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수학 좋아하시나요? 숫자와 수식만 보면 혹시 마음 한 구석이 싸늘해지나요? 예나 지금이나 수학은 학생들의 성적과 진학, 나아가 장래희망에도 큰 변수를 만드는 어렵고도 멀게만 느껴지는 과목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은 인공지능과 코딩의 시대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서, 그리고 전 우주의 이치를 관통하는 아름다운 언어로서 중요성이 변치 않을 거예요. 이 중요한 과목이 여전히 수많은 ‘수포자’를 만들어내고 있다면, 우린 그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보는 일을 게을리해선 안 될 텐데요. 여기, 스탠퍼드대 수학교육학 박사 출신으로 수학 교육 관련 공익기업 데스모스(Desmos)에서 학술책임자(CAO)를 맡고 있는 댄 메이어(Dan Meyer)의 《유네스코 꾸리에》 인터뷰를 통해 그 실마리를 한번 찾아 볼까요?
+ 안녕하세요. 수학교육을 전공하고 다양한 방면에서 더 나은 수학 교육법을 고민해 오셨기에, 아마 처음부터 수학을 좋아한, 보통 사람(?)과는 다른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항상 학교와 수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저 역시 수학 과목에서 실망하고 좌절했던 경험이 적진 않았어요. 그래서 수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마음을 이해해요. 하지만 제가 운 좋게 생각하는 것은 저만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늘 북돋워 주신 뛰어난 선생님들을 만났다는 사실이에요. 호기심을 자극해 준 그 선생님들의 도움과 더불어, 저는 생활 속에서 특정한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수학이라는 도구를 활용하면서 이것이 정말 강력한 도구임을 느끼게 되었어요. 수학은 단순히 시험 점수를 높이거나 자격증을 따기 위한 도구가 아니었다는 뜻이죠. 예를 들면 슈퍼마켓 계산대에서 줄을 설 때 물건을 적게 구입한 사람이 많이 서 있는 ‘익스프레스 라인’이 나을지, 물건을 많이 구입한 사람이 적게 서 있는 일반 라인이 나을지 궁금했던 적이 있을 거예요. 이런 의문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수학을 활용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매우 강력한 경험이 될 수 있어요.
+ 수학이 꼭 필요하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많은 학생들이 수학에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게 현실인데요.
구글 검색 순위에서 ‘수학 잘 하는 법’이라는 질문은 과학이나 역사 과목 관련 질문에 비해 늘 훨씬 높은 자리를 차지해요. 그만큼 학생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다는 뜻이죠. 저는 그 이유가 수학을 가르치는 방식에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과목과 달리 수학은 숫자, 도형, 패턴, 그리고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학생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을 일단 내려놓고, 새로운 지식을 정해진 틀 안에서 받아들이게 해요. 예를 들어 학생들은 ‘시속 20km의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다루는 문제를 풀어야 하죠.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수학이라는 과목이 더욱 현실과 동떨어진 과목이라 느끼게 돼요. 단지 점수를 잘 받기 위해 학생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세상에 대한 감각을 차단시켜야만 하는 과목이 되어버리는 거죠.
수학에는 ‘능력자’ 아니면 ‘수포자’만 있다는 인식도 아쉬운 부분이에요. 인문학에서는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모두 각자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어요. 그리고 얼마든지 토론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갈 수도 있죠. 그런데 수학에서는 수백 년 전 위대한 학자들이 찾아 놓은 정답을 그대로 반복하며 따라가는 길밖에 없어요.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소외감을 느낄 수 있어요. 12년 내내 오래전 수학 체계를 만든 학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면, 저라도 흥미를 잃을 것 같아요.
+ 수업에서의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 있을까요?
학생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12년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학교에서 수학과 함께 보내고 있어요. 그런 아이들에게 교사가 요구하는 활동이 얼마나 흥미로운지,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를 학생들이 스스로 알 수 있어야 해요. 그들의 감각을 일깨우고 각자가 갖고 있는 소중한 지식을 끌어올려 활용하는 경험을 하도록 도와 주어야 해요. 하지만 지금은 안타깝게도 수학 시간이 끝나고 나면 학생들은 수업 전보다 더 자신감과 자존감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수학을 가르치는 더 나은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해요. 잠시나마 학생들과 함께하는 이 시간 동안에 교사가 그들의 삶에 소중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옳은 방법이란 무엇일까요? 주어진 환경에서 학생들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그러한 부분에 대한 고민이 지금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교사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뜻으로 들리는데요. 어떻게 해야 그게 가능할까요?
비록 수학을 가르치는 방식을 비판하고 있지만, 저는 교사들의 업무에 대해 무한한 존경심을 갖고 있어요. 교사들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이고, 이는 교육 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도 변함이 없어요. 학생들에게 영감을 주는 일은 앞으로도 교사가 교육 기술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일이에요. 학생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무엇이든 자유롭게 제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교사가 할 수 있죠. 이러한 환경에서라면 학생들은 무엇이든 배우고, 배우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게 될 거예요. 따라서 교육 당국은 교사들이 더 효과적인 커리큘럼을 만들고 또 그것을 고쳐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해요. 기존의 관념을 뛰어넘는 교수법을 고민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일방적으로 말하기보다는 더 많이 듣고, 서로 다른 아이디어를 연결하는 법을 익히도록 교사들을 도울 필요도 있어요. 교사라는 직업은 사회학자인 동시에 심리치료사와 연구자 역할까지 해야 하는 정말 복잡한 직업이에요. 그만큼 어려운 일이고, 따라서 지원이 더 필요한 부분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어요.
+ 마지막으로 미래의 수학 교과서는 어떤 모습일지 예측할 수 있을까요?
미래의 교과서는 학생이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주는 것이어야 해요. 과거의 지식을 제공하는 것만큼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갈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뜻이에요. 미래의 교과서는 매 페이지마다 ‘이 새로운 수학 공식을 우리가 찾아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기존의 방식을 왜 바꾸고자 했는지’에 관한 질문을 던져야 해요. 나아가 ‘왜 지금 이 수학이 필요한지’를 학생들에게 묻고, 그들이 그 필요성을 느끼도록 도와야 해요. 새로운 개념을 배우면서, 그것이 왜 필요한지 학생들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유네스코 뉴스레터> 편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