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를 전하기에 앞서 퀴즈 하나! 유네스코 창의도시네트워크(UNESCO Creative CIties Network, UCCN)에 가입한 도시들은 총 몇 개 분야로 나뉘어져 있을까요? “정답은 7개!”라고 자신있게 답했다면 당신은 분명 ‘유네스코 척척박사’라 불려도 손색이 없겠지만… 아쉽게도 정답은 ‘8개’랍니다. 2025년 올해부터 네트워크 가입을 희망하는 도시는 기존의 7개 분야 외에 ‘건축’ 분야로도 신청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똘똘한 AI에게 물어봐도 틀린 답이 나올 정도로 이 소식은 아직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데요. 그래서 오늘 뉴스레터는 이 내용을 중심으로 UCCN의 다양한 지식들을 갈무리해 보았어요.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는 도시. 이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곧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과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을 텐데요. ‘문화’를 중심으로 그러한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높여 나가고자 하는 유네스코의 ‘큰 그림’을 좀 더 가까이서 들여다보겠습니다.
*이번 뉴스레터는 UCCN 홈페이지 및 『유네스코 창의도시네트워크 길잡이: 2020년도 개정판』, 그리고 한국유네스코연구소 이윤하 연구원의 글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유네스코가 ‘도시’에 관심을 쏟는 이유
- 유엔 해비타트(UN-Habitat)에 따르면 2025년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56%)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고, 2050년까지 그 비율은 약 68%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 세계 사람들은 도시로 모여들고, 따라서 사람들이 제각각 누려왔던 다양한 문화 유산과 정체성 또한 끊임없이 도시로 모이게 되죠.
- 유네스코는 여기에 착안, ‘다양성’을 중심으로 도시의 창의산업을 조화롭게 발전시키고, 나아가 모두의 삶의 기초가 되는 도시의 경제와 사회 및 환경 전반을 지속 가능하게 가꾸고자 2004년 유네스코 창의도시네트워크(UNESCO Creative Cities Network, UCCN)를 만들었어요.
- 이 네트워크에 가입한 도시들은 자신들이 내세우는 분야에서, 아울러 서로 다른 도시와 문화 분야와의 협력을 통해 우리의 도시들을 더 다양하고 공평하고 인간다운 삶의 터전으로 가꾸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그러한 노력이 점점 더 많은 호응을 얻으면서 가입 도시의 숫자도 매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 UCCN의 가입 도시, 한국에도 많다면서요?
- 올해 기준으로 UCCN에는 전 세계에서 350개 도시가 가입해 있어요. 2004년 맨 처음으로 가입한 에든버러(스코틀랜드, 문학 분야)를 시작으로, 2023년에는 우리나라의 강릉시(미식 분야)를 포함해 55개 도시가 새로 가입했죠.
- 우리나라에는 현재 12개 도시가 창의도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0년 서울(디자인)과 이천(공예와 민속예술)이 처음으로 가입했고, 전주(2012년, 미식), 광주(2014년, 미디어아트), 부산(2014년, 영화), 통영(2015년, 음악), 부천(2017년, 문학), 대구(2017년, 음악), 원주(2019년, 문학), 진주(2019년, 공예와 민속예술), 김해(2021년, 공예와 민속예술), 강릉(2023년, 미식)이 그 뒤를 이었어요.
+ 창의도시네트워크의 8개 분야는?
- 창의도시네트워크에 가입을 희망하는 도시들은 ▲공예와 민속예술(Crafts and Folk Art, 현재 전 세계 66개 도시) ▲디자인(Design, 49개 도시) ▲영화(Film, 26개 도시) ▲미식(Gastronomy, 56개 도시) ▲문학(Literature, 53개 도시) ▲미디어아트(Media Arts, 25개 도시) ▲음악(Music, 75개 도시)의 기존 7개 분야, 그리고 이번에 새로 추가된 ▲건축(Architecture) 분야 중에서 신청 도시의 문화적 특성과 환경, 선호에 따라 한 분야를 선택해 신청할 수 있어요.
- 여기서 한 가지 기억해야 할 부분은, 가입된 도시들이 해당 분야에서 ‘최고’라거나 그래야만 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사실이에요. 오히려 여기에 가입하는 도시들은 네트워크가 공유하는 취지와 목표에 동의하면서 이를 달성하기 위해 국제적 노력에 동참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것을 뜻해요. 가입이 최종 목표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죠. 그래서 가입 도시들은 이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도시들과 어떻게 교류하고, 이를 어떻게 도시 발전에 활용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그 이행 결과를 4년마다 유네스코에 보고하고 있어요(『유네스코 창의도시네트워크 길잡이: 2020년도 개정판』 p.20).
+ 건축 분야 신설, 어떤 의미인가요?
- 건축 분야가 새로 추가되면서 ‘창의도시’의 바탕이 되는 창의 분야는 그 범주가 한뼘 더 넓어졌다고 말할 수 있어요. 물적·공간적 실체를 갖고 있는 건축이 기존의 7개 분야에 더해졌다는 사실은 “도시설계·유산보존·공공공간 등 도시문화의 물리적 기반을 창의 범주로 포함하려는 시도”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 동시에 이는 기존 가입 도시들과 UCCN 사무국 및 유네스코에 새로운 논의 과제를 던져주기도 했어요. 이번 결정을 앞두고 회원국들은 기존의 ‘디자인’ 분야와 ‘건축’을 어떻게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을지 등을 두고 열띤 논의를 펼친 바 있고, 한발 더 나아가 도시들을 이처럼 분야별로 구분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한 고민도 나오고 있어요. 예를 들어 창의도시 개념 확립에 크게 기여한 영국의 도시전략가 찰스 랜드리(Charles Landry)는 2016년 보고서를 통해 “기존의 ‘단일 분야 지정’ 체계에서 벗어나 보다 유연한 ‘포괄적 창의도시’ 개념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어요. 오늘날의 창의 활동은 장르 간 경계를 넘나들며 융복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디지털 시대에 들어 그러한 경향이 더 짙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형식의 다양화’를 넘어 ‘프레임워크의 유연화’에 대한 고민과 논의”를 더 깊이 해 보는 것이 앞으로 전 세계 350개 회원 도시들에게 주어진 진짜 과제일 거예요.
알쓸U잡 더보기🔎 I 문화를 중심에 둔 도시? 혹시 ‘케이팝’ 같은 문화산업으로 돈을 벌자는 얘긴가요? (아님🙅♀️)
이미 20세기 초입부터 주요 선진 국가들은 ‘문화’를 도시 혁신 전략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고 관련 정책을 개발해 왔습니다. 하지만 문화 정책의 구체적인 초점은 시기에 따라, 도시의 정치적·경제적 상황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났는데요. 어떤 도시에게 문화란 ‘아름답고 잘 정돈되어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것’을 의미했고, 다른 도시는 도시의 문화적 자산을 산업화하여 ‘수출 콘텐츠’로 만드는 일에 문화정책을 집중시키기도 했어요. 그래서 오늘날 많은 도시들이 내세우는 ‘창의도시’의 개념 역시, 용어를 사용하는 주체나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어요. 그중에서 가장 넓게, 공통적으로 포함되는 개념을 추린다면 창의도시란 시민들이 창의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도시의 여러 문제들에 대한 창의적인 대안을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는 도시라고 할 수 있어요(『유네스코 창의도시네트워크 길잡이: 2020년도 개정판』 p.9).
마찬가지로 ‘창의산업(creative industries)’의 개념 역시 아직까지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정의가 확립되어 있지 않고, 그래서 종종 문화산업(cultural industries)과 동의어처럼 사용되기도 해요. 하지만 한발 더 들어가 보면 문화산업이 “문화적 특성을 지닌 상품 및 서비스의 개발, 생산 및 보급을 포괄하여 일반적으로 지적재산권에 의해 보호받는 산업 분야”로 정의될 때, 유네스코가 이야기하는 창의산업은 여기에 문화적 자산과 사회적 자산까지 함께 강조하고 있어요. 모두가 자신들의 다양한 문화를 자유롭게 전승·향유하고(문화적 자산), 인권을 보호받으며 공평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누리게 될 때(사회적 자산), 우리 각자의 창의성도 더욱 만발할 수 있게 된다는 거예요. 그러니 유네스코 창의도시란 단순히 문화산업으로 돈과 관광객을 끌어모으려는 도시가 아니라, “인간 중심의 도시, 포용적이고 관용적인 도시, 환경적으로 회복탄력성이 있는 도시,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도시들의 멤버십”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 주세요!
<유네스코 뉴스레터> 편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