성 및 발전을 위해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해당 국가의 유네스코국가위원회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 나갈 수 있도록 역량강화 연수를 병행한다. 올해부터 시작된 LocalIICE가 그 산물이다.
현재 RICE 프로젝트에서 현장 및 해당 국가의 역할을 좀 더 부각 시킨 ‘지역 주도 기후변화교육’(Local Initiative for Climate Change Education, LocalICE)은 향후 RICE 프로젝트가 나가야 할 방향을 잘 보여준다. 현지 상황에 대해서 잘 알고, 거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가까이에 있는 해당 국가위원회가 장기적으로 인센티브 제공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기후변화교육이 단발적 사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규 교육프로그램의 일부로 제도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기적·시혜적이라 비판을 받아온 기존의 원조와는 달리, 북-남-남 국제개발협력의 새로운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기후-에너지-식량 위기의 상호연계성
기후-에너지-식량 위기는 항상 연계되어 나타난다. 2008년, 2010년 발생한 세계 식량 가격 파동은 기후변화로 인한 일부 식량 수출국의 흉작과 과도한 바이오 에너지 생산에 투입된 먹거리로 인해 폭등한 옥수수값 등이 한데 어우러져 나온 결과이다. 또한, 최근 들어 자주 발생하는 거대 지진 해일과 태풍 또한 식량 및 에너지 확보를 위한 무분별한 산림훼손과 무관하지 않다. 그렇기에 앞으로 RICE 프로젝트 또한 기후변화에 연관되어 나타나는 에너지 및 식량 위기에 대한 교육 사례 발굴 및 지원으로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기후변화를 방지하고 대처하는 교육은 직접적인 피해를 많이 입는 아시아 개발도상국가뿐만 아니라 기후변화가 시작되고 지속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는 북반구 산업국가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향후 RICE 프로젝트는 지역의 역량강화를 도모하는 LocalICE가 정착 된 후, 현장의 현안을 중심으로 하며 (Local) 그 범위는 전세계적으로 (Global) 뻗어나가는 ‘Glocal-ICE’로 거듭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