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는 2005년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에 관한 협약’(이하 ‘문화다양성 협약’)을 채택하였다. 또한 유엔이 지난 2010년과 2011년 총회에서 ‘문화와 발전(Culture and Development)’ 의제에 관한 결의안을 잇달아 채택하면서 ‘문화와 발전’ 이슈가 국제 사회에서 부상하였다. ‘문화와 발전’ 의제는 산업화나 국민소득의 증가와 같은 단순한 경제 성장의 차원을 넘어서서 발전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특히 세계화의 파고 아래 날로 심화되는 양극화와 환경 파괴, 지역공동체 훼손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존의 발전 방식을 성찰하고 인권과 민주주의 존중, 문화다양성의 실현 그리고 지속가능성 등과 같은 보편적 가치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즉, 문화다양성을 존중함으로써 획일적인 발전 모델을 탈피하고 각 문화에 적합한 발전 방식을 모색하여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을 발굴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에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2012년부터 ‘문화와 발전’ 논의를 확산시키기 위하여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 왔다. 30인의 전문가 패널을 구성하여 문화와 발전 라운드테이블 운영하였다. 라운드테이블은 그 동안 국내에서 진행되어 온 ‘문화와 발전’ 논의를 한 자리에 모으고 국제적 수준의 의제 설정에 기여하기 위해 마련된 장이다. 라운드테이블을 이끄는 전문가 패널은 문화인류학, 경제학, 사회학, 국제관계학, 문화예술, 문화정책, 예술경영 등 여러 분야의 학자들과 공공 및 민간 영역에서 정책을 개발 또는 실행하는 실무자들을 망라했다. 세 차례에 걸쳐 열린 라운드테이블은 1차에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문화 다양성의 역할’, 2차에서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문화적 성찰과 대안’을 주제로 논의가 진행됐으며, 주제별 발표와 토론, 패널 종합토론으로 구성되었다.
3차는 1, 2차의 논의를 종합하여 국제심포지엄 형식으로 개최되었으며 2015년에 종료되는 ‘새천년 개발목표(MDGs)’ 이후 대두할 국제사회의 새로운 발전 목표에 문화의 역할을 포함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라운드테이블 사업과 연계하여 연구사업 또한 진행했다. 이 사업의 연구 보고서 “문화와 발전: Post-MDGs 시대의 과제와 전망”은 문화와 발전의 관계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궁극적으로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 구축에 기여하려는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발전에 있어 문화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선 누구나 공감하지만 현실세계에서 이 둘의 관계만큼 애매한 건 없다. 이 보고서는 문화와 발전의 관계에 대한 이론적 담론과 실천적 사례를 중심으로 해답에 접근하고, 2015년 종료를 앞둔 새천년 개발목표 이후의 새로운 발전목표에 문화를 포함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2013년에는 지난 해의 논의를 심화, 발전시키고 국제사회와 함께 논의의 결과를 공유하는 사업을 추진하고자 한다. 먼저 20명 내외의 전문가 패널이 참여하는 ‘문화와 발전의 국제적 흐름과 한국적 대응전략’ 세미나가 7월 4일 서울 명동 유네스코회관에서 개최된다. 이 세미나에서는 문화와 발전 연구사업의 성과 및 항저우선언을 공유하고, 문화와 발전 분야에서의 한국적 대응전략에 대하여 논의할 것이다. 또한 10월 16일에는 ‘문화를 통한 발전과 나눔의 지평을 열다’라는 주제로 문화 분야 공적개발원조(ODA)사례와 전략, 문화 분야 국제개발협력과 민간 및 국내 이주민의 역할 등에 대한 국제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문화와 발전 의제는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담론이지만 지속가능발전을 이루는 데 있어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인식이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국제적 논의의 흐름에 맞추어 문화와 발전 의제가 국내에 확산되고 발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김진희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문화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