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팬지들의 영원한 친구, 지구 생태계의 열렬한 후원자, 그리고 따뜻한 온기를 품은 인류의 지적 양심. 제인 구달(Jane Goodall) 박사는 90세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지속가능발전과 평화, 생태계 보호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지지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런 구달 박사가 작년 10월에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전 세계 청년들을 향해 연설을 했는데요.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생태계의 위기 속에서도 그는 ‘아직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었습니다. 구달 박사가 희망을 담아 인류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은 무엇이었을까요?
+ “우리는 생태계와 사람, 모두를 구해야 해요”
1980년대 중반에 참석한 한 컨퍼런스의 환경 보호 관련 세션에서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프리카 전역에서 침팬지를 연구하는 곳마다 숲이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사람들은 식량을 위해 야생동물을 상업적으로 사냥했고, 영양과 덤불돼지 등을 잡기 위해 설치한 올무에 수많은 침팬지들이 희생됐습니다. 침팬지들은 서식지를 잃고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었죠. 결국 과학자로서 참석했던 그 회의에서 저는 활동가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침팬지에 대해 알아갈수록 저는 침팬지 서식지와 그 주변에 사는 일부 아프리카 사람들의 곤경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땅이 지탱할 수 있는 인구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그곳에서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들은 숯과 목재로 돈을 벌거나 식량을 마련하기 위해 땅을 개간해야 했습니다. 결국 숲은 사라지고, 땅과 언덕은 헐벗었습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적도 지역의 울창한 산림 지대였지만 20여 년만에 나무가 사라져버린 탄자니아의 곰베 지역 상공을 비행하면서, 저는 이곳 사람들이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침팬지도, 숲도, 그 어떤 것도 구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우리가 정말 동물보다 현명하다고 확신할 수 있나요?”
오늘날 우리는 유인원뿐만 아니라 동물의 지능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돼지가 매우 영리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고, 특히 까마귀와 앵무새는 매우 영리합니다. 제가 아는 앵무새는 1,500개의 단어를 알고 있는데요. 그 단어들은 모두 적절한 맥락에서 대본 없이 두 번 이상 발음된 것들입니다. 꿀벌은 다른 꿀벌이 하는 행동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똑같이 배울 수 있고, 문어 역시 놀라운 지능 갖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유명하죠. 동물들은 정말로 똑똑합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이 한 일을 생각해 보면, 호모 사피엔스가 정말로 가장 현명한 생명체인지에 의문을 갖게 됩니다. 그렇지 않나요? 우리는 카메라를 탑재한 우주선을 화성에 보내 화성의 표면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으로 세상을 연결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분명 아무리 똑똑한 동물이라도 해낼 수 없는 업적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후손들에게 결함이 있는 세상을 물려주고 있어요. 지구 온난화, 생물 종의 감소, 전 세계의 생물 다양성 손실 등 우리가 만들어낸 문제들을 돌아보세요. 우리는 정말 지능적인 존재가 맞나요? 진정으로 현명한 생명체라면 자신들의 유일한 고향인 지구를 파괴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인간과 다른 동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희망을 기다리지 말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야 해요”
지구의 토양은 화학 살충제와 제초제, 살균제로 오염되고 있습니다. 농업, 산업, 생활 쓰레기에서 흘러나오는 유출수는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이라는 끔찍한 문제도 있죠. 우리 모두의 몸속에 플라스틱이 들어 있고, 이제 플라스틱은 지구상 어디에나 있어요. 한편에서는 아프리카 곰베 지역에서 일어났던 일처럼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환경을 파괴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생존에 필요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잘 버리는 법’을 고민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제게 “제인, 정말로 희망을 갖고 있는 거예요?”라고 묻곤 하죠. 물론 저는 이 세상이 직면한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아주 길고 어두운 터널 입구에 서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반대편 끝에는 작은 별이 보여요. 저는 그것이 바로 희망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터널 입구에 앉아 별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안 돼요! 대신 우리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우리와 별 사이에 놓인 장애물 위로 기어오르고, 그 아래로 기고, 또 타넘어가야만 합니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종종 자신들만의 좁은 터널에 갇혀 있기도 해요. 이렇게 되면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앞을 가로막을지 몰라요. 좀 더 총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면 아마 처음부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거예요. 저는 미래를 위한 해답이 여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어떤 조직도 혼자서는 할 수 없어요. 더 많은 협업과 더 많은 파트너십이 필요해요. 우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서로 도와야 합니다.
+ “희망을 거는 이유. 바로 여러분이에요”
제가 희망을 갖는 이유가 궁금한가요? 그 첫 번째 이유는 무엇보다 이 세상의 청년들이에요. 지금 전 세계에서 젊은이들이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어요. 두 번째 이유는 자연의 회복력입니다. 우리가 기회를 주기만 한다면 자연은 완전히 파괴된 지역마저도 다시 아름다운 곳으로 되돌려놓을 거예요. 앞서 이야기한 아프리카의 곰베 지역 상공을 지금 다시 가 보면 더 이상 헐벗은 언덕이 없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무들이 다시 자라났고, 다양한 동물과 새와 곤충들도 돌아왔어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에게도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질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제가 희망을 거는 이유는 바로 인간의 지성입니다. 우리는 이제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어요. 자연과 더 조화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과학은 재생 에너지 등을 개발해내고 있으며, 우리는 매일 자신들의 환경 발자국(environmental footprint)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제가 불굴의 인간 정신이라고 부르는—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하고,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내 성공해 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최악의 상황 중 하나는 전쟁인데요. 그런 전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조차 희망은 있습니다. 루츠 앤 슈츠(Roots & Shoots; 제인 구달이 설립한 청소년 대상 환경 및 인도주의 확산 네트워크)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온 젊은이들을 한데 모으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이렇게 우리가 한 곳에 모이면 국가 간의 차이는 사라져요. 우리는 모두 인간이라는 사실 때문이에요. 우리 모두는 웃고, 울고, 가슴에 사랑을 품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젊은 여러분들이 도와주었으면 하는 것은, 바로 누구나 증오를 품고 있다는 말에 맞서 싸우는 일이에요.
바로 그것이 제가 아직도 희망을 갖고 있는 이유입니다.
<유네스코 뉴스레터> 편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