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부터 16년간 136개국 참가해 기록유산 29건 유네스코 등재 성과
유네스코한국위원회(사무총장 직무대행 윤병순)는 국가유산청(청장 최응천)과 함께 8일부터 11일까지 파나마 국가기록원에서 ‘2025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 역량강화 워크숍(UNESCO Memory of the World International Training Workshop, 이하 워크숍)’을 개최한다.
유네스코는 1995년부터 인류의 다양한 기억을 보호하고 전 세계가 이를 공유하자는 취지로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25년 7월 기준, 총 120개국과 15개 국제기구가 보유 및 관리하는 570건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유럽 및 북미 지역의 기록물이다. 반면, 중남미 및 카리브해 지역의 기록물은 여전히 등재 비율이 낮아, 국제적으로 충분히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세계기록유산은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의 심사를 통해 최종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등재를 위해서는 유네스코가 요구하는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기록유산의 세계적 중요성 ▲진정성(authenticity) ▲완전성(integrity) 등을 명확하게 입증할 수 있는 분석력과 기술서 작성 역량이 요구된다. 1997년 첫 등재 이후 현재까지 900건이 넘는 신청서가 제출되었지만, 등재 성공률은 약 60%에 불과하다.
워크숍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2009년부터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등재신청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로 16회를 맞는 워크숍에는 지금까지 136개국이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29건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워크숍은 참가자들이 자국의 기록유산 등재신청서를 국제 기준에 맞춰 작성하면 전·현직 세계기록유산 심사위원들이 자문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올해 워크숍에는 도미니카공화국, 벨리즈, 수리남, 신트마르턴, 아루바, 온두라스, 자메이카, 코스타리카, 파라과이 등 총 중남미 9개국이 참가한다. 20개국 이상의 신청이 접수된 가운데, 기록물의 가치와 각국의 등재 의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참가국이 선정되었다.
특히, 올해 워크숍은 중남미 및 카리브 지역의 특성과 맥락에 맞춰 구성되었다. 각국의 기록유산이 지닌 고유한 역사·사회·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지역 내 다양한 언어, 이주와 정체성, 식민의 역사, 여성과 공동체의 역할 등 기록유산에 담긴 복합적 가치를 조명할 예정이다. 이번 워크숍에서 특히 주목 받는 기록물은 도미니카 공화국의 『미라발 자매의 재판 기록물(Criminal Case File: Sentencing of the Mirabal Sisters)』이다. 세 자매는 20-30대의 젊은 나이에 도미니카의 독재자 라파엘 트루히요 정권에 저항하다 반정부 활동 혐의로 1960년 투옥 후 석방 되었으나 1960년(동년) 11월 25일 수감 중인 남편을 면회하러 가던 도중 비밀 경찰의 습격을 받아 모두 목숨을 잃었다. 세 자매의 죽음은 도미니카 공화국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으며 유엔은 11월 25일을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이번 워크숍에는 얀 보스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 의장, 조이 스프링거 세계기록유산 등재소위원회(RSC) 위원장, 로슬린 러셀 전 IAC 의장, 서경호 한국기록유산위원회 위원장 등 세계기록유산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참여해 참가국들을 대상으로 기록유산 등재 자문을 제공하며, ▲기록유산과 여성 ▲중남미 지역 기록유산의 보존과 활용 방안 등을 주제로 전문가 특강도 진행된다.
윤병순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직무대행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분야에서 유일한 역량강화사업인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역량강화 워크숍이 그간의 축적된 경험과 국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중남미 지역 기록유산의 유네스코 등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