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지표면의 70퍼센트를 덮고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자연자원이다. 그러나 이처럼 풍부한 물 자원 중에서도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담수는 1퍼센트 이하에 불과하여 희소가치가 높다. 담수의 부족은 인류에게 재앙과도 같다. 현재 매년 180만명의 사람들이 콜레라를 포함한 설사병으로 죽어가고 있으며, 이 중 90퍼센트가 개발도상국에 거주하는 5세 이하 영유아라는 통계조사가 있다. 이처럼 식용·위생용 수자원 부족은 인류 공공보건은 물론 건강한 발전을 저해하는 중대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불행히도 현존하는 담수자원 부족 사태는 시간이 갈수록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표면 취수량은 급격한 인구성장률로 인해 이미 지난 50년간 3배 증가하였으며, 전문가들은 2025년이 되면 취수량이 개도국과 선진국에서 현재보다 각각 50퍼센트와 18퍼센트 더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UN통계치는 위와 같은 상황이 실제로 일어날 경우 2025년까지 18억의 인구가 “절대적 물 부족”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점차 심각해지는 기후변화 또한 현재 물과 관련한 문제를 심화시켜 이미 전례 없는 인구 증가로 인해 영향 받고 있는 수자원 및 물의 순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2020년이 되면 지구상 인구의 60퍼센트가 도시에서 살게 될 것이다. 도심의 인구 밀집지역으로 필요용수를 공급하는 일은 이미 현 세대에게 큰 도전과제가 되었다. 도심지에서는 정수 및 하수처리시설을 갖추는 일보다 취수를 우선으로 하는 경향이 있어서 재처리 후 사용 가능한 물의 오염 정도 또한 예전보다 우려할만한 수준에 다다랐다.
국경을 끼고 있는 하안 유역과 대수 암반층은 인류의 40퍼센트가 거주하는 지역이지만, 2050년 지구상 인구가 90억 명으로 불어나게 되면 생활 영역을 차지하기 위한 잠재적 충돌 의 위험성이 있다. 이러한 위험은 인구의 급격한 증가 외에도 토지 사용의 변화, 대규모 삼림 개간, 도심으로의 대규모 인구이동, 환경오염과 감소추세에 있는 자연자원 남용 등이 있지만, 모두가 물 문제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물: 발전에 없어서 안 될 원동력
새로운 세기 시작 후 10년째가 되는 2010년 7월, UN회원국들은 한 자리에 모여 존엄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영위하기위한 권리라는 점에 주목하고, 깨끗하고 안전한 음용수와 위생 유지를 위한 물의 필요성을 천명하였다.
이러한 움직임은 2012년 6월 브라질에서 열린 UN지속가능발전회의(Rio+20)을 통해 물이 지속가능한 인류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원임을 재확인하기에 이르렀다. Rio+20회의 결과보고서인 “우리가 원하는 미래(The Future We Want)”에 등장하는 주요 개발정책체계는 물 문제를 인류 공동 대처가 필요한 ‘수평적 문제’로 간주하고, 향후 전 지구적 차원의 행동 결정시 고려해야 할 최우선 분야들과 불가분의 관계임을 명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마실 물의 공급, 적절한 위생, 식량 안보, 지속가능한 농업, 에너지, 지속가능한 도시 및 인간 거주, 공중보건, 기후변화 적응, 사막화, 재해 위험 감소, 생물다양성 보호 등을 가장 중요한 최우선 분야들로 선정하였다. 이 중 물과 위생 문제는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다른 분야의 해결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Rio+20 결과보고서는 물과 생태계가 사회·경제 및 인간 발전을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므로 지속가능하면서도 통합적인 방식의 관리가 필요함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방식은 인간 사회의 유효 수요를 충족하는 것은 물론, 이와 동시에 생태계 보전, 재생과 복원, 회복력 향상을 염두에 두고 향후 새롭게 부각될 문제들도 함께 다룰 수 있어야 한다.
Rio+20 결과보고서는 지속가능성으로 향하는 길을 더욱 분명히 하기 위해 보편적 적용이 가능한 지속가능 개발 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수립을 요청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이들 목표가 관장하게 될 분야가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지만, 개별 정책목표 및 일련의 목표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물 문제를 다루어야 함은 분명하다.
이러한 점에서 UN의 「2013년 국제 물 협력의 해」지정은 그동안 이 분야와 관련한 국제 사회의 노력이 결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2010년 12월에 있었던 UN총회에서는 타지크스탄 등 국가들의 주창으로 2013년을 국제 물 협력을 위한 해로 지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UN65차 정기총회 결의안 154호). UN은 「세계 물의 날」행사 등 국제 물 협력의 해 준비를 위해 UNESCO를 주관기관으로 지정하였으며, 2013년 3월 22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본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9월에는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세계 물 주간」행사가 열리며,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세계 물 정상회의」는 2012년 3월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렸던 제6차 세계 물포럼의 성과에 이어 국제 사회의 참여와 구속력 있는 선언을 채택할 예정이다. 또한 2015년에는 대구에서 제7차 세계 물포럼이 예정되어 있어 이 분야 안건 및 행동강령 수립에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로 2013년은 「지구과학을 위한 수학의 해(Mathematics of Planet Earth 2013)」이기도 하다. 이는 UN이 공식 지정한 해는 아니지만, UNESCO의 후원 하에 각종 행사들이 준비 중에 있다.
– 국제 물 협력의 해 공식 UN 홈페이지: http://www.unwater.org/watercooperation2013.html
– 지구과학을 위한 수학의 해 홈페이지: http://mpe2013.org/
과학팀 이동현 (donghyun45@unesc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