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타임머신 / 그땐 이런 일도] 한위 60년 뒤안길 들여다보기 II
올해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한위)가 설립된 지 60돌을 맞는 해이다. 6·25 전쟁의 참화 속에서 국민적 여망을 안고 탄생한 유네스코한위는 국내외에서 다양한 교육·과학·문화 활동을 펼치며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해왔다. 1991년 유엔 가입 이전까지는 한위가 세계로 통하는 ‘한국의 창’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지난 60년, 역사의 뒤안길에 새겨진 한위의 발자취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 편집자 주 – |
세계로 진출한 첫 시청각 영화
<산바람 강바람>을 아시나요?
한국 최초로 국제무대에 진출한 시청각영화는 무엇일까. 바로 교육영화(교재영화) <산바람 강바람>이다.
<산바람 강바람>은 1955년 이문교육영화연구소가 제작한 우리나라 최초의 시청각 교육영화이다. 5개월간 독도 파주 등 9곳의 현지 로케(촬영)를 거쳐 만들어졌으며, 27개 학교의 초등학교 어린이 200여 명과 선생님이 ‘배우’로 출연했다. 영화 제목은 이 영화의 주제 동요인 ‘산바람 강바람’에서 따온 것이다.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서늘한 바람 /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윤석중 작사, 박태현 작곡의 ‘산바람 강바람’은 1948년 이후 줄곧 초등학교 음악 교과 과정에 채택됐던 ‘국민 동요’이기도 하다.
<산바람 강바람>은 최초의 시청각 교재영화라는 점에서 제작 때부터 화제를 불렀다. ‘영화로 보는 교과서 출현’ 등의 제목으로 신문에 상세히 소개되기도 했다. 이듬해인 1956년 <산바람 강바람>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국제무대에 오르게 된다. 1956년 2월 26일자 <동아일보>보도 내용을 보자.
‘…<산바람 강바람>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추천을 받는 동시에, 오는 2월 28일부터 일본 동경에서 개최되는 ‘유네스코아시아지역대회’에 출품하기로 당선되어, 한국대표단이 이 영화를 가지고 가게 되었다. 이렇게 우리나라 영화가 세계무대에 오르게 된 일은 초유의 성사이며, 본 영화의 영예일 뿐 아니라, 교육문화 교류에 다대한 성과를 올릴 것으로 기대가 자못 큰 바 있다….’
<산바람 강바람> 영화필름의 보존 여부는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당시 영화에 자진 출연했던 초등학생들이 생존해 있다면 이제 70대 안팎의 노객이 됐을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엑스트라’였을 그들의 그때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려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