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등재
승정원은 조선 태종 때 창설된 관청으로 임금의 지시나 명령을 전달하고 국가의 모든 기밀을 취급하던 국왕의 비서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역사 드라마를 보면, 임금이 명을 내릴 때 “도승지를 들라 하라.”고 지시하는 장면이 많은데요, 이 도승지가 바로 승정원을 이끄는 관리였습니다. ≪승정원일기≫는 승정원에서 취급한 문서와 사건을 기록해 편찬한 일기입니다. 임금의 하루 일과가 장소와 시간대별로 기록되어 있으며, 상소(임금에게 올리던 글)나 서계(신하가 올리던 보고문)와 같은 문건의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또한 매일의 날씨, 국왕의 진료기록, 관료의 동정, 국정의 논의 내용까지 일기에 망라되어 있어 조선 왕조에 관한 사실적 역사 기록과 국가 비밀을 함께 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승정원일기≫는 조선 왕조에 대한 가장 방대하고 자세한 기초 사료이자 일차 사료로서 가치가 더욱 높은데요, 당시 조정에서 정책에 참고할 일이 있으면 이 책을 꺼내어 그 전의 사례를 찾아볼 정도였습니다.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을 편찬할 때에도 ≪승정원일기≫를 기본 자료로 이용하였지요. 특히 ≪승정원일기≫는 원본 한 부밖에 없는 귀중한 자료로서 단일 기록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분량(3,243책에 2억 4,300만 자)의 기록물입니다. 또한 정치, 경제, 외교, 문화, 자연현상 등의 광범위한 기록이 담겨 있는 한국학 연구의 보물창고라고 할 수 있지요. ≪승정원일기≫는 이러한 탁월한 가치를 인정받아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조선 전기에 쓴 일기들은 임진왜란 때 소실되어 현재는 인조 때부터 조선 마지막 임금인 순종 때까지의 기록만이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