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유네스코 사업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이 방학기간을 활용해 유네스코 업무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인턴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월 1일-28일 진행된 동계 인턴 과정에 오동준(연세대), 이선경(숙명여대), 이주형(한국외대), 최상우(연세대) 학생이 참여하여 각각 교육팀, 유네스코평화발전연구소, 홍보소통실, 과학팀에서 근무했다. 이 가운데 두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학교에서 배울 수 없었던 것, 직접 경험하는 기회였다”
이선경 숙명여대 4학년
한 달이라는 시간은 짧았지만 많은 것을 배운 중요한 시간이었다. 인턴 업무를 시작하기 전, 이젠 학생이 아닌 내가 맡은 일에 책임을 져야하는 사회인이라는 사실에 첫 출근하는 날부터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첫 날 업무를 시작하기 전 점심식사 시간에, 그리고 부서배치를 받은 후 인사드리러 가서 뵌 직원분들 모두 반갑게 대해 주셨고, 격려의 말도 많이 해주셔서 긴장을 풀 수 있었다.
기관의 분위기도 부드럽고 자율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나에게 전형적인 직장인의 이미지는 딱딱하고 기계적으로 일하는 모습이었는데,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딱딱한 사무적인 분위기가 아니라 서로 챙겨주며 소통과 교류가 활발한 분위기가 강했다. 또한 아직 학생이고 인턴이라는 점을 배려해 주고, 어떤 업무를 할 때 이 일을 왜 하는지, 어떻게 하는 지에 대해서 하나하나 설명해 주셨기 때문에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할 수 있었다.
명동에서 한 달 동안 지내면서 인턴 동기들, 선배님들과 함께 점심시간에 구석구석 숨어 있는 식당을 찾아가면서 다른 친구들은 모르는 곳을 발견하는 작은 기쁨(?)도 느꼈다. 예전엔 친구들과 놀러만 오던 명동을, 이젠 일하러 온다는 것도 뿌듯했다. 항상 사람들로 북적여서 발 디딜 틈 없는 명동 거리가 아침에 출근할 땐 평화롭고 한산했다. 명동으로 출퇴근하지 않았으면 평생보지 못했을 한산한 명동 거리를 걸으며 명동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었던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생각해보면 복 받은 인턴 생활을 한 것 같다. 짧은 시간인데도 변한 점이 있다. 작게는 문서작성과 전화 응대하는 법부터, 크게는 회사의 체계나 대인관계 등을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업무능력은 물론이고, 회사의 문화나 분위기 등 조직생활을 경험해보았느냐의여부가 실제 직장생활에 적응하는 데에 있어 많은 차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부서에 배치 받은 인턴들과 교류할 수 있었던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한 달간의 인턴 생활은 사회생활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주었다.
인턴을 하면서 얻었던 가장 좋았던 것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평소에 관심이 있던 곳이기도 했지만, 학교에서 강의를 들으면서 배울 수 없는 여러 가지 것들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전에는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던 유네스코를 직접 일하고 계신 선배님들을 통해 좀 더 실질적이고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번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인턴 경험을 바탕으로 어디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할지 모르겠지만 그곳의 구성원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게 나를 잘 다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를 둘러싼 환경은 결국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고, 그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인턴생활을 계기로 나의 미래에 대한 보다 깊은 성찰과 고민을 하고 좀 더 노력해야겠다는 교훈을 얻게되었다.
“짧은 인턴 기간이지만, 삶의 방향성을 다시 설정했다”
이주형 한국외대 4학년
국제기구에 가고 싶은데 사실 어떻게 시작할지 몰라서 국제대학원 진학을 준비했었다. 졸업유예 상태로 영어성적만 준비하기에는 아쉬운 상황에서 마침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인턴 공고를 보았다. 짧은 기간이 우선 마음에 들었고, 내 진로에 어떤 방향성을 가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컸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인턴 기간은 내가 앞으로 사회에 나갔을 때 어떤 조직에서 일하는 것이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지를 가늠해보는 시간이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우리가 흔히 듣는, 수익을 좇는 전쟁터 같은 사기업도 아니고 내가 전에 오랜 기간 근무했던 복지부동의 어떤 구청과도 다른, 인간미가 있으면서 ‘세계 평화’라는 ‘보편적 선’을 실현하기 위해 일하는 곳이었다. 요란스럽지 않게 조용히 앞을 향해 나아가는 조직이라 할까.
‘인간미’라는 단어를 쓴 데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선 나는 홍보소통실에서 근무했다. 이 곳은 사업을 직접 진행하기보다는 유네스코의 다른 사업들을 홍보하고 알리는 업무를 하는 곳이다. 관심이 없고, 잘하지 못하는 분야라는 생각에 기가 죽었던 것일까? 더 잘하고 싶은데도 홍보지 기사를 쓴다거나, 홍보방안 기획을 할 때도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많은 분이 격려해주고, 도와주는 분위기다. 직원들 간에서도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은 좀처럼 볼 수 없고, 웃음이 많으며 즐겁게 일한다. 바쁜 와중에도 아침에 짧은 시간 함께 차를 마시며 대화와 토론을 하던 시간은 언젠가 꾸릴 내 자신의 기업에 꼭 넣어두고 싶은 시간이다.
누군가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서 얻은 가장 큰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방향성의 재설정’이라고 답할 것이다.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삶의 방향성’은 늘 고민거리다. 인턴을 마치면서 국제대학원으로 가지 않기로 마음먹고 전문성을 더 키우는 쪽으로 선택했다. 지금 이러한 방향 전환에 큰 만족을 하고 있고, 새롭게 나갈 방향에 대해 공부할 생각에 신이 난다.
스티브 잡스는 생전 스탠포드 대학 졸업연설에서 ‘선으로 연결되는 인생의 점’들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최근에 그려보는 이미 찍혀 있는 내 인생의 점들은 점차 하나의 선이 되고 그림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 도화지 위에 유네스코한국위원회라는 새로운 점을 하나 더 찍으며, 내 20대의 인생스케치가 마무리되어 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