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12일, 울산광역시 울주군 일대를 통과해 태화강으로 흘러드는 대곡천(옛 이름 반구천) 일대의 암각화 유적들이 ‘반구천의 암각화’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었습니다! 🎉 우리에게 ‘반구대 암각화’로 잘 알려진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그리고 이곳에서 약 3km가량 상류에 위치한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는 신석기 시대부터 청동기 시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그림과 문양, 문자를 간직하고 있는 선사시대 바위그림 유산인데요. 이들 유산을 심사한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이코모스)는 ▲사실적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주고 ▲다양한 고래와 고래잡이의 주요 단계를 선사인들의 창의성으로 풀어낸 걸작이며 ▲선사시대부터 약 6000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이면서 ▲한반도 동남부 연안 지역 사람들의 문화 발전을 집약해 보여준다는 점을 들어 반구천의 암각화를 세계유산으로 등재 권고한 바 있습니다. ‘한국 미술사의 기원’이라고도 불리는 이 유산의 등재 의미, 그리고 앞으로 유산 보존을 위해 필요한 일은 무엇일까요? 이번 등재 과정을 함께하며 다방면에서 도움을 주신 최현숙 암각화박물관장에게 그 답을 들어보았습니다.

유네스코 유산 팩트체크✅| 반구천의 암각화(Petroglyphs along the Bangucheon Stream)
-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반구천의 암각화’는 울산광역시 울주군을 가로질러 흐르는 감입곡류 하천인 반구천을 따라 병풍처럼 펼쳐진 암벽면에 새겨져 있는 암각화예요. 특히 대곡리와 천전리의 바위면 두 곳에 집중적으로 새겨져 있어, 이 두 바위면은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로 이미 국보로 지정돼 있어요.
- 이들 암각화에는 고래를 비롯한 바다 및 육지 동물들의 모습과 사냥 장면, 사람들과 도구의 모습, 기하학적 무늬 등이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어요. 지금까지 확인된 그림만 312점에 달하며, 특히 물 위로 솟구치는 고래의 모습과 사냥 장면은 전 세계 바위그림에서도 드문 표현이에요.
- 울산시의 반구천의 암각화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유산은 “전 세계 바위예술에서 거의 다루어지지 않는 주제인 고래와 특정 고래잡이 단계를 묘사하는 선사시대 그림”이며 “경관 내에서 약 6,000년 동안 지속된 암각 전통을 증명”한다는 점에서 세계유산 등재기준 i(인간의 창의성으로 빚어진 걸작)과 iii(현존하거나 사라진 문화적 전통이나 문명의 유일한 또는 적어도 독보적인 증거)을 충족한다고 해요.
+ 관장님, 안녕하세요. 반구천 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많이 애써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먼저 축하를 드리며, 소감이 어떠신지 여쭙고 싶습니다.
그간 함께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국내심의에서 계속 보류되던 시기에 학술연구팀장으로 합류하면서, 과연 지역의 인적 구성만으로 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 세계유산 등재 기준이 되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 도출이 가능할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라는 말처럼, 국내외 여러분의 도움이 모인 덕분에 뜻깊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세계유산 등재라는 국가적 과업에 참여하는 기회가 주어진 점,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 암각화를 비롯해 동굴벽화와 같은 유산들은 세계 전 지역에서 두루 발견되고 있는 인류 공통의 유산인 것 같은데요. 우리 반구천 암각화만의 특징이라면 어떤 것을 꼽을 수 있을까요?
암각화는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 존재하지만,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암각화 유산은 31곳 정도이며 대부분 등재기준 ⅲ(현존하거나 사라진 문화적 전통이나 문명의 유일한 또는 적어도 독보적인 증거)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반구천의 암각화’는 이코모스로부터 등재기준 iii과 더불어 ⅰ(인간의 창의성으로 빚어진 걸작)까지 인정받았습니다. 등재기준ⅰ이 인정된 바위그림 유산은 지금까지 암채화 8곳, 암각화 3곳에 불과합니다. ‘반구천의 암각화’가 지닌 예술성의 국제적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죠. 선사시대에서부터 역사시대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거주민이 남긴 대단한 예술성의 유형적 증거라는 점이 바로 반구천의 암각화 유산의 특징이 되겠습니다.
+ 그 문화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하류에 건설된 댐으로 인해 암각화의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세계유산 등재 이후 이 부분에 대한 관리도 더욱 철저히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조치는 충분한지, 앞으로 더 보완되어야 할 부분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1965년에 건립된 사연댐으로 인한 보존 문제는 2000년대 이후 관계기관 간 정책 협의와 대안 마련 노력을 거치면서 관련 압력 요소가 상당부분 저감된 상태입니다. 그 결과 암각화 침수 기간이 연평균 8개월에서 3개월로, 그리고 1-2개월로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이에 더해 환경부는 2029년까지 사연댐 여수로에 수문을 설치, 상류의 대곡댐과 하류의 사연댐이 사실상 수위를 연계 조절하여 유산 보호에 최대한 협력하는 댐 운영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는 사연댐을 유지하면서도 사실상 댐이 없던 자연 상태와 유사한 보존 조건을 형성함과 동시에 미래 기후변화를 복합적으로 고려한 방안인데요. 향후 관계기관 간 긴밀한 협력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 지도를 보면 두 암각화 말고도 다양한 유산들이 반구천 일대를 따라 늘어서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곳에 암각화를 구경하러 오는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암각화가 있는 울주 반구천 일원은 2021년 국가 명승으로 지정된 곳으로, 백악기 공룡 발자국과 같은 선사시대 자연유산과 집청정, 반구대 등 조선시대 문화유산이 어우러진 수려한 경관을 자랑합니다. 저는 포은 정몽주의 시와 겸재 정선의 그림의 배경이 된 반구대 절경을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데요. 이곳을 찾으신다면 암각화를 통해 고대 한반도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살펴보고, 두 사람이 시와 그림으로 노래한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도 꼭 빠져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유네스코 뉴스레터> 편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