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밧드의 고향 달군 열띤 ‘미래 교육’ 논의
유엔 제출할 유네스코 입장문서 최종 채택도
지난 5월 12일에서 14일, ‘신밧드의 고향’으로도 알려져 있는 나라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에서 미래 교육개발협력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회의가 열렸다. 유네스코가 주최하고 유네스코 오만위원회가 후원한 ‘글로벌 EFA 회의’(Global EFA Meeting)가 바로 그것. EFA는 ‘모두를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의 영어 약어이다.
이번 회의에는 유네스코 회원국 중 지역 대표 자격을 지닌 50여 개 국가 대표단, 유엔인구기금(UNFPA)을 비롯한 국제기구 인사,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과 같은 세계적 NGO 대표 등 총 300여 명이 참석해 미래 교육의 방향성을 놓고 열띤 논의를 벌였다. 한국 대표단으로는 교육부와 유네스코한국위원회를 비롯해, 한국교육개발원, 유네스코국제이해교육원 등의 기관에서 관계자 8명이 참가했다.
‘보다 평등하고 포용적인 교육’ 공감
특히 이번 오만 회의는 현재까지의 ‘모두를 위한 교육’(EFA) 성과를 진단하는 한편, 향후 유엔에 제출할, ‘2015년 이후의 교육’에 대한 유네스코의 입장문서를 최종 채택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그간 국제사회에서는 유네스코가 지난 1990년부터 추진해온 ‘모두를 위한 교육’(EFA) 목표의 달성 마감기한(2015년)이 다가옴에 따라 2015년 이후의 교육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야 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유네스코는 이를 위해 EFA 운영위원회를 꾸리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회원국 의견을 수렴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이번 회의는 그간 수렴해온 의견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2015년 이후의 교육’에 대한 유네스코의 입장문서를 각국에 소개하고, 참석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장관선언문 형식으로 최종 채택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3일에 걸친 회의에서는 2015년 이후 교육에 대한 각 나라와 기관 대표들의 열띤 논의가 이어졌다. 참석자들의 다양한 배경만큼이나 미래 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하여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모든 참석자가 ‘2015년 이후의 교육은 모든 이에게 보다 평등하고, 포용적(inclusive)이어야 하며, 실질적인 학습 성과를 이끌어내는 평생학습이어야 한다’는 대전제에 동의했다. 기존의 EFA가 주로 교육 기회에의 접근에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교육 기회 보장을 넘어서는 양질의 교육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도 많은 국가들이 동의한 사안이었다.
이렇게 양질의 교육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의 양질의 교사가 필요하다는 데에도 의견이 모아졌다. 이는 올해 초 발간된 <2013/4 EFA 글로벌 모니터링 리포트>(영문 제목:Teaching and Learning:Achieveing Quality for All)의 내용과도 일치한다.
그러나 주장하는 바가 달라 미묘한 대립각이 세워지는 경우도 있었다. 예컨대 잠비아, 리비아, 인도, 노르웨이, 핀란드, 파라과이 등의 국가와 에듀케이션 인터네셔널(Education International), 글로벌파트너 십포에듀케이션(Global Partnership for Education)을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는 미래의 ‘모두를 위한 교육’ (EFA)달성을 위해서는 재정 지원 강화와 이에 관한 구체적인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반면, 영국은 재정 지원의 필요성에 동감하나 지원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수치를 명시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우 한 발 더 나아가 재정 문제에 관련된 유네스코 입장문서의 목표 7번은 삭제되어야 한다고 발언해 주의를 끌었다.
한국 의견 낸 ‘세계시민교육’ 주목
우리나라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으로 유네스코 입장문서 초안 내용에 포함된 ‘세계시민교육’(GCE: Global Citizenship Education) 또한 적지 않은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우리나라는 3일간의 회의와 아태국제이해교육원(APCEIU)이 이끈 세계시민교육 관련 병렬세션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세계시민교육을 “문화다양성과 문화 간 이해를 촉진하고, 2015년 이후 국제 교육 의제에 새 시각과 힘을 부여할 수 있는 의제”라고 소개하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인도네시아와 일본은 전반적인 지지를 보냈으나, 여전히 세계시민교육의 실질적인 적용 방안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해 보아야 한다는 의견을 공식·비공식적으로 내비쳤다. 라트비아는 지속가능발전교육(ESD: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과 함께 세계시민교육 또한 적극 지지한다고 발언하며, 미래 사회에서 ‘열려 있고 포용적이며 책임감 있는 시민(open, inclusive, responsible citizen)’을 교육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모두를 위한 교육’(EFA) 논의에 세계시민 교육이 등장한 것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 국가도 상당수였다. 특히 독일은 세계시민교육(GCE)의 개념이 아직 명확하지 않아 보일 뿐 아니라 지속가능발전교육(ESD)과 겹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며 개념의 명확화를 요구했다. 베네수엘라 역시 세계시민교육의 개념이 아직 불명확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수단과 걸프지역 아랍 국가 교육국(Arab Bureau of Education for the Gulf States)은 세계시민교육이 2015년 이후 ‘모두를 위한 교육’(EFA) 목표로 들어간다고 해도 결과를 측정할 만한 지표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튀니지는 세계 시민성과 국가적, 지역적 시민성 간의 갈등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세계 시민성이 국가 시민성을 저해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생들 안전 문제도 뜨거운 화두로
재정 문제와 세계시민교육 논의 외에 주목할 만한 다른 논의로는 학생들의 안전 문제, ‘주변화’된 이들에 대한 관심 촉구, 단계별 목표 성취 계획 수립 논의 등이 있었다. 나이지리아는 최근 나이지리아에서 벌어진 여학생 납치 사건을 언급하며, 배우고자 하는 아이들을폭력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발언해 인도네시아, 콩고, 세이브더칠드런, 유엔여성기구(UN Women) 등의 강력한 지지를 얻었다. 또한 교사 교육, 양질의 학습 등으로 관심축이 이동하는 가운데 여전히 주변화되고 혜택 받지 못한(marginalized and disadvantaged) 아이들의 교육 받을 권리 보장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여러 시민 단체의 의견이 무게감 있게 전달됐다. EFA의 형식 측면에서, 2030년까지의 목표 설정만 할 것이 아니라, 목표 성취 계획을 몇 년 단위로 끊어 단계별로 이루어내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라크의 발언 또한 특기할 만했다.
3일에 걸친 열띤 토론은 치안 탕(Qian Tang) 교육 사무총장보의 제안 하에 참석한 국가들이 일부 수정을 거친 유네스코 입장문서를 ‘GEM 최종 선언문’으로 채택하는 데 동의하면서 막을 내렸다. 2015년 이후 교육에 대한 유네스코 입장문서는 이로써 유네스코 회원국들의 공식적인 지지를 얻게 됐으며, 향후 이번 회의에서 지적된 사항들을 반영하는 일련의 수정 과정을 거친 뒤 유엔 차원에서 진행되는 2015년 이후 개발계획 논의를 위해 제출될 계획이다. 한편 2015년 이후 교육의제와 행동계획에 대한 실질적인 확정 및 승인은 2015년 한국 인천에서 개최되는 ‘2015 세계교육포럼’(World Education Forum 2015)에서 이루어질 예정이며, 이러한 일정은 한국 대표단과 치안 탕 교육 사무총장보를 통해 참석자들에게 공표됐다.
모두를 위한 교육(EFA:Education for All)이란? 전 세계 어린이, 청소년, 성인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유네스코가 그 선도 역할을 맡고 있다. 1990년 태국 좀티엔 세계교육포럼을 거쳐 2000년 세네갈 다카르에서 현재의 EFA 6대 목표가 구체화되었다. 다음 세계교육포럼은 2015년 5월 한국 인천에서 개최된다. EFA 6대 목표: ①영유아 보육 및 교육 증진 ②초등교육 보편화 ③청소년 및 성인 학습기회 보장 ④2015년까지 성인 비문해율 50% 감소 ⑤교육에서의 양성 평등 ⑥교육의 질 향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