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파리 하늘이 재를 뿌려놓은 듯 탁하다. 에펠탑 지붕까지 가려버린 희뿌연 공기의 정체는 미세먼지. 미세먼지 수치가 평소 4배가 넘는 80마이크로그램을 넘어서자 파리시가 ‘차량 2부제’라는 긴급 카드를 꺼내 들었다. 2부제가 실시되는 날엔 시내 전역의 대중교통이 무료이다. 이로 인해 파리시가 물어야 할 비용은 하루 400만 유로(약 50억 원). 10년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은 파리는 나흘 연속 이 제도를 시행했다.
남부럽지 않은 청정 공기를 자랑하는 파리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궁금증도 잠깐, 연이은 추운 날씨 탓에 난방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이해가 된다(파리에는 아직도 땔감을 연료로 쓰는 집이 많다). 사람의 활동이 그 이유를 만든 것이다. 인간이 만들고 그 영향이 다시 인간에게 돌아오는 기후변화의 속성이 그대로 읽힌다. 기후변화 이슈를 다루면서 유네스코가 내건 슬로건이 있다. “Changing Minds, not the Climate.” 기후 변화의 원인과 결과, 그 중심에 인간이 있기에 인간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일이 바로 ‘기후의 변화’를 푸는 열쇠라는 것이다.
최근 기후변화 이슈로 유네스코가 더 분주해졌다. 5년 차 기후변화 전략을 새로운 흐름과 니즈에 맞추어 단장하고 있고, 10년 가까이 끌고 온 기후변화 윤리 선언을 마무리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모두 그 근간은 마음의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2018년부터 5년간 적용될 새로운 전략은 기후변화 문제가 교육으로 풀어야 하고, 문화로 이어져야 하며, 과학으로 다루어야 하는 사안인 만큼 유네스코가 가진 모든 사업, 전략, 네트워크 등의 자산을 총동원하고 서로 협력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겠다는 총체적 구상이다. 특히 기후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제고를 우선 목표로 두었다.
오랫동안 제자리걸음이던 기후변화 윤리 선언은 최근 기후변화 이슈가 국제사회의 핵으로 떠오르면서 다시 동력을 받았다. 내년 가을 유네스코 총회 승인을 목표로 초안에 대한 회원국의 피드백을 받는 작업이 현재 진행 중이다. 국가가 제대로 된 기후변화 대응 정책과 규정을 마련하는 데 윤리적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며 공정성, 지속가능성, 연대를 원칙으로 제시하고, 과학에 근거한 의사결정과 정보의 접근성 보장을 주문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윤리를 연결한 첫 번째 문서인 기후변화 윤리 선언. 기후변화를 ‘윤리’라는 가장 기본으로 해결하려는 유네스코의 노력이 주목할 만하다.
파리가 맑은 공기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오늘도 하늘은 여전히 회색빛이 가득하다. 발생은 쉽지만 해결은 어려운 기후변화 문제를 잘 보여주는 듯하다. 그런만큼 기후변화와의 싸움은 더 기본적인, 더 집중적인, 더 총체적인 노력을 요구한다. 유네스코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자세와 같이.
기후변화, 다 함께 풀어야 하는 숙제인 만큼 그 어느 이슈보다 유네스코 서포터들의 응원이 절실하다.
이선경 주유네스코 대한민국대표부 주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