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약 20주년, 디지털·포용·국제협력까지…문화다양성의 미래를 논하다
제18차 유네스코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에 관한 협약(2005년 협약) 정부간위원회가 2025년 2월 11일부터 14일까지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렸다. 24개 위원국 대표를 비롯해 당사국, 시민사회, 전문가들이 참석했으며, 우리나라는 박상미 주유네스코대한민국대표부 대사를 수석대표로, 문화체육관광부 및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서 참가했다. 협약 채택 20주년을 맞아 회원국들은 지난 성과를 돌아보고, 디지털 환경에서의 문화다양성 보호와 증진, 개도국 문화산업 지원 강화, 국제문화다양성기금의 지속가능성 확보 등 주요 의제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했다.
디지털 시대, 문화다양성 보호와 증진을 위한 정책적 대응 모색
이번 회의에서는 AI와 디지털 기술이 문화 창의산업과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이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디지털 환경에서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문제는 유네스코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어 온 주요 과제 중 하나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전문가 검토그룹이 수행한 연구 결과와 11개 권고안을 토대로, 문화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과 실행 방안을 논의했다. 검토그룹은 △문화 콘텐츠의 언어적 다양성,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국가 및 지역 콘텐츠 탐색 가능성, △디지털 환경에서의 예술적 자유 보호, △AI가 문화 창의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주요 연구 주제로 분석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정책적 권고사항을 제안했다.
위원국들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유통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문화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 소수 언어 콘텐츠가 배제되지 않도록 지원하고, AI 기반 추천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방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다만, 추가의정서 체결 등 규범 도입에 대해서는 법적·재정적 부담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으며, 이에 따라 제10차 당사국 총회에서 논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개도국 문화산업 성장 지원 – 협약 제16조 이행 강화 논의
개도국 문화산업 지원도 주요 의제 중 하나였다. 협약 제16조(개도국 우대 조항)의 실질적인 이행을 위해 예술가 이동성 확대, 문화상품 및 서비스 교역 촉진, 기술 및 재정 지원 확대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문화산업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가운데, 개도국이 창의산업의 글로벌 시장에서 보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데 회원국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일부 회원국들은 문화 교류 불균형 해소를 위한 국제적 협력을 강조하며, 개도국의 문화 창작자들이 국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제문화다양성기금 지속가능성 확보 – 기여국 확대 필요
협약의 주요 실행 수단 중 하나인 국제문화다양성기금(IFCD) 지속가능성 문제도 이번 회의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다. 2024년 15차 지원사업 모집 결과, 89개국에서 483개 프로젝트가 신청되었으나 최종 승인된 프로젝트는 12건(총 지원금 약 102만 달러)에 불과했다.
위원국들은 IFCD의 낮은 선정률 문제를 지적하며, IFCD 기여국 확대 및 기금 조성 방식의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일부 국가는 기여 확대 계획을 발표했으며, 민간 기부 유치와 다자기구 협력 강화 등 다양한 기금 마련 방안이 논의되었다.
협약 20주년 기념행사 – 성과 점검과 미래 전략 논의
협약 채택 20주년을 맞아 유네스코는 전 세계적인 기념행사를 통해 문화다양성 보호를 위한 국제적 논의를 심화할 계획이다. 문화정책 혁신, 창의산업 성장 지원, 성평등 및 포용성 증진, 디지털 환경에서의 문화다양성 보호 등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특히, 이번 논의 결과는 2025년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ONDIACULT 2025(세계문화정책 및 지속가능발전회의)에서 다뤄질 주요 의제와 연계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네스코는 회원국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며, 각국이 협약 목표에 부합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개발·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의 역할 – 차기 부의장국으로서 활동 기대
이번 회의에서 우리나라는 2026년에 열릴 제19차 정부간위원회 부의장국으로 선출되었다. 이에 따라 협약 이행 논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문화다양성 보호 및 개도국 지원을 위한 협력 방안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협약 20주년을 계기로 국내의 우수 정책 사례를 발굴·공유하고, AI 및 디지털 플랫폼이 문화 창의산업과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를 촉진하고 국제협력을 모색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네스코 2005년 문화다양성 협약 유네스코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에 관한 협약(2005년 협약)’은 문화 재화와 서비스가 단순한 상품이 아닌, 각국의 정체성과 가치가 반영된 요소임을 인정하고, 이를 보호·증진하기 위해 2005년 유네스코 총회에서 채택되었다. 협약은 문화정책 개발 및 이행 지원, 개도국 문화산업 육성, 디지털 환경에서의 문화다양성 보호 등을 주요 목표로 하며,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158개국이 가입해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협약 정부간위원회 협약의 효과적인 이행을 위해 매년 열리는 주요 기구로, 유네스코 지역그룹별로 선출된 24개 위원국으로 구성된다. 위원국들은 협약의 이행 현황을 점검하고, 문화다양성 보호와 증진을 위한 정책 방향과 실행 전략을 논의하는 역할을 맡는다. 우리나라는 2023-2027년 위원국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번 회의에서 제19차 정부간위원회 부의장국으로 선출되었다.
참고: 제18차 정부간위원회 웹페이지 및 의제문서 링크
(작성: 유네스코의제정책센터 임시연 선임전문관)