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등재
유교책판은 조선시대에 유학자들의 저작물을 간행하기 위해 나무판에 글씨를 새긴 책판(책을 박아 내는 판)입니다. 유교책판은 단순한 인쇄 수단이 아니라 선현들이 남긴 학문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후대의 학자들은 이를 여러 대에 걸쳐 보관하고 전승해왔습니다. 국가가 주도해 종교적인 목적으로 제작한 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판’과는 달리, 유교책판은 국가가 아닌 각 지역의 지식인 집단들이 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시대에 만든 것입니다. 유교책판에는 문학을 비롯해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내용이 담겨 있는데요, 궁극적으로는 ‘유교의 인륜공동체 실현’이라는 주제를 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유교책판은 문중-학맥-서원-지역사회로 연결되는 네트워크를 형성한 지역의 지식인 집단에 의해 제작되었습니다. 조선의 지식인 집단 구성원들은 유교책판을 통해 지속적으로 선대의 학문적 성과를 이어받고, 또 치열한 토론과 비판을 거쳐 그 내용을 발전시켜 다시 서책과 책판으로 후대에 전했습니다. 따라서 유교책판은 500년 이상 지속되어온 조선의 ‘집단지성’을 대표하는 기록유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